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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집행 때 쓰던 진통제까지 … 약에 빠진 우즈

중앙일보 2017.08.22 01:00 경제 11면 지면보기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지난 5월 플로리다주 주피터에서 음주 운전 혐의로 체포된 타이거 우즈(42·미국)는 “술이 아니라 약물 탓에 운전을 하다 정신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음주 운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실시한 그의 소변 검사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알코올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5가지 약물이 검출됐다. 마약성 진통제 바이코딘, 또 다른 마약성 진통제 하이드로몰폰, 마리화나의 환각 성분인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 수면 유도제 졸피뎀 성분인 엠비언, 신경 안정제 알프라졸람 등이다. 우즈가 이 약물의 처방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처방을 받았다면 불법 약물은 아니다. THC, 바이코딘, 하이드로몰폰은 국제 대회에선 금지 약물로 지정돼 있지만, 대회 중에 복용한 게 아니라면 도핑 위반도 아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이 약물이 상당히 위험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반(反)도핑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종하 경희대 의대 교수(재활의학과)는 “부작용 때문에 국내에선 잘 처방하지 않는 성분들이다. 특히 운동선수들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약물”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독 의존 성향이 강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진영수 건국대병원 의과전문대학원 초빙교수(한국도핑방지위원회 위원장)은 “우즈의 몸에서 나온 진통제 바이코딘, 하이드로몰폰은 악명 높은 약물”이라고 말했다. 바이코딘은 효과가 좋아 운동선수들이 몰래 사용하는 일이 잦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과다 복용 시 의식을 잃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에서 의사인 주인공은 통증 때문에 바이코딘을 매일 복용하다가 약에 중독이 됐다.
 
하이드로몰폰은 아편의 주성분인 모르핀 중에서도 효과가 강한 것이다. 미국에서 사형을 집행할 때 사용한 바 있다. 이종하 교수는 “하이드로몰폰을 처방받았다면 선수의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통증이 심각하지 않은데도 이 처방을 받았다면 중독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미국은 작은 통증도 약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비해 과다한 처방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의사들이 이렇게 많은 마약성 약물을 동시에 처방할 이유가 거의 없다. 슬럼프나 잦은 부상에 따른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고통 때문에 선수가 임의로 약물을 구해 복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THC는 마리화나 환각 성분으로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 치료 목적의 마리화나는 우즈가 살고 있는 플로리다 주에서는 합법이다. 그러나 역시 중독성이 문제다. 이 교수는 “해당 약물 외에도 안전하고 적절하게 쓸 수 있는 약이 많은데 이를 쓴 것이 의외다. 중독성이 강한 약물을 장기간 투여했다면 문제는 더 크다”고 지적했다.
 
우즈는 이미 2010년 바이코딘 약물 중독으로 집중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는 이후 7년 이상 중독성이 강한 진통제를 투여했다고 볼 수 있다.
 
우즈는 무릎과 허리 수술을 각각 4차례 받았다. 우즈는 다이나믹한 스윙 탓에 관절에 무리가 갔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다. 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근육을 키우려는 집착도 있었다. 군인 출신 아버지가 사망한 뒤 특수 군사훈련을 받다가 부상도 당했다.
 
우즈의 정신 건강도 문제다. 졸피뎀은 강력한 수면제다. 지난 2008년 노르웨이의 한 연구진은 “졸음을 유발시켜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불안과 공황장애 등에 사용하는 신경안정제 알프라졸람도 효과는 강력하지만 의존성을 높여 남용이 쉬운 약물로 꼽힌다.
 
우즈의 불면증은 유명하다. 며칠씩 잠을 못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잦은 해외 투어로 인한 수면 불균형과 스트레스, 불안감도 원인이다. 로리 매킬로이는 “우즈가 새벽 3시에 ‘나는 역기를 들고 있는데 너는 뭐하고 있느냐’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즈가 강력한 두 가지의 수면제 성분을 복용하는 것은 그만큼 정신적 고통이 크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할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즈의 몸에서 검출된 약물로 미뤄볼 때 그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외부에 알려진 것 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분석했다. 우즈는 최근 약물 중독 집중 치료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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