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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년간 쌓은 지진 대응 노하우 모두 공개할 것"…유병하 국립경주박물관장

중앙일보 2017.09.17 10:31
유병하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지난 14일 관장실에서 박물관의 지진 대응 조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유병하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지난 14일 관장실에서 박물관의 지진 대응 조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지진 대응에 있어선 국립경주박물관이 전국 어느 박물관보다 가장 뛰어난 곳이 될 겁니다."
 
유병하(57) 국립경주박물관장은 박물관이 지진을 겪고 어떤 조치들을 취했느냐는 질문 앞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기자에게 대뜸 두꺼운 매뉴얼을 한 권 꺼내 보였다.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시에 규모 5.8 강진이 발생한 후 만든 지진 대응 매뉴얼이다. 이전까진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았다. 매뉴얼엔 규모별 대처법부터 전시물 도난 방지 대응법까지 지진이 야기하는 거의 모든 상황의 대응책이 기록돼 있었다.
 
그는 지난해 9월 12일 오후 7시44분 일어난 규모 5.1 지진과 오후 8시32분 일어난 규모 5.8 지진을 온몸으로 느꼈다. 유 관장은 당시의 느낌에 대해 "모골이 송연했다"고 답했다. 끔찍스러워서 몸이 으쓱하고 털끝이 쭈뼛해졌다는 말이다. 작은 진동에도 쓰러지고 무너지기 쉬운 전시물들이 어떤 봉변을 당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나마 박물관 문을 닫아 방문객이 없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지난 7월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5.0 지진 이후 국립경주박물관 야외전시장의 지반이 내려앉은 모습.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지난 7월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5.0 지진 이후 국립경주박물관 야외전시장의 지반이 내려앉은 모습.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9·12 경주 지진'이 일어나고 1년여가 지난 14일 유 관장을 국립경주박물관 관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직전 한국지진공학회의 워크숍에 참여해 박물관의 지진 대비 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를 하고 온 참이었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그는 경주박물관이 갖춘 전국 최고 수준의 지진 대비책들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돌연 지진이 닥쳤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경주 지진이 일어나기 두 달여 전인 7월 5일 오후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 지진이 먼저 일어났었다. 당시 특별전을 준비하느라 전시실에 있다가 지진을 느꼈다. 발생 직후 전 직원을 비상소집하고 전시실·수장고의 유물 점검을 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실시된 을지연습 기간에는 박물관에 지진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따져보고 훈련도 하는 시간을 진행했다.
 
규모 5.8 지진이 발생하기 전 어느 정도 대비가 돼 있었던 건가.
울산 지진을 겪고 지진이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전시물을 빨리 수장고에 넣는 방안, 박물관 인근에 있는 덕동댐이 지진으로 무너져 범람했을 때의 대처 방안 등을 논의했다. 500여 점의 전시품을 낚시줄로 고정하기도 했다.
유병하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지난 14일 관장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유병하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지난 14일 관장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경주박물관은 15점의 국보, 38점의 보물을 비롯해 21만7170점의 문화유산을 소장하고 있다. 국보급 문화재는 경주 금관총에서 발견된 금관(국보 제87호),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금제 관모(국보 제189호), 가야시대 기마인물형토기(국보 제91호) 등이 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9·12 지진 후 어떤 조치들을 했나.
추가로 전시품 7000여 점에 대한 고정 작업을 했다. 건물과 시설 전반에 대한 정밀안전진단·내진성능시험을 실시했다.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 종각에 대한 내진 보강공사도 했다. 종 무게가 18.9t에 달해 지진이 나면 자칫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관람객과 전시품의 보호를 위해 모든 유리창에 안전필름을 붙였다. 특히 지진 진동을 흡수하는 면진 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도입했다.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도 완성했다.
지진 진동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유물을 낚시줄로 고정한 모습.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지진 진동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유물을 낚시줄로 고정한 모습.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지진 진동에도 전시품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해둔 모습.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지진 진동에도 전시품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해둔 모습.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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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일본과 미국을 방문해 선진화된 기술도 배웠다고 들었다.
일본에선 교토국립박물관·나라박물관·큐슈국립박물관 등을 둘러봤다. 미국에선 LA게티뮤지엄 등 캘리포니아 지역 박물관들을 찾았다. 일본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답게 세세한 부분까지 준비를 잘한 모습이었다. 일본에서 면진 장치에 관해 많이 배웠다. 미국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응 매뉴얼이 잘 발달돼 있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지진 진동에도 전시품이 흔들리지 않도록 면진장치를 개발해 도입했다. 석불좌상을 면진대 위에 올려두고 시험하고 있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은 지진 진동에도 전시품이 흔들리지 않도록 면진장치를 개발해 도입했다. 석불좌상을 면진대 위에 올려두고 시험하고 있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지진에 대비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진계측기를 자체 도입했다는 점이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지진 정보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는 판단에서다. 유 관장은 "지난해 9·12 지진 당시 지진 정보가 도달하는 데 10분 이상 걸렸고 아직까지도 4분 정도 걸린다"며 "그 4분이 초동대응에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란 판단에서 자체적으로 지진계측기를 갖췄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진을 겪어본 경주박물관이 지진 대응 노하우를 완벽하게 익혀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대구·경북 박물관 40여 곳을 초청해 지진 워크숍도 했다. 앞으로도 박물관 지진 대응의 '전도사'가 될 작정이다. 지진 대응에 대한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면진장치를 지원할 수도 있다.
 
경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유병하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지난 14일 인터뷰 자리에서 지진 대응 행동요령 매뉴얼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유병하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지난 14일 인터뷰 자리에서 지진 대응 행동요령 매뉴얼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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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석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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