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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문제의 핵심은 결국 ‘교육권’입니다. 여러 이슈가 얽혀 복잡하게 보일 뿐입니다. 교육부는 “특수학교가 대규모 학생들을 교육하며 넓은 지역을 한 학교가 감당하다 보니, 통학 버스의 장거리 운행이 불가피하고 등하교 시간이 길어져 학생 피로도가 높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례를 볼까요? 
 
서울 구로구의 정진학교(지체 장애, 정신지체)는 1987년 문을 연 특수학교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297명의 장애 학생이 이 학교에 다닙니다. 초(67명)ㆍ중(87명)ㆍ고(123명)에 전공과(15명)까지, 학급이 총 48개나 되죠. 정진학교 재학생들의 통학 현황을 전수조사해봤습니다.
 
 
3명 중 2명이 원거리 통학하는 정진학교
서울 정진학교 195명의 학생들은 매일 아침 6시 50분부터 7대의 통학버스를 운행해 등교한다.

서울 정진학교 195명의 학생들은 매일 아침 6시 50분부터 7대의 통학버스를 운행해 등교한다.

  
정진학교 학생 3명 중 2명(201명, 68.7%)은 구로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통학하고 있습니다. 서울 6개 구(강서ㆍ관악ㆍ금천ㆍ동작ㆍ양천ㆍ영등포구)와 경기도 4개시(고양ㆍ광명ㆍ김포ㆍ부천)에서 학교를 찾아옵니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통학 수단은 학교 버스입니다. 예전에는 통학 버스가 3대 있었지만, 학생이 급증(개교 당시 16학급 →현재 48학급)하며 7대로 늘었습니다. 6대는 45인승이고 1대는 휠체어 이용이 가능한 특장차량입니다.  
 
총 195명(65%)의 학생이 통학 버스를 이용 중인데 지도에서 볼 수 있듯 노선이 복잡합니다. 학생들 집이 여러 곳에 퍼져있기 때문입니다. 이현정 정진학교 선생님은 “이동이 어려운 학생들을 최대한 배려해야 하고, 치료·재활을 위해 복지관이나 치료기관으로 하교하는 학생들이 많아 버스 노선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통학 버스를 탄다고 해도 등ㆍ하교가 편하지 않습니다. 오전 6시 50분에 학교를 출발한 버스가 첫 정거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7시 20분. 버스가 학생들을 다 태워 학교로 돌아오는 시간은 8시 45분입니다. 첫 정거장에서 버스를 탄 학생은 1시간 25분이나 버스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버스에 1시간 이상 앉아 있는 일은 일반 학생보다 장애 학생에게 몇배나 어렵습니다. 
 
혹 통학 버스가 1대라도 늦으면 학생들은 학교 정문 앞에 도착한 버스 안에서 대기합니다. 선생님이 7대 차량에 나눠 등교하는 같은 반 아이들을 한꺼번에 인솔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구로구가 아닌 다른 구에서 통학 버스를 이용하는 72명의 학생들은 왕복 최소 1시간 이상을 길에서 보냅니다.
 
한번은 아이가 통학 버스에서 용변을 보고 말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기저귀를 채워 보내요. 속상하죠. 아이가 몇시간씩 작은 통학 버스에서 버티는 게 안쓰워요.” - 학부모 K씨
 
