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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숙의 Q] 4억2000만 뷰의 신화, 세상을 바꾸다

중앙일보 2017.07.17 12:00
2011년, CBS에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이 탄생했다. 세바시는 공익 목적의 콘텐트임에도 누적 조회수 4억2000만 뷰 기록과 함께 매출 40억원을 벌어들였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세바시는 탄생 6년 만에 주식회사로 독립해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세바시 시청자와 함께 회사를 이끌어나가며 더 좋은 콘텐트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구범준 대표를 <배양숙의 Q>에서 만났다.
 
'배양숙의 Q'가 세바시 강연장에서 구범준 대표를 만났다. [사진·프리랜서 홍우성]

'배양숙의 Q'가 세바시 강연장에서 구범준 대표를 만났다. [사진·프리랜서 홍우성]

 
세바시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세바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생각의 씨앗’입니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체험하고 터득한 것을 전달해 줍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미처 경험하지 못한 일들, 몰랐던 생각들을 알 수 있어요. 이런 생각의 씨앗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과 이야기가 확산하는 사회에서 싹을 틔우는 것이지요. 이런 과정을 통해 더 좋은 세상,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이런 생각의 씨앗을 뿌린다는 관점에서 세바시는 아주 좋은 콘텐트에요. 만드는 저희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요.”
 
세바시 강연자나 청중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은?
“드라마 <내조의 여왕>, <뉴 논스톱>을 연출한 김민식 피디는 인터넷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기 쉬운 시대지만 영감과 동기 부여를 제공하는 콘텐트는 흔치 않다며 ‘세바시는 나를 바꾸는 공간, 너와 내가 공유한 이야기로 세상을 바꾸는 공간’이라고 하더군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주제의 김민식 피디 강연을 요약한 영상이 페이스북에서 3주 만에 100만 뷰를 달성했습니다. Re:plus HumanLab 박재연 대표는 세바시 강연자이자 열혈 팬이기도 한데, ‘삶은 경험 속에서 깨달은 눈물과 웃음의 공간’이며, 그 곳에서의 나눔은 모든 이들의 가슴에서 재해석되어 또 다른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역설했습니다. 로봇다리 세진이로 유명한 김세진군은 세바시를 통해  살아보지 않았지만 살아본 것 같은 세상, 세상을 눈이 아닌 가슴으로 볼 수 있는 방법, 말을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듣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말했어요. 세진군 어머니 양정숙씨는 세바시를 ‘100년의 내 삶에 1만년의 삶의 지혜와 깊이, 위로를 안겨주는 사람들’이라고 비유했고요.”
 
6년 동안 750여 명 강연자가 세바시 무대를 거쳐 갔다. 780여 편 강연 영상이 웹사이트나 모바일을 통해 방송됐다. 세바시는 140여 차례 오프라인 강연을 열었고, 매달 평균 2회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세바시에서는 다양한 각 분야의 강연자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청중들한테 전한다. [사진 세바시]

세바시에서는 다양한 각 분야의 강연자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청중들한테 전한다. [사진 세바시]

 
구 대표 삶에서 세바시란 어떤 의미입니까?
“나이 마흔쯤에 세바시를 기획했어요. PD, 즉 콘텐트를 만드는 직업인에게는 자기가 만든 걸 사람들이 많이 봐줬으면 하는 욕망이 있거든요, 저도 제 프로그램을 보고 사람들의 삶이 바뀌면 좋겠으니 돈 문제와 별개로 기분이 좋고 보람 있어요. 그 즐거움을 PD 경력 13년 만에 세바시를 기획하면서 맛본 것 같아요. 그 전에도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자부하지만 대중들에게 이렇게 많이 알려진 건 세바시가 처음이니까요. 20대에 세운다는 스타트업(신생기업)을 저는 50 가까운 나이에 세운 거죠. 하지만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저는 아직 청년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이 프로그램, 이 콘텐트를 더욱 잘 키워나가야죠. 그래서 저는 세바시를 남은 생에 함께할 수 있는 저의 콘텐트이자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세바시와 TED는 어떻게 다른가요?
“세바시는 우리 이야기입니다. 자기성장, 자기계발의 비중이 더 크죠. 세바시는 매월 강연을 진행하는 반면 TED는 연 2회 정도 대규모 강연을 진행합니다. TED가 매우 훌륭한 글로벌 강연 플랫폼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는 세바시가 더 경쟁력 있다고 봅니다. 한국에서 가요가 팝음악에 선두를 빼앗기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K팝이 한류의 선봉에 선 것처럼 세바시의 이야기들도 해외, 특히 아시아문화권 진출이 가능합니다.”
 
