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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이 만난 사람] “문재인 권력 대주주는 제도권 밖 … 그들의 발언권 자르지 못해”

“문재인 권력 대주주는 제도권 밖 … 그들의 발언권 자르지 못해”

중앙일보 2017.09.16 01:00 종합 18면 지면보기
보수 '빅 텐트' 꿈꾸는 정진석 전 한국당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은 11일 “정책빅텐트가 야3당 대통합으로 연결되면 영호남이 한 지붕 아래 손잡는 첫 실험이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정진석 의원은 11일 “정책빅텐트가 야3당 대통합으로 연결되면 영호남이 한 지붕 아래 손잡는 첫 실험이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최순실 사태, 반기문 사퇴, 원 투 스트레이트에 KO 됐습니다.”
 
정진석(58)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보수 정당의 사정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묻기도 전에 쏟아냈다. 할 말이 많이 쌓였던 모양이다.
 
그는 지난달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과 손을 잡고 ‘열린 토론, 미래’를 출범했다. 바른정당과 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까지 참여했다. 새로운 보수의 ‘빅 텐트’가 정 의원의 꿈이다. 위기의 보수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11일 그의 의원회관을 찾았다.
 
“친박 누구도 끽소리 한마디 안 하고 일사천리로 탄핵 표결이 진행되지 않았습니까. 순한 양 떼처럼….” 
 
정 의원도 대세를 인정하지 않았나요.
“그렇죠.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이었고…, 모든 것을 의원총회에서 결정했어요. 나는 ‘4월 자진 사퇴, 6월 조기 선거’가 제일 적절하다고 봤습니다. 대통령도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고. 탄핵은 무리다. 이렇게 봤는데…. 그 주 토요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최다 인파가 몰리고, 일요일 ‘비박’들이 모이고, 유승민 의원이 탄핵으로 튼 거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금 먼저 던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탄핵 표결 직전에 청와대에 가서 직접 설명을 드렸어요. 탄핵 표결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저도 잘 압니다. 담담하게 제 길을 가겠습니다’ 그러시더라고요. 그 전에는 언론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꽤 장시간 설명하셨어요.”
 
박 전 대통령이 사소한 혐의를 따지는 데 매달리는 것 같아요.
“저는 박 전 대통령이 조서를 꼼꼼하게 고치고, 이런 것보다는 큰 울림 있는 말씀을 하시고, 차라리 ‘다 내 책임이다, 침을 뱉어라’ 하실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국가 지도자라는 대인적 풍모를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그게 우리 의원들 속내에도 있는 거예요. 원망 반, 안타까움 반, 이게 교차합니다.”
 
유영하 변호사 외에는 박 전 대통령을 만날 수도 없다는데.
“너무 스스로 차단벽을 쳐 가지고…. 나는 최순실을 만나본 적도 없지만 그 사람이 그렇게 만든 측면도 강한 것 같아요. 가족들도 차단을 하지 않았습니까. 탄핵 표결 직전에 제가 하도 답답해서 박지만씨에게 전화를 했어요. ‘도대체 최순실이 어떤 사람입니까?’ 그러니까 박지만씨 대답이 이러더라고요. ‘악마입니다, 악마.’ 민정비서실에 있던 박관천 경정이 ‘대한민국 권력 순위 1위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 박근혜’라고 했잖아요. 그게 박지만씨가 박 경정에게 해준 얘기래요.”
 
최순실씨를 그 전에는 몰랐나요.
“전혀 몰랐어요. 우리는 정윤회씨가 힘을 쓴다고 알았죠. 보도가 나고 알았어요. 알고 있었던 사람들도 있었겠죠, 핵심들은. 지금 와서 다 최순실 얼굴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러는데, 그 당시 여당에 몸담았던 사람들 누구도 이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죠.”
 
이명박(MB) 대통령은 경선 때 박근혜 후보의 뒷조사를 많이 했다. 또 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무수석이었다. 그러나 그는 “나는 누구를 통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과 직접 얘기했다”고 말했다. 2010년 세종시 수정안 파동으로 분당 위기까지 갔을 때 그는 박근혜 대표를 만나 대통령 특사로 보내고, MB와 만나게 했다.
 
그래서 풀렸나요.
“그렇죠. 그래서 대선후보도 되고…. 지금도 잊히지 않는 게 그때 MB가 박 대표에게 ‘집 안에만 있지 말고, 광폭행보를 하시라. 두루두루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해야지 너무 보폭이 좁다’, 그런 권유를 했어요. 저한테는 ‘다 좋은데 너무 폐쇄적이다’, 이런 말을 했어요.”
 
바른정당과 통합을 주장하는데.
“분당하기 전날 밤 김무성 전 대표가 이 방으로 찾아왔어요. 김 전 대표도 보수 분열이 고착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고요. 일단 나가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태울 가마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도를 보이더라고요. 알겠다고 했죠. 그런데 반기문 전 총장이 중도하차해 다들 공중에 붕 떠버린 것 아닙니까. 그 요인이 사라졌으면 이제 원상회복해야죠.”
 
