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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구상’ 첫발, 남북 군사·적십자 패키지 회담 제안

중앙일보 2017.07.18 01:55
대한적십자사는 17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오는 8월 1일 열자고 북한에 공식 제안했다. 이날 서울 남산동 적십자사에서 남북교류팀 직원들이 상봉과 관련된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대한적십자사는 17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오는 8월 1일 열자고 북한에 공식 제안했다. 이날 서울 남산동 적십자사에서 남북교류팀 직원들이 상봉과 관련된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부가 17일 북한에 남북 군사당국 회담과 남북 적십자 회담을 열자는 ‘패키지’ 남북 대화를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의 첫 공식 회담 제안이다. 남북이 고위급 또는 장관급 회담에서 여러 사안을 한꺼번에 논의하고 합의한 경우는 있지만 한국 정부가 두 가지 이상 각각의 회담을 동시에 제안한 건 처음이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날 오전 9시 “남북한 군사당국 회담을 오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한다”며 “북측은 현재 단절돼 있는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복원해 우리 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회신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서 차관은 회담의 급이나 구체적 의제와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북측의 상황과 입장을 고려해 일정은 정부가 제안했지만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북측에 일임한 것이다.
 
이와 관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의 형식과 관련해선 북측에 오픈해 제안했다”며 “회담이 열릴 경우(한·미 군사훈련과 관련한 문제도)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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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도 같은 시간 “추석(10월 4일)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는 등 인도적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을 다음달 1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김 직무대행은 “현재 우리 측에는 많은 고령의 이산가족이 가족 상봉을 고대하고 있으며, 북측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분들이 살아 계신 동안에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정부의 남북 군사당국 회담 제의에 응할 경우 지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1년7개월여 만에 남북이 군사 문제를 놓고 테이블에 앉게 된다.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지난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열렸다.
 
특히 정부는 이날 제안에 대해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응답해 달라고 북한에 주문했다. 지난해 2월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에 북한이 반발하며 서해 군통신선과 적십자 채널을 폐쇄했다. 이에 따라 북측의 남북 회담 호응 여부뿐만 아니라 단절된 통신선 복원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이날 정부의 패키지 제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7·6 베를린 구상’의 후속 조치 일환으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10월 4일(추석 및 10·4 선언 10주년)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정전협정기념일(7월 27일)을 맞아 휴전선 일대에서의 남북 간 적대행위 중지 ▶한반도 평화와 남북 협력을 위한 남북 간 대화 등 4대 제안을 했다.
 
청와대를 비롯해 외교안보 부처는 이날 회담을 앞두고 회담 제의 방식과 의제를 놓고 지난 13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확정한 뒤 미국 등 주변국에도 설명하는 과정을 거쳤다.
 
정부 당국자는 “문 대통령의 네 가지 제안 중 오늘(17일) 남북 대화 복원을 포함해 세 가지를 한꺼번에 제시한 셈”이라며 “정부는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도발에는 엄중히 대응하면서도 남북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는 취해 나가는 투 트랙으로 접근하겠다는 기조”라고 말했다. 조 장관도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끈기 있게 우리의 제안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관련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정부의 제안에 대한 대응 방향을 정하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보고 후 결심을 받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며 “금명간 어떤 식으로든 답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용수·이철재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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