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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잠항, 승조원 함수로” 외치자 십 수 명 몰려가…국내 첫 잠수함 장보고함을 타보니

중앙일보 2017.09.17 13:48
수상항해 중 함교탑에서 함교당직사관이 쌍안경을 이용해 항로상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해군]

수상항해 중 함교탑에서 함교당직사관이 쌍안경을 이용해 항로상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해군]

“각 부서 잠항 준비!”
 
함장이 명령을 내리자 39명 승조원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출항 때마다 거치는 절차이지만 그렇다고 순간의 방심도 허용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기관장이 “전 부서 잠항 준비 끝”이라고 보고했다. 함장의 “좋아” 대답에 이어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함장이 잠수함의 해치(승강구)를 직접 닫는 소리였다. 함장은 잠함 직전 제일 마지막으로 함교에서 함내로 들어간 뒤 해치를 닫았다. 잠수함 승조원 중 가장 먼저 해치를 열고 함교에 올라가는 사람도 함장이다.
함교탑에 올라가기 위해 수직사다리를 올려다본 모습 승조원들은 함교탑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건물 2~3층 이상의 높이를 수직으로 된 계단을 타고 오르락내리락 해야만 한다. [사진 해군]

함교탑에 올라가기 위해 수직사다리를 올려다본 모습 승조원들은 함교탑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건물 2~3층 이상의 높이를 수직으로 된 계단을 타고 오르락내리락 해야만 한다. [사진 해군]

함장이 나지막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충수!”

 
기관장이 “충~~~수!”라고 이어받고, 전 승조원은 “충수”라고 복명복창(명령을 따라 소리치는 행위)한다. 잠수함 내부에 있는 탱크에 물을 채워 1200t의 잠수함을 가라앉게 하는 작업이다. 잠수함이 수상 함정에서 수중 함정, 즉 잠수함으로 변신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조종실에서 출항 준비를 위해 밸브 설정상태를 점검 중에 있다. 출항 전 밸브 설정상태 점검은 잠수함의 안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사진 해군]

조종실에서 출항 준비를 위해 밸브 설정상태를 점검 중에 있다. 출항 전 밸브 설정상태 점검은 잠수함의 안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사진 해군]

지난 12일 오후 2시 33분쯤 제주 서귀포 인근 해역 7.5㎞ 지점에서 한국 최초의 장보고급 잠수함인 장보고함(SS 061)이 잠항했다. 이날 해군은 언론에 장보고함의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잠수함 선체가 물속에 완전히 잠겼다. 밖을 볼 수 없었지만 물결이 선체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보고함은 독일 통일 이듬해인 1991년 9월 12일 독일에서 진수돼 92년 10월 14일 해군에 취역했다. 다음 달 25살 생일을 맞는다. 장비 곳곳에 ‘Made in West Germany(서독에서 제조)’라는 마크가 붙어있다. 함장인 김형준 중령은 그 마크를 가리키며 웃은 뒤 “당시 독일의 화폐인 마르크화로 결제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은 유로화를 쓴다.
잠항항해 중 함수·미 수평타, 수직타 조종을 위해 타수는 2인1조로 운영된다. 1타수(왼쪽)는 심도 및 침로를, 2타수(오른쪽)는 함의 자세각을 조종한다. [사진 해군]

잠항항해 중 함수·미 수평타, 수직타 조종을 위해 타수는 2인1조로 운영된다. 1타수(왼쪽)는 심도 및 침로를, 2타수(오른쪽)는 함의 자세각을 조종한다. [사진 해군]

장보고함은 97년 해군 최초로 하와이까지 1만 마일(1만8000km) 잠항 항해에 성공하고, 2004년 림팩(환태평양훈련)에서 미 항공모함 등 15척의 가상 적 수상함을 격침시킨 전력을 자랑한다.

 
“적 항공기 접촉.”
 
적 항공기에 장보고함의 위치가 노출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시작됐다.
 
“긴급 잠항! 승조원 함수로!”
 
갑자기 잠수함이 앞으로 쏠렸다. 이어 십 수 명의 승조원들이 함수로 달려 들어왔다. 앞쪽에 무게를 더 실어 더 빨리 잠항하기 위한 조치다. 잠수함은 금세 50m 수심으로 내려갔다.
전투정보실에서 어뢰발사훈련이 진행 중이다. 접촉된 표적에 대해 분석 및 문제해결이 완료되고 함장의 명령에 따라 어뢰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해군]

전투정보실에서 어뢰발사훈련이 진행 중이다. 접촉된 표적에 대해 분석 및 문제해결이 완료되고 함장의 명령에 따라 어뢰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해군]

“적 함정 출현! 어뢰 발사 준비!”  
 
