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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신베를린 선언

중앙일보 2017.07.18 01:00
중앙일보 <2017년 7월 7일 30면>
뜻깊은 남북 정상회담 제안 … 실현 가능성이 문제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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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6일 베를린의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도발을 의식해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육성을 통해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은 또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자”며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 의지를 밝혔다. 이번 제안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과연 남북 관계의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반도의 운명을 남북이 주도권을 갖고 풀자는 게 핵심이다. 평화체제 달성을 위한 네 가지 제안도 눈에 띈다. 추석 성묘 등 이산가족 상봉,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7월 27일 휴전협정 64주년에 맞춰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남북 간 대화 재개 등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북한 붕괴를 바라지 않고,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으며, 인위적 통일도 추구하지 않는다는 ‘3대 불가 원칙’도 밝혔다. 이번 제안이 2000년 남북 화해·협력의 기틀을 마련한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비견할 수 있는 ‘신(新)베를린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문 대통령의 제안이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 내 구체적 결실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협상 테이블에 나가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 국제적인 대북 압박 분위기 속에 나온 문 대통령의 요구가 한국의 일방적이고도 낭만적인 바람을 담은 게 아니냐며 평가절하될 우려도 있다. 이 제안이 자칫 허공 속 메아리가 될지 모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편 이에 앞서 열린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용납할 수 없으며 북한이 추가 도발을 못하도록 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러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이견을 노정하는 한계를 보였다.
 
시 주석은 “한국은 중국의 정당한 우려를 중시하고, 중·한 관계 발전을 위해 장애를 제거하라”고 말해 사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상견례 이상의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예정보다 긴 시간 동안의 허심탄회한 대화, 상호 초청과 양국 동반자 관계의 격상 합의를 통해 이번 한·중 회담은 첫 단추는 무난히 끼웠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겨레 <2017년 7월 7일 27면>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남북대화로 결실 맺기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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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일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 이행 ▶북한 체제 보장하는 비핵화 추구 ▶남북 평화체제 ▶한반도 ‘신경제지도’ 본격화 ▶비정치적 분야 교류협력 확대 등을 5대 정책과제로 내세웠다. 또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도,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이른바 ‘대북 4노(No) 원칙’을 재확인하며, 북한 정권을 안심시키려 애썼다.
 
불과 이틀 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했음에도 문 대통령은 “(오히려) 대화의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고 강조하며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은 대북정책에 대한 장기적 목표와 방향성에 주안점을 뒀지만, 아울러 당장 실천할 5대 정책과제도 동시에 제안했다. ▶10월 4일 이산가족 상봉 및 성묘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의 적대행위 중단 ▶남북대화 재개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 등이다.
 
문 대통령은 핵 포기를 거듭 종용하면서도, 북한이 요구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이행의지를 약속했다. 이젠 북한이 화답할 차례다.
 
이들 제안 가운데 남북 관계를 풀어 나갈 실마리는 ‘이산가족 상봉’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이전에도 이산가족 상봉은 교착상태에 있던 남북 관계를 푸는 역할을 한 사례가 많다.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이와 무관하게 추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사안이다. 이를 떠나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의 평균 연령이 81살이다. 가족과 떨어져 60~70년 얼굴 한 번 못 본 이들의 마지막 소원을 풀어줄 수 있는 날이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북한도 다른 요구를 더 하기 전에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진행하기를 바란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이야기하면서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과 북경으로, 러시아와 유럽으로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분단 이후 한반도는 대륙에 속해 있으면서도 남북 모두 섬나라가 되었다. 우리의 시야는 그만큼 좁아졌다. 남북의 교류와 소통은 한반도가 대륙임을 다시 한번 확인함과 동시에, 남북한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와 교류, 발전에도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창이 된다. 문 대통령이 내민 손을 북한이 마주 잡고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길 거듭 당부한다.
 