세바시가 주식회사로 새 출발하면서 새롭게 기획한 프로그램이 있나요?
“기존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만들면서 새로운 콘텐트도 선보이려고 준비 중이에요. 또 단순히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기보다 세바시 팬들이 회사의 주주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소액 투자)을 받을 예정입니다. 세바시를 사랑하는 팬들, 그리고 세바시의 성장 가능성을 보시는 투자자분들이라면 7월 20일부터 시작되는 크라우드 펀딩(와디즈)에 참여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새로 출발하는 회사 대표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이 남다르겠네요.
“말씀 드린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시키는 게 관건이에요.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고 새로운 사업을 전개해나가는 데 필요한 자본금 1억원을 후원받지 못하면 주식회사 전환의 의미가 없어질 테니까요. 그동안은 단순히 콘텐트로서 사랑 받아 왔지만, 목표액인 1억원 펀딩을 달성하면 저희 회사 팬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만큼 책임감이 남달라 지리라 봅니다. 저희 팀원들도 모두 사명감을 갖고 이 사업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세바시에 투자하는 강연자, 시청자들이 주주가 될 텐데 수익은 얼마나 낼 수 있나요?
“주주로 참여하면 세 가지 좋은 점이 있어요. 첫째는 세바시라는 좋은 콘텐트를 만드는 데에 기여하실 수 있다는 거에요. 그 부분에서는 기꺼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주실 거라고 믿어요. 둘째, 사업을 잘해서 한 해가 끝나고 결산할 때 벌어들인 수익을 주주들께 배당으로 돌려드릴 수 있어요. 이게 은행예금 이자보다는 높을 거에요. 셋째, 세바시라는 회사 기업 가치가 지금보다 높아질 거에요. 그렇게 되면 한 주 가격의 대여섯 배가 될 수도 있겠죠. 그 시점이 오면 지금 투자하시는 저희 팬들, 시청자 분들이 투자하시는 금액에서 적게는 몇 배, 많게는 몇 십 배를 돌려받으실 수도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저는 그런 상황을 꿈꾸고 있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할 겁니다.”
 
혹시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일은 없을까요?
“가치가 떨어질 일은 없어요. 세바시 팬들이 여기에 투자하면 그 자체가 기업가치를 상승시키거든요. 세상에 그런 회사는 많지 않아요. 그저 좋은 콘텐트를 만드는 회사가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한다면 그 움직임 자체가 기업가치를 올려놓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 시청자들과 함께하는 콘텐트는 망하지 않습니다. 저와 세바시 직원들이 좋은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시청자들과 함께 좋은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면 세바시라는 회사 가치는 계속 성장할 겁니다.”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해 시청자들과 함께 (주)세바시를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구범준 대표. [사진·프리랜서 홍우성]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해 시청자들과 함께 (주)세바시를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구범준 대표. [사진·프리랜서 홍우성]

구 대표가 생각하는 '돈'이란 뭡니까?
“짧고 단순하게 말하자면 돈은 '필요'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세바시가 엄청난 돈을 벌어서 구성원 모두를 부자로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창의적인 생각이나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만큼은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끔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세바시 때문에 가족에게 소홀했는데요, 회사가 성장해서 콘텐트가 자리잡고 돈을 더 벌게 되면 가족에게 무게추가 더 옮겨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돈은 제 삶의 균형을 맞춰주는 필요 조건이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돈은 지속 가능함이에요. 꿈이 있는데 물질적으로 부족해서 그걸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저희도 좋은 콘텐트를 계속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력이나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은 중요해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돈이란 혈액 같은 존재인데요. 구 대표 나름의 돈을 모으는 방법이나 철학이 있나요?
“제가 서른부터 지금까지 일하면서 느낀 게,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면 돈이 안 들어오더라고요. 오히려 의미 있는 일을 하면 돈이 따라오고요. 뻔한 말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저도 30대 후반에 지인에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세바시를 하면서 깨달았어요. 세바시는 공익적인 목적의 좋은 콘텐트이면서도 돈을 꽤 많이 벌었거든요. CBS가 방송을 시작한 지 70년 가까이 됐지만 작은 방송사이다 보니 콘텐트로 매출을 올리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바시가 그걸 해낸 거죠.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담고, 그 움직임을 사람들에게 알렸더니 기업이나 기관이 광고를 협찬해줬어요. IPTV 같은 곳에서 방송용 콘텐트로 판매되거나 대학교 수업, 초·중·고 교사들을 위한 온라인 이수 과정, 기업의 직원들을 위한 교육 과정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해요. 지난 6년 동안 그렇게 벌어들인 세바시 매출을 합치면 40억원 정도에요. 그 중 순수익은 17%정도 되고요. 개인적으로는 회사에서 저를 높이 평가해주면서 월급이 올라가기도 했고, 강의를 하거나 원고를 쓰니까 부수입도 들어왔어요.”
 