자가용 차를 이용해 서울 구로구 정진학교로 통학하는 85명 학생들의 거주지부터 학교까지의 거리 시각화

자가용 차를 이용해 서울 구로구 정진학교로 통학하는 85명 학생들의 거주지부터 학교까지의 거리 시각화

 
정진 학교 학생 93명(31%)은 자가용 차로 통학을 합니다. 장애정도가 심하거나, 집 근처로 오는 통학 버스가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들 중에 울며 겨자먹기로 자가용 통학을 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후 2시 40분 정규 수업이 끝나고 아이가 집에 돌아오면 돌볼 수가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방과후 활동을 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방과 후 활동이 끝난 뒤에는 통학 버스가 없으니 자가용을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위 지도는 자가용으로 통학하는 학생 85명의 집이 정진 학교까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보여줍니다. 서울 6개구, 경기도 4개시에서 서울 구로구의 학교까지 원정통학을 하는 ‘험난한 여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 김포시 중봉로에서 통학하는 학생의 집은 학교까지 최단 경로로 22.4㎞ 떨어져 있습니다. 출근 시간에는 약 1시간 10분이 걸리는 거리입니다. 학교까지 최단 거리가 21㎞인 경기도 고양시 도래울안길에서 등교를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역시 편도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두 학생의 통학 거리는 왕복 약 45㎞, 하루에 3시간을 학교 오가는데 쓰는 셈입니다. 이현정 선생님은 “주변에 장애유형에 맞는 특수학교가 없는 경우가 많고, 일부 학생은 이사를 간 뒤에도 새 학교 적응이 힘들어 멀리서 정진 학교를 찾아온다”고 말했습니다. 
 
조사 결과 통학 버스ㆍ자가용 통학을 포함해 근거리통학 기준(편도 30분 이내)에서 벗어나는 학생은 총 104명(35%)이나 됐습니다.  
 
문제는 전국을 기준으로 볼때 정진학교는 그나마 통학시간이 짧은 편이라는 겁니다. 전국의 장애학생 원거리 통학 비율(편도 30분 초과)은 49.9%까지 올라갑니다. 경기도는 58.9%, 충남은 58.8%, 울산은 56.9%가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 학생들도 그럴까요? 일반 학생들은 78.4%가 30분 이내 학교로 통학을 하고 있습니다. 1시간 이상 걸려 통학하는 비율도 일반 학생이 3.4%인 반면,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11.7%로 3배가 넘었습니다(『특수교육 접근 기회의 지역적 불균등에 대한 기초 연구(2014)』참조). 특수학생 2명 중 1명은 원거리 통학을 하고, 10명 중 1명은 편도만 1시간 이상 걸려 통학을 하는 셈입니다. 이현정 선생님은 “자식이 장애가 있건 없건 아이들이 집 가까운 학교에 다니며 고생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충남지역 특수학교 전체 6개교(천안인애, 아산성심, 공주정명, 서산성봉, 보령정심)를 대상으로 통학거리를 시각화 한 결과를 보면 40㎞이상 떨어진 곳에서 학교를 배정받은 학생들이 다수 있습니다. 왕복 80㎞에 달하는 초장거리 통학입니다. 자료 : '특수교육 접근 기회의 지역적 불균등에 대한 기초 연구(2014)'

충남지역 특수학교 전체 6개교(천안인애, 아산성심, 공주정명, 서산성봉, 보령정심)를 대상으로 통학거리를 시각화 한 결과를 보면 40㎞이상 떨어진 곳에서 학교를 배정받은 학생들이 다수 있습니다. 왕복 80㎞에 달하는 초장거리 통학입니다. 자료 : '특수교육 접근 기회의 지역적 불균등에 대한 기초 연구(2014)'

 
더 많은 특수학교가 필요하지만
 
정부는 5개년 단위로 특수교육 청사진을 마련합니다. 현재 제4차 계획(2013~2017)이 진행중인데요, 지금까지 미흡했던 분야 4번째로 특수교육기관 확충 및 역할 강화가 꼽혔습니다(국립특수교육원 ‘제5차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2018~2022) 기초 연구’). 1~3위가 취업ㆍ 진로ㆍ평생교육 등 장애학생들이 앞으로 먹고살 문제인 걸 감안하면, 특수교육 현장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은 교육기관 확충인 셈입니다.  
 