백령도 북방한계선(NLL)상 가상 북한 군함을 공격하는 훈련이 이어졌다. 잠수함은 물속에 있기 때문에 물 위를 항해 중인 선박의 위치는 음향센서인 소너를 이용한다. 소너는 초음파를 쏴 되돌아 오는 초음파를 잡아내 목표의 위치와 거리를 측정하는 ‘수중 레이더’다. 장보고함의 소너는 16㎞ 전방의 적 수상함도 잡아낼 수 있다고 한다.

 
“공격 잠망경 올려.”
 
수중에서도 수상을 볼 수 있는 잠망경이 올라갔다. 함장은 잠망경을 360도로 돌리더니 바로 내렸다. 적이 잠망경을 통해 장보고함의 위치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5, 4, 3, 2, 1, 발사.” 
함장의 공격 명령이 내려졌다. 정적이 긴장감 속에 흘렀다. 잠수함 전투정보실의 모니터를 보니 장보고함이 발사한 어뢰가 적 수상함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물론 훈련이기 때문에 실제로 어뢰는 발사되지 않았다.
임무수행 중 전투정보실에서 전탐사(왼쪽 아래)들이 안전항해를 위해 해도에 각종 정보들을 기점하고 있다. [사진 해군]

임무수행 중 전투정보실에서 전탐사(왼쪽 아래)들이 안전항해를 위해 해도에 각종 정보들을 기점하고 있다. [사진 해군]

잠망경을 다시 올린 함장이 “표적 명중, 현재 침몰중”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함장은 “어뢰가 적함에 명중할 수 있지만 버블제트 현상을 이용해 적함을 격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버블제트는 어뢰가 수상함 아래에서 폭발한 뒤 폭압을 이용해 배를 부러뜨려 가라앉게 하는 방법이다.

  
장보고함 전체 길이는 56m에 폭은 7.6m, 높이는 11.5m다. 그 공간에 각종 장비가 잔뜩 들어 있다. 내부가 비좁을 수 밖에 없다. 통로는 두 사람이 지나가기가 벅차다. 장보고급 잠수함 승조원은 비좁은 함내 환경을 빗대 “43평 아파트에 40명의 장정이 함께 살고 있다”고 말한다.
잠수함 승조원이 침대(길이 180㎝, 폭 75㎝, 높이 50㎝)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승조원 수에 비해 침대 개수가 부족해 3명이서 2개의 침대를 교대로 쓰고 있다. [사진 해군]

잠수함 승조원이 침대(길이 180㎝, 폭 75㎝, 높이 50㎝)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승조원 수에 비해 침대 개수가 부족해 3명이서 2개의 침대를 교대로 쓰고 있다. [사진 해군]

전체 승조원 40명에 침대는 33개다. 그 중 하나는 함장용이다. 나머지 39명이 32개를 공유한다. 3명이 침대 2개를 함께 쓰는 방식이다. 침대는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이다. 길이는 180㎝며 폭과 높이는 각각 75㎝과 50㎝다. 한 승조원은 “그나마 키가 좀 크면 다리를 접고 자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장보고함에서 유일한 개인 휴식 공간이 침대다.

  
샤워장을 겸한 좁은 화장실은 2곳 뿐이다. 출항을 하면 샤워는 주 1회, 10분 정도로 제한된다. 그래서 티슈로 몸을 대충 닦는다. 빨래는 꿈도 못꾼다. 출항할 때 한달 치 속옷을 가져온다. 담배를 피울 수 없고, 휴대전화 사용이나 TV 시청도 불가능하다.
 
밀폐 공간에서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하고 밤낮이 바뀐 교대근무를 하다보니 소화장애나 피부ㆍ이비인후 질환을 달고 사는 승조원들이 제법 많다고 한다.

