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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유엔총회가 뭐길래…21일 한미일 정상회담에 시선집중

중앙일보 2017.09.17 09:00
2010년 11월 G20 정상회의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주변은 철통같은 경비가 이뤄졌다. 코엑스 주위에 총 1700m의 방호벽이 쳐지고, 오후 10시까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다.
 
20개국 정상이 모이는데 이 정도 수준의 경비가 진행되야 한다면, 100여개국의 정상이 모일 경우에는 어떨까. 가히 상상 하기 힘들어진다. 그러나 매년 이 정도의 정상이 모이는 행사가 있다. 매년 9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진행되는 유엔총회 ‘일반 토의(General Debate)’가 그렇다. 올해 72차 유엔총회의 일반토의 또한 어김없이 19일(현지시간)부터 1주일동안 진행된다.
유엔총회 장면. [유엔본부 제공]

유엔총회 장면. [유엔본부 제공]

 
국제평화와 안전, 국제협력 촉진 등을 모토로 삼고있는 유엔의 최고기관인 유엔총회인 만큼 193개 회원국에서 고위급 인사들이 속속 몰려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18일 뉴욕에 도착해 3박5일간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유엔에 참석을 통보한 고위급 인사들은 총 196명. 국가원수가 90명, 부통령 5명, 정부수반 37명, 부총리 3명, 장관 56명 등이 각국의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등이 주목받는 인물들이다. 북한에서도 리용호 외무상이 참석한다고 유엔 사무국에 알려온 상태다.
 
북핵과 테러가 세계평화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유엔총회라서 예전보다 훨씬 삼엄한 경비와 교통통제가 진행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뉴욕경찰은 유엔본부 주변의 도로를 통제한다는 메시지를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뿌리고 있다. 유엔본부 앞 도로인 1번 애비뉴는 물론이고, 한 블록 건너인 2번 애비뉴 쪽에서 유엔본부로 들어오는 도로가 상시 차단된다. 196명의 대표들이 숙박하는 호텔에서 유엔본부까지 차량편의를 제공할 경우에 대비해 유엔본부로 연결되는 도로의 한 차선씩을 계속 비워놓는게 관행이 돼있다. 그렇지 않아도 상습 정체를 빚는 맨해튼 시내가 1주일 동안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교통지옥으로 변한다.
 
각국 대표들이 묵는 호텔입구와 유엔본부로 들어오는 인도에서도 보행자가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는지 항상 검색된다. 유엔 사무국 관계자는 “올해는 북핵으로 세계 정세가 어지럽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위가 빈발할 예정이어서 검문검색이 훨씬 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해 유엔총회의 주제는 ‘사람을 근본으로’이다. ‘지속가능한 지구 상에서 모든 사람이 평화와 품위있는 삶 추구’라는 부제가 붙었다. 그렇지만 19일부터 진행되는 일반토의에서는 각국 수석대표들이 연단에 올라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를 15분 정도 기조연설하게 된다. 발언순서는 관례에 따라 항상 브라질이 맨 처음에 하고, 유엔 소재국인 미국이 두번째 순서로 발언한다. 세번째부터는 유엔사무국이 주로 직책을 고려해 결정한다. 이에 따라 19일에 미국과 프랑스, 20일 일본, 21일 한국ㆍ러시아ㆍ중국, 25일 북한 등으로 발언 일정이 잡힌 상태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메시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이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가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만큼 일반토의에서도 북핵과 한반도 문제가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올해 기조연설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유엔무대에 데뷔하는 신임 대통령들이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트럼프,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취임 후 처음 참석하는 유엔 총회에 대한 ‘과외수업’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반 전 총장에게 “북한 핵실험 등 엄중한 외교ㆍ안보 상황 속에서 한반도 문제 및 글로벌 현안 해결 등에 있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자 한다”며 조언을 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추가도발을 경고하고,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것을 촉구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번 유엔총회를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어느 정도 수위로 규탄할지와 북핵을 다룰 수 있는 ‘폭탄 선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19일 이전에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미국에 입국한다면, 맨 앞줄에 배치된 리 외무상이 북한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마주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참고로 유엔총회 자리배치는 사무총장이 매년 총회 개막전 맨 앞줄 왼쪽 끝 자리에 앉을 국가를 추첨한다. 이후에는 알파벳 순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차곡차곡 뒤로 퍼지면서 정해진다. 올해 당첨된 나라는 에콰도르였다. 이에 따라 북한은 맨 앞줄 8자리 중 한석을 차지했다.
유엔총회 자리배치

유엔총회 자리배치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 또한 기조연설을 신청한 상태다. 리 외무상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등이 폐지되지 않을 경우 어떠한 경우에도 핵ㆍ미사일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고민인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와 시민들의 안전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예정이다. 그는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유럽발 테러에 “우리는 단호한 결의로 일치단결해 테러에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할 방침이다. 또한 파리기후협약의 충실한 이행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쓴소리를 준비중이다.
 
세계 각국이 목소리를 높이는 무대이다보니 예상치못한 해프닝이 발생해왔다. 2011년 사살된 무아마르 카다피는 리비아를 통치하는 40년 동안 단 한차례도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다가 2009년 처음 연단에 올라 온갖 기행을 저질렀다. 15분으로 예정된 시간을 넘어 96분을 끌었고, 유엔헌장을 찢어서 의장석으로 던지기도 했다. 이미 고인이 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2006년 유엔총회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을 가리켜 악마라고 지칭해 총회장을 술렁이게 했다. 최근 막말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한다면 유사한 해프닝을 연출했을지 모르지만, 두테르테는 본인이 참석하는 대신 외무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보냈다.
유엔총회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

유엔총회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

 
각국 정상들의 기조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뉴욕 일대에서 정부요인간 만남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번 총회의 하이라이트 미팅은 한ㆍ미ㆍ일 3자 정상회담. 21일 오찬을 겸해 열린다. 회담의 주제는 당연히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방안이다. 6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제재 결의가 채택된지 사흘만에 북한은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에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15일 안보리가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을 강력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채택했지만, 3국 정상들은 제재만으로는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을 멈추게 할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어, 이날 3자 정상회담에서 나올 대응책에 최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엔총회 주요 기조연설 일정

유엔총회 주요 기조연설 일정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북미 뉴욕채널’이 재가동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을 송환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미국과 북한의 외교라인이 비밀접촉을 해온 사실이 밝혀진 이후 뉴욕채널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송환하는 과정에서 미 국무부의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박성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뉴욕채널’로 불렸다. 리용호 외무상이 뉴욕에 머무는 동안 뉴욕채널을 재가동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비밀 회동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북한은 남한 대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통미봉남 전술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이 미국 측 참석자인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와 비공식적으로 접촉한 사실이 일본 NHK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밖에 유엔 개혁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만남도 관심거리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기조연설 전날인 18일 유엔 개혁회의에서 연설이 예정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당선인 시절 “유엔은 큰 잠재력이 있지만, 지금은 모여서 떠들고 즐기는 사람들의 클럽일 뿐”이라며 유엔 분담금 감축을 얘기해왔다. 미국은 유엔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는 국가이다. 평화유지군의 예산 73억달러 가운데 28.5%를, 핵심비용 54억달러 가운데 22%를 분담하고 있다. 이미 평화유지군 분담금 6억달러를 삭감한 상태다. 취임 초부터 유엔의 고강도 개혁을 추진해온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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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우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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