정부는 그래서 특수학교를 더 많이 지을 계획입니다. 특수교육 대상자의 통학권, 혹은 적정한 통학거리 보장은 교육복지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3일 “2022년까지 특수학교 18개 학교를 추가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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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계획과 다릅니다. 서울시는 2002년 경운학교(종로구) 신설 후 한 동안 특수학교를 건립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2일 30번째 특수학교인 효정학교(시각장애)가 강북구에 문을 여는데 15년이 걸렸습니다. 

 
2019년 3월 개교 예정인 서초구 나래학교(옛 언남초등학교 터)는 주민토론회가 무산됐고, 중랑구의 동진학교는 5년째 부지 선정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주목 받은 강서구의 서진학교(가칭)은 2013년 행정예고되어 2019년 개교 예정이지만, 논란에 휩싸였구요.  
 
장애 학생이 가장 많은 경기도의 상황도 서울과 비슷합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계획된 특수학교는 주민 반대로 처인구로 옮겨가야했고, 구리ㆍ남양주 지역 특수학교는 부지 선정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특수학교 설립, 왜 이렇게 어려울까
 
부산광역시 교육청 보고서에 따르면, 특수학교 설립의 발목을 잡는 요인은 크게 3가지 입니다.  
 
우선 장애학생에 대한 편견입니다. 보고서는 “장애학생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이들이 성추행이나 폭행 등 우발적인 행동을 할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두번째는 지역 발전에 악영향을 주고 자신의 재산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는 ‘공공성 결핍’ 증상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정부의 홍보 부족과 주민-특수학교간 이해ㆍ소통 부재를 꼽혔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특수학교 설립의 필요성 자체에는 대부분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학교가 들어설 곳이 자신의 동네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특수학교가 세워지면 지역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과 ‘더불어 사는 지역공동체의 이미지가 생길 것’이라는 의견이 비슷하게 나옵니다. 한발 더 나가 ‘집 주변에 특수학교가 설립되면 반대운동에 참여할 것’ ‘아이들이나 가족을 학교주변에 가까이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는 응답도 나옵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정답은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장애학생의 교육권과 특수학교 설립 필요성에 대한 언론 홍보’ ‘지역주민이 요구하는 선호시설 동반 설립’ ‘기존 특수학교의 지역사회에 대한 긍정적 영향 홍보’ ‘학생들을 위한 교육시설(일반학교,도서관,체험교육장) 동반 설립’ ‘카페, 공방 등 학교 기업 동반 설립’ ‘지역주민의 특수학교 방문기회 확대’ 등을 갈등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건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을 일은 아니란 것입니다. 그렇다고 지역 주민들의 이기주의가 유일한 원인도 아닙니다. 
 
한 연구(‘장애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 입지선정’, 2015)에 따르면 사람들은 특수학교에 대해 본인은 ‘걱정된다’ ‘도와주고 싶다’ ‘뭉클하다’ 등의 감정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사회가 특수학교를 어떻게 인식하는 것 같냐는 물음에는 ‘불쌍하다’ ‘불편하다’ ‘걱정된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쉽게 말해 ‘나는 그렇지 않은데, 남들이 특수학교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는 겁니다. 
 
이런 개인과 사회의 인식차이. 그 간극을 넘지 않고는 특수학교를 위한 자리는 만들어지기 어려워 보입니다. 특수학교는 ‘특수한’ 학교가 아니라, ‘조금 다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일 뿐입니다.
 
바로 집 앞에 학교를 두고도 아이들의 장애 특성에 맞는 학교를 찾아 새벽부터 등교를 해야 합니다. 학교 근처로 이사를 하고 싶지만, 장애 아이를 둔 부모가 얼마나 경제적 여유가 있겠어요. 치료비에 재활비에... 우리 아이들도 배워야 살아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전염병 환자처럼 다들 오지 말라고만 하고. 10년 전에도, 지금도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아요. 그게 현실입니다” -한국특수학교 학부모협의회 강복순 대표
 
정원엽·박형수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그래픽 = 김은교 디자이너
데이터분석 및 데이터시각화 = 코드나무 김승범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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