2000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3개월 뒤 제1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도 또 다른 남북 화해의 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논리 vs 논리
“북호응 끌어낼지 미지수” vs “북, 이산상봉 정치와 연계 말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베를린에서 북핵 동결과 남북 정상회담 등을 포함한 신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베를린에서 북핵 동결과 남북 정상회담 등을 포함한 신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그동안 방치돼 있던 외교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웠다.
 
문 대통령의 행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이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장기 로드맵 역할을 하게 될 5가지 정책 기조는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이행,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법제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신경제지도 본격화, 비정치적 분야 교류협력 확대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으로는 10·4 이산가족 상봉 및 성묘,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 적대행위 중단, 남북 대화 재개 촉구 등 4가지다.
 
한겨레와 중앙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으로 인해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임을 강조하면서 이 시점에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기본 틀이 제시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남북이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한반도의 운명을 함께 주도적으로 풀어 나가려면 북한의 적극적 호응이 필요하기에 남북 정상 간 회담이 성사되기를 주문하고 반겼다.
 
두 신문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과 남북 정상회담 제안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2000년)에 견주면서 높이 평가했다. 당시 베를린 선언 이후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로 이어진 덕분에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 정착의 활로가 열렸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이산가족 상봉과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특히 더 관심을 보였다. 전자는 고령의 이산가족 연령을 고려할 때 시급한 인도주의적 과제다. 고립된 북한 입장에서도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된다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 후자는 철도 연결 및 다양한 경제협력지구 조성 등을 통한 공동경제 번영의 필수과제다. 이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성사시켰던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적극 추진되고 확대됐던 정책이다. 한겨레가 3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를 바라면서 북한의 적극 협조를 당부하는 바탕에는 그동안 멈추거나 후퇴했던 남북 화해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 유지를 기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중앙은 북한이 비협조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우려한다. 그동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과 남한이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버리지 않는 한 어떠한 협상도 없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여 왔다. 국제사회는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대해 압박과 제재 수위를 논하고 있다.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은 동북아시아를 긴장시킬 북한의 추가 도발에는 단호히 반대하지만 우리와 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어 공조에 장애가 있다. 길이 막히면 돌아가야 한다. 중앙이 한·중 외교에 특별히 관심을 두는 까닭은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국내외적으로 넘어야 할 현실적 어려움이 그만큼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중장기적 평화정책 방안이다.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여 단계적이고 포괄적 접근을 그린 로드맵이다. 구상에는 통일이 어느 한쪽의 계획과 설계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평화가 정착되면 언젠가 자연스러운 합의의 시간이 올 것이라는 입장이 담겨 있다. 더불어 ‘통일’에서 ‘평화’로 초점이 조정됐다.
 
한겨레와 중앙은 베를린 구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한겨레는 북한에 우리가 내민 손을 잡으라는 권유를, 중앙은 우리 정부에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줬다. 평화는 함께 만드는 것이므로 북한의 태도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태도 전환을 이끌어 낼 4대 제안이 중요해 보인다. 우선, 남북 이산가족 상봉 시점을 ‘10·4 정상선언일’로 잡은 것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어받음과 동시에 가족이 함께 모이는 추석 명절의 풍성함과 따뜻함을 연결하려는 의도다. 또한 실천 주체를 적십자회담으로 잡아 인권과 배려 및 민간 교류의 영역도 함께 넓히고자 한다. 둘째,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을 휴전협정일인 7·27로 제안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휴전일을 종전일로, 전쟁 중단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의미의 방향 전환을 얻을 수 있는 날이다. 가장 긴장도가 높은 군사 분야에서 실무자 회담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셋째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다. 남북한 주민의 마음을 묶고 전 세계인 앞에서 그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외부의 인식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준비 과정에서 남북 올림픽조직위원회의 회담이 수반될 것이다. 끝으로 남북 정상회담이다. 민간이 만나고 서로를 응원하고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 때 양국 정상도 만남의 벽이 낮아질 것이다. “모든 관심사를 논의하자”는 제안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함께 돌파구를 만들자’로 요약될 수 있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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