잠수함 승조원들이 조종실(오른쪽)에서 입항을 위해 추진전동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해군]

잠수함 승조원들이 조종실(오른쪽)에서 입항을 위해 추진전동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해군]

잠수함의 적은 소리다. 물 속의 잠수함을 탐지하는 방법은 잠수함이 내는 소음 뿐이기 때문이다. 몽키스패너 하나가 떨어져 발각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함내엔 ‘작은 소리로 대화’‘발소리 작게’ 표어가 붙여져 있다. 미 해군이 잠수함 근무를 ‘사일런트 서비스(Silent Serive·정숙 근무)’라고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김형준 함장은 “해군 잠수함부대는 지금 당장 명령이 떨어져도 적진에 침투해 임무를 완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적 잠수함을 반드시 격침하고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장보고급 함은 해군이 제일 처음 보유한 잠수함이다. 70~80년대 북한에 특수부대를 침투할 목적으로 장보급 잠수함보다 작은 잠수정을 보유했다. 이후 한국에서 독일의 설계도와 기술을 들여와 장보급 잠수함 8척을 더 만들었다. 그리고 해군은 장보고함보다 더 큰 손원일급(장보고-II급ㆍ1800t) 9척을 건조했다. 또 3000t급의 장보고-III급 잠수함 9척을 준비 중이며, 핵추진 잠수함 보유도 검토하고 있다.
장보고급 잠수함이 임무종료 후 제주민군복합항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 해군]

장보고급 잠수함이 임무종료 후 제주민군복합항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 해군]

장보고함은 재래식 잠수함이다. 수중에선 배터리 전기로 모터를 돌려 움직인다. 배터리가 방전하면 다시 수상으로 올라가 발전기로 충전한다. 잠수함은 물 위로 올라가면 제일 취약하다. 그래서 해군은 연료전지를 채택해 일주일 이상 충전할 필요가 없는 손원일급을 도입했다.
 
그러나 북한이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오랫동안 물속에 매복하면서 북한의 SLBM 잠수함을 격침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그러면 일주일 잠항도 부족하다. 해군이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검토하는 배경이다.

 
식탁에서 식사 중인 승조원들과 식사를 마치고 침실에서 후식을 즐기는 승조원들의 모습. [사진 해군]

식탁에서 식사 중인 승조원들과 식사를 마치고 침실에서 후식을 즐기는 승조원들의 모습. [사진 해군]

한 승조원이 임무 중 사용한 속옷, 양말 등을 넣은 비닐팩을 정리하고 있다. 출동 중 잠수함 내에서는 세탁이 불가능해 갈아입은 속옷 등 옷가지는 처음 옷가지는 처음 옷가지를 담아온 비닐 팩에 다시 넣어 밀봉해 보관한다. [사진 해군]

한 승조원이 임무 중 사용한 속옷, 양말 등을 넣은 비닐팩을 정리하고 있다. 출동 중 잠수함 내에서는 세탁이 불가능해 갈아입은 속옷 등 옷가지는 처음 옷가지는 처음 옷가지를 담아온 비닐 팩에 다시 넣어 밀봉해 보관한다. [사진 해군]

승조원들이 당직 외 시간을 이용해 전부 식탁에서 개인별 학습 및 독서를 하고 있다(공간이 부족해 식사할 때는 식탁, 학습할 때는 책상으로 이용한다.)[사진 해군]

승조원들이 당직 외 시간을 이용해 전부 식탁에서 개인별 학습 및 독서를 하고 있다(공간이 부족해 식사할 때는 식탁, 학습할 때는 책상으로 이용한다.)[사진 해군]

한 승조원이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다. 잠수함은 화장실에 변기와 세면대, 샤워기가 같이 있다. 승조원은 40여명인데 비해 화장실은 단 2개뿐인 관계로 승조원 20명당 1개의 화장실·세면장을 이용함으로써 적시적인 생리욕구 해결 및 샤워 등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단 2개뿐인 화장실로 인해 승조원 다수가 활동하는 주간 중에는 5분 이내로 모든 용무를 마치는 것이 불문율이다.  [사진 해군]

한 승조원이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다. 잠수함은 화장실에 변기와 세면대, 샤워기가 같이 있다. 승조원은 40여명인데 비해 화장실은 단 2개뿐인 관계로 승조원 20명당 1개의 화장실·세면장을 이용함으로써 적시적인 생리욕구 해결 및 샤워 등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단 2개뿐인 화장실로 인해 승조원 다수가 활동하는 주간 중에는 5분 이내로 모든 용무를 마치는 것이 불문율이다. [사진 해군]

잠수함이 승조원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해군]

잠수함이 승조원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해군]

잠수함 승조원이 좁운 침실 통로에서 아령으로 요령껏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해군]

잠수함 승조원이 좁운 침실 통로에서 아령으로 요령껏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해군]

비좁은 취사장에서 조리장이 고생하는 승조원들을 위해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식사 공간이 좁기 때문에 40명이 교대로 밥을 먹는다. [사진 해군]

비좁은 취사장에서 조리장이 고생하는 승조원들을 위해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식사 공간이 좁기 때문에 40명이 교대로 밥을 먹는다. [사진 해군]

제주=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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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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