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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육 비싼 부위로 속여 5700억원대 사기 담보 대출

중앙일보 2017.09.17 09:02
수입육 담보 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은 같은 부위에서 나왔지만 살이 적은 부위를 '양깃머리', '백립' 등 살집이 두툼한 부위로 둔갑시켜 대출 규모를 키웠다. [사진 서울동부지검]

수입육 담보 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은 같은 부위에서 나왔지만 살이 적은 부위를 '양깃머리', '백립' 등 살집이 두툼한 부위로 둔갑시켜 대출 규모를 키웠다. [사진 서울동부지검]

수입육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서 고기 종류를 속이거나 시세를 부풀려 대규모 대출을 받은 수입육 유통업자 등이 적발됐다.
 
수입육 유통업자들이 수입육 담보 대출 사기를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였다. 2010년쯤부터 환율 급등과 수입육 가격 하락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업이 타격을 입자 대출금을 신규 대출로 상환하기로 마음먹었다. 담보물인 수입육 가격을 부풀리는 게 핵심이었다. 1㎏에 4000원 정도인 '깐 양'은 살집이 두툼한 2만 원짜리 '양깃머리'로, 살이 없는 '조각 백립'은 살이 많이 붙어 값이 4배인 '백립'으로 바꿔 적었다. 같은 부위라 전문가가 아니면 얼핏 보고 차이를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품질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큰 부위는 시세를 부풀렸다. 1㎏에 2500원인 항정살은 9450원으로, 1㎏에 2700원인 도가니는 1만 5000원짜리 담보물로 냈다.
 
이들은 서류상 육류 품목을 바꿔 적기 편하도록 아예 담보물을 보관하는 창고를 인수해 운영했다. 이 창고를 통해 이체확인서를 중복해서 발급받아 같은 고기로 여러 금융기관에 중복 담보대출을 받기도 했다. 또 수입육 거래는 부가세를 면제받는다는 점을 악용해 유통업체 여러 개를 세우고 업체들끼리 거래를 한 것처럼 허위 매출을 만들어 추가 대출 한도를 취득했다. 유통업자들은 이런 수법으로 2016년까지 약 1조 9천억원을 새로 대출 받아 78%를 '대출 돌려막기'에 썼다.
실제 시세가 1㎏에 2700원인 도가니는 1만 5000원짜리로 속여 대출 규모를 키웠다.[서울동부지검]

실제 시세가 1㎏에 2700원인 도가니는 1만 5000원짜리로 속여 대출 규모를 키웠다.[서울동부지검]

 
지난 6월까지 생명보험사, 저축은행 등 전국 14개 기업이 피해를 봤다고 고소장을 냈다. 돌려받지 못한 피해 금액은 총 5770억원 규모다.

 
서울동부지검은 사기 대출에 가담한 수입육 유통업자와 대출중개업자, 창고업자, 금품을 수수한 금융기관 직원 등 45명을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정모(52)씨 등 수입육 유통업자 10명과 대출중개업자 심모(49)씨 등 2명, 창고업자 1명은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피해 회사 담당 직원에게 대출한도를 늘리고 담보물 실사를 간소화 해달라며 3000만원~1억 3000만원 가량 금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검찰은 생명보험사 팀장 이모(46)씨 등 기업 임직원 4명이 청탁을 받아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보고 배임수재 등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입육 담보 대출이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담보물 가액에 대한 정확한 감정이 어렵고 창고업자와 결탁해 중보 담보를 제공해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없다"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관계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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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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