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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달걀·우유 94%가 최상품이라니 … 믿기 힘든 등급 판정

중앙일보 2017.07.18 01:00
통계청이 발표한 5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6% 올랐다. 특히 달걀 가격은 67.9% 폭등했다. 달걀의 등급도 고공행진 중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달걀의 외관, 난황(노른자) 퍼짐 정도, 이물질 등을 평가해 1+·1·2·3등급을 매긴다.
 

그런데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등급판정을 받은 4억4445만8000여개 달걀 중 93.5%가 1+등급을, 6.5%가 1등급을 받았다. 최하위 단계인 3등급 달걀은 2011년 이후 없었다. 달걀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나눠도 최상급이 대다수다. 왕란>특란>대란>중란>소란 순으로 크기가 크고, 개당 가격도 높은데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등급 판정 달걀 중 70.8%는 특란이다. 달걀의 크기가 클수록 영양도 많을까. 한귀정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달걀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아미노산 등 영양소가 많아 완전식품으로 꼽히지만 크기에 따른 영양소 차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달걀이 크기를 강조한다면 우유는 유난히 1등급임을 강조하는 식품이다. 1등급은 1A와 1B로 다시 나뉘는데 A와 B를 가르는 기준은 원유(가공을 거치기 전 젖소에서 바로 얻은 젖) 1ml 당 들어있는 세균수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5월 세균수 기준 국내에서 생산(낙농진흥회 소속 농가)된 원유의 94%는 1A등급이다. 한 우유업체 임원은 “실제로 1A등급과 1등급의 품질 차가 크지 않지만 한 등급 아래라는 사실 때문에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며 “대부분 똑같은 1A 등급이어도 최고 등급임을 강조해서 마케팅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젖소의 건강을 나타내는 판단 기준 가운데 하나인 체세포수로 매긴 등급 상황도 비슷하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지난해 3월 출시한 ‘나100%’ 우유는 체세포수 1등급 원유만으로 만든 우유라는 점을 강조해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억개(200ml 기준)를 돌파했다. 그러나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대다수의 우유 가공업체가 이미 체세포수 1등급인 원유를 사용하고 있다. 체세포수 기준 1등급 원유 비율은 67.4%에 이른다.
 
쌀 역시 등급이 품질을 보장하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1년 11월부터 시행하는 ‘쌀 등급 의무표시제’에 따르면 쌀 등급은 ‘특·상·보통’의 3단계로 나뉜다. 쌀알의 수분 함유량, 싸라기(부스러진 쌀), 분상질립(흰 반점이 있는 쌀) 등을 검사해 등급을 매긴다. 손상이 없는 쌀(완전립)이 많이 들어 있을수록 높은 등급을 받는다. 그러나 낱알 모양은 다소 고르지 못해도 영양성분이 뛰어난 경우도 적지 않다. 고품질 쌀로 소비자에게 유명한 ‘오대’는 품종상 쌀알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 있어 현행 등급표시제에서는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무농약·친환경 재배 쌀의 경우 더 고가일 수밖에 없지만 농식품부 평가 기준에 따르면 쌀의 모양 등이 고르지 않아 특 등급으로 판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단순히 등급만 표기하기 보단 재배지나 재배방법 등을 표시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고기 등급제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현행 소고기 육질 등급은 근내지방도(지방함량), 육색 등의 기준에 따라 판정한다. 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고기색이 선홍색일수록 좋은 등급을 받는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근내지방도, 즉 마블링이다. 대리석 무늬처럼 퍼져 있는 마블링이 촘촘히 박혀 있어야 1++ 등급을 받는 데 유리하다. 고기에 마블링이 많이 생기게 하려면 풀이 아닌 옥수수와 같은 곡물사료를 먹여야 한다.
 
축산농가가 월 8만~10만원의 사료비를 추가로 부담하면서 마블링 등급 향상에 목을 매는 까닭은 소고기가 다른 육류에 비해 등급에 따른 가격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축산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당 평균 한우 경매 낙찰 가격은 1++등급 2만600원, 1+등급 1만8173원, 1등급 1만6386원, 2등급 1만3554원, 3등급 1만80원이었다. 영양가나 신선도와는 무관한 기준으로 등급이 매겨지고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내년까지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자체 등급’으로 몸값 올리는 호텔들=국내 호텔 등급은 1971년 이후 40여년간 무궁화 개수로 표시했지만 외국인 관광객 수가 증가하면서 2014년 9월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별 등급(Star Rating) 체계로 바꿨다. 등급 평가를 맡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4월을 마지막으로 무궁화 등급 발급 업무를 중단했다. 한번 결정된 등급의 유효기간은 3년으로, 2019년 4월까지는 무궁화 등급(구등급)과 별 등급(신등급)이 혼재하게 된다. 별 등급은 5성급-4성급-3성급-2성급-1성급으로 나뉜다. 1등급 호텔과 3성급 호텔은 수준이 비슷한 호텔로 볼 수 있다. 호텔업계에도 ‘등급 거품’이 존재한다. 간혹 국내 호텔등급 심사제도에 없는 ‘6성급’을 강조하는 호텔이 있다. 마케팅용으로 만든 ‘자체 등급’이다.
 
6성급을 내세운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 수준이 국제 기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여행전문지인 포브스트래블가이드의 호텔평가에 따르면 서울의 호텔 가운데 5성급 평가를 받은 곳은 단 한곳도 없다. 한 단계 아래인 4성급 평가를 받은 곳 역시 포시즌스서울·파크하얏트·호텔신라뿐이었다.
 
허정연·함승민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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