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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뜨자 미국선수 톱10서 사라져...US여자오픈 72년 만에 처음

중앙일보 2017.07.17 10:11
박성현 [USGA/Chris Keane]

박성현 [USGA/Chris Keane]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17일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박성현은 최종라운드 5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합계 11언더파로 아마추어 최혜진(18)을 2타 차로 제쳤다. 최혜진은 16번홀 티샷이 물에 빠지는 바람에 50년 만에 아마추어 우승자가 될 기회를 놓쳤다.  
대회 공동 3위는 한국의 허미정(28)과 유소연(27)이었으며 이정은(21), 김세영24), 이미림(27), 양희영(28)도 톱 10에 들었다. 10위 안에 한국 선수 8명, 중국과 스페인 선수가 각각 1명이며 미국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미국 선수가 자국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US여자오픈에서 한 명도 톱 10에 들지 못한 것은 1946년 대회가 시작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72번 열린 US여자오픈에서 52차례 우승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세가 강해졌지만 톱 10에 미국 선수가 한 명도 없을 확률은 거의 없다.  
올해 대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의 골프장에서 열렸다. 또 대통령이 유달리 챙긴 대회다. 미국 대통령이 US오픈 대회장에 방문한 기록은 2번 있다. 그러나 모두 남자 US오픈이었고 잠깐 들렀다 갔다. 트럼프는 여자 US오픈에 찾아온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이다.  
대회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이곳에 찾아와 US오픈에 맞게 어렵게 세팅된 코스에서 라운드를 즐겼다. 당시 연습라운드를 하고 있던 한국의 아마추어 선수 성은정(18)에게 다가가 “한국 대통령을 만나고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사흘을 머물고 백악관으로 돌아갔다가 열흘만인 15일 대회장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도 그는 2라운드부터 최종라운드까지 사흘간 경기를 관전했다.
대회장에 오게 된 이유를 트럼프는 “여성 대회 중 가장 중요한 대회여서”라고 트위터에 썼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등은 트럼프가 자신의 부동산 홍보를 위해서 대회장에 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7년 2월 대통령에 취임한 뒤 리조트와 골프장, 호텔 등 자신 소유의 부동산에 간 날이 53일이 넘었다. 이 중 골프장을 찾은 날은 39일이다. 트럼프는 미일 정상회담 후 라운드 등 공적 행사에 자신의 시설을 이용해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비난을 받았다.  
[USGA]

[USGA]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장을 찾은 또 다른 이유는 미국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골프광인 트럼프는 ‘풍운아’ 존 댈리 등과 친하다. 여성 선수 중에서는 미국 선수 중 맏언니인 크리스티 커(40)와 인연이 깊다. 커가 2005년 트럼프가 출연하던 방송 ‘어프렌티스’에 게스트로 나오면서다. 커는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비난을 받던 대선 후보 시절에도 열렬히 지지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커의 성적도 좋아졌다. 트럼프는 4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커의 우승에 축전을 보냈다. 커는 이번 대회 중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 대회를 하니 더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커는 마지막날 3오버파를 치면서 합계 1언더파 공동 19위에 머물렀다. 다른 미국 선수들 역시 결과가 좋지 않았다. 미국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은 렉시 톰슨은 “최선을 다 했지만 이번 주에는 경기가 잘 안됐다”고 했다. 미셸 위는 목이 아파 경기 중 기권했다.
미국 선수들이 부진하고 한국 선수들이 앞서나가자 트럼프는 “한국의 아마추어 선수가 잘 한다”는 트윗을 쓰고 박성현의 경기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자’는 트럼프의 구호는 미국 최고 대회인 US여자오픈 리더보드에서 볼 수 없었다. 트럼프가 깔아준 멍석에서 한국 선수들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정보기술융합합과 교수는 “성적으로 보면 이번 US여자오픈은 한국 여자 오픈에 펑샨샨이 초청 선수로 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윈슬럽 대학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가르치는 정진욱 교수는 “미국을 지나치게 우선시하며 인종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 코스에서 톱10에 미국인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면서 “골프 코스와 공은 사람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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