그는 “그래도 반기문에 대한 기대가 있었거든요”라며 “다시 나온다면 내가 막을 것”이라고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제가 원내대표 그만두고 반 전 총장 만나러 뉴욕에 갔죠. 그때도 준비가 많이 덜 됐다고 느꼈어요. 이분이 선거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민심을 회복하려면 반성부터 해야 하지 않나요.
“헌재 판결을 좀처럼 승복하지 않는 분위기였지 않습니까. 헌법질서를 존중하는 보수가 헌재의 만장일치 판결을 불복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이죠. 우리 당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겁니다. 보수 우파는 고난의 행군을 오랜 시간 해야 할지도 몰라요. 처절한 자기 혁신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박 전 대통령 당적 정리는 불가피한 것 같아요.”
 
그가 ‘열린 토론, 미래’를 만든 것은 “최저임금 인상, 공공 일자리 늘리기 등 졸속 정책들이 야3당이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이고, 그것을 통해 연대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바른정당이 유승민 비대위원장 체제로 가면 어렵지 않나요.
“그렇죠. 유승민 의원이 (한국당에) 다시 들어오기 어려울 겁니다. ‘4월 자진 사퇴, 6월 선거’ 당론을 못 받겠다며 탄핵을 주장했고, 그래서 분당이 된 것 아닙니까. 유 의원과 그를 따르던 멤버들은 통합에 나서기 어려울 거예요.”
 
한국당이 유 의원을 받기 어렵다고요?
“저는 무조건 다 하나로 원상복구돼야 한다는 생각인데, 양당에서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꽤 있을 겁니다.”
 
빅 텐트 말씀하고는 다른데, 새로운 보수 중심 정당을 설계하는 게 아닌가요.
“그것은 제가 장담하기 어렵죠. 정책빅텐트가 만약 야3당 대통합으로 연결될 수만 있다면 대사건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 되면 영호남이 손잡고 한 지붕 아래 정치결사를 이루는 첫 실험이 성공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가슴 떨리는 일이죠.”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가 탈권위적 행보의 이미지 효과를 거두는 것 같다며 “그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문재인 권력이 청와대 내부에 응집돼 있느냐.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문재인 권력의 핵심은 제도권 밖에 있다고 봅니다. 강성 귀족노조·전교조·시민단체…. 이 사람들이 문재인 회사 대주주들입니다. 다 자기가 만든 대통령이라 생각합니다. 대주주들이 발언권을 행사하면 문재인 정부가 그걸 쉽게 자르지 못합니다. 문 대통령은 지분이 작아요. ‘야도이(고용) 사장’이라고 하죠. 저는 탈원전, 최저임금 인상, 공공 일자리 늘리기, 이런 것들도 다 그런 맥락에서 졸속적으로 나오는 것이라 봅니다.”
 
그는 “이 정부의 핵심에 반미·친북사상에 젖어 있는 사람이 여럿 있다. 이런 사람들을 걸러내지 않는 한 한·미 동맹은 끊임없이 위협·훼방받을 것 같다.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 절체절명의 안보위기 상황 속에서 선택지는 딱 하나예요. 굳건한 한·미 군사동맹을 구축하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어요. 지난 1월 하와이 태평양사령부에 가서 해리스 사령관을 만났더니 제주기지를 지금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최첨단 이지스구축함(DDG- 1000 줌월트) 모항으로 내줄 수 있느냐고 묻습디다. 저하고 김진표 의원도 좋다고 했는데, 그런 전력자산들을 배치해 억지력을 확보해야죠. 4강 대사 전부 캠프 사람들을 내보내면 어떻게 합니까. 이 엄중한 외교안보 위기 상황 속에서. 문 대통령이 사려 깊지 못한 것 같아요. 대화, 대화 강조하시는데 대화를 외교관이 하지 누가 합니까.”
[S BOX] 아버지 정석모 전 장관 이어 JP와 각별한 인연
정진석 의원 집무실에 들어서자 정면에 ‘笑以不答’(소이부답)이란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김종필(JP) 전 총리의 글이다.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다는 뜻이다. 그는 JP와의 인연이 특별하다. 스스로 ‘JP 문하’라고 했다.
 
인연은 부친 정석모 전 내무부 장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영삼 정부 당시 JP가 민자당을 탈당하기로 결심했을 때 6선 의원인 정 전 장관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정 전 장관을 불렀다.
 
“JP는 도저히 못 말리니까, JP 대신 대표최고위원 좀 맡아주시오.”
 
“각하. 저는 이미 JP랑 이달 말에 탈당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각하 말씀은 큰 약속이고, JP와는 작은 약속일지 모릅니다. 작은 약속도 못 지키는 사람이 어떻게 큰 약속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정 전 장관은 비례대표 의원직까지 버리고 JP를 따라갔다. 그는 아들에게 배지를 달아주며 “말조심해라. 정치인은 말로 살고, 말로 죽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의 65% 이상 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그는 JP에게 왜 김대중 후보를 도와 진보 좌파에 정권을 넘겨줬느냐고 물었다.
 
“이봐, 정 의원. 그래도 호남 사람들의 한은 풀어줬잖아.”
 
그는 이 점에서 JP가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에도 결정적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JP의 유연한 사고를 닮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진국 칼럼니스트 kim.jink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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