X세대(1960년대~1980년대 출생) 입장에선 저금리 시대에 돈을 버는 것도, 불리는 것도 쉽지 않은데요.
“저희 세대는 재테크를 잘못하는 세대가 아닌가 싶어요. 과거 개발 중심 고성장 시대 혜택들이 사라진 가운데 외환위기를 맞았고,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의 버블 사태까지 겪었죠. X세대 입장에선 사회 생활의 아주 중요한 시기를 저성장 시대에 보내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일하는 사람으로서 역량은 높아지는데, 부를 쌓는 쪽으로의 역량은 아쉬운 것 같아요. 재테크에 대한 지식은 있지만 실제로 해볼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고 기회도 없었다고 생각해요.”
 
세바시 같은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소액이나마 투자하는 것도 재테크 방법이 될까요?
“저도 몇몇 스타트업 기업들에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투자한 적이 있어요. 큰 수익을 벌려는 마음은 없었고, 제가 투자하는 100만원, 200만원이 그 스타트업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사업 자금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자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몇 군데 투자해놓으니까 어느새 가치가 커져 있더라고요. 일반 주식시장에서는 섣불리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반면에, 세바시 같은 스타트업 기업에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지원금처럼 투자한 돈은 큰 수익을 내고 있어요.”
 
막 시작하는 시점에 엉뚱한 질문이지만, 은퇴 시점은 언제로 잡고 있나요?
“70세 쯤으로 잡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를 전제로 하면 30년 정도가 남는데, 그 전에 세바시의 콘텐트를 만드는 일은 다른 후배에게 넘겨줄 수도 있겠죠. 그때도 여전히 세바시는 저에게 중요한 것이겠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게 꿈이었어요. 가정 형편 때문에 미술대학 진학을 포기했는데,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은퇴한 뒤에 적어도 5년 정도는 그림을 공부하고 75세 정도 됐을 때 개인전을 여는 것이 제 꿈이에요. 지인한테 제 그림을 강매하는 것이 아닌 정말 제 그림을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그림을 파는 프로 화가가 되고 싶어요.”
 
‘100세 시대’라고들 합니다. 이른 퇴직 등으로 '은퇴'라는 말이 무의미해지고 퇴직과 동시에 경제활동을 계속해야 하는 '반퇴'라는 말이 등장했는데, 반퇴 이후 나타나는 삶의 균열을 막는 방법을 생각해 봤나요?
“퇴직 이후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인 것 같아요. 경제적인 여건, 쌓아놓은 재산의 정도가 퇴직 이후 삶을 결정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찍부터 노후 준비를 하는 것이겠죠. 어떤 균열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은퇴 후에 화가가 된다고 해도 그림 공부를 하는 기간도 있을 테고,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기간도 있을 테니 그동안 경제적 기반을 잘 마련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만 된다면 인생 후반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으니 정말 좋겠죠.”
 
은퇴 이후 아내와 꿈꾸는 삶의 모습은?
“아마 제 그림을 파는 영업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웃음) 글쎄요. 제 아내는 지금 CBS에서 PD로 일하고 있고요. 저만큼이나 감각 있는 PD인 건 분명해요. 사실 저도 은퇴 이후에 무엇을 할 거냐고 물어본 적은 없어요. 일단 퇴직하기 전까지는 좋은 선교 프로그램들, 영상 콘텐트를 계속 만들겠죠. 그 외에는 이기적이게도 제 생각만 했네요. 집에 돌아가서 아내와 진지하게 얘기를 나눠봐야겠어요.”
 
 
구범준 대표는 퇴직 이후 프로 화가의 삶을 꿈꾸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홍우성]

구범준 대표는 퇴직 이후 프로 화가의 삶을 꿈꾸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홍우성]

마지막으로,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운 X세대 동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면?
노후를 위한 재테크를 못했을 우리 X세대 동년배들에게. 세바시에 투자하세요. (웃음) 노후에 사용할 좋은 재원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은하철도 999>를 같이 보면서 성장한 X세대. 이 시대 철이들은 삶의 최종 목적지인 안드로메다에 가는 데 1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오늘 X세대 철이들 중 구범준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인생의 절반을 통과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용기에 무한응원을 보내며 기다리는 50년의 시간도 가족과 일, 그리고 가슴 뛰는 꿈인 화가로서의 멋진 삶, 새로운 도전을 통해 행복을 느끼길 기원합니다. 구범준 대표만의 안드로메다로 잘 도착하시길….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은하철도 999…♪”
 

[제작 현예슬]

 
배양숙 (사)서울인문포럼 이사장 theore@joongang.co.kr
정리 = 장하니 인턴기자 chang.h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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