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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분석] 대북 양대 제안에 북 이중빗장 풀까

중앙일보 2017.07.17 09:59
정부가 17일 북한에 남북 적십자회담과 군사당국회담을 동시에 제안하면서 북한의 호응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북제의인데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밝힌 대북접근 구상의 첫 발을 내딛는다는 점에서다. 이번 제의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는 돌파구 마련이냐 아니면 경색 국면의 지속이냐는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17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남북군사당국회담 개최를 북한에 제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17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남북군사당국회담 개최를 북한에 제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북한이 즉각 반응을 보이며 우리 측의 제의에 화답할 가능성은 낮다. 2가지 중대제안을 예상한듯 북한은 이미 이중빗장을 견고하게 질러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산상봉 등 인도적 문제를 다룰 적십자회담의 경우 북한은 지난해 4월 중국에서 집단 탈북한 뒤 한국에 입국한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또 군사당국회담의 경우 한·미 합동군사연습의 중단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사전에 큰 말뚝을 박아놓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을 정부 당국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대북 압박·제재와 함께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만큼 어떤식으로든 대북물꼬를 트려는 노력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 손놓고 있을수 없다는 고민이 있다. 회담 제의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후속조치 성격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이 언론에 설명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7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이산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을 제안하고 있는 김선향 한적 회장 직무대행.[연합뉴스]

17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이산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을 제안하고 있는 김선향 한적 회장 직무대행.[연합뉴스]

사전에 북한과의 물밑 조율을 통해 대화재개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인다. 핵·미사일 문제로 인한 대북제재 국면과 북한의 대남도발 위협 등으로 촉발된 긴장고조 상황을 막후접촉만으로 기류를 바꾸기는 쉽지않다는 측면에서다. 
북한은 상당기간 고심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제안거부 쪽으로 무게가 실리지만 전격적인 수용을 통해 대화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은 회담 테이블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적극 내세우는 전술을 취할 공산이 크다. 적십자회담에서는 북한 종업원 송환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군사당국회담에서는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하며 날카로운 선전전을 펼치는 방식이다.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합뉴스]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합뉴스]

정부로서는 대북제안을 북한이 수용할 수 있도록 압박과 설득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당국회담의 경우 "휴전협정 64주년인 오는 27일 군사분계선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을 이행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8월이 되면 다시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에정돼 있고 이를 빌미로 북한이 공세적으로 나와 한반도 정세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 추석이자 2차 남북 정상회담 공동선언 기념일인 10월4일을 계기로한 이산상봉이 성사되려면 준비작업에 속도를 내야한다. 
풀어야 할 숙제는 많고 난이도가 높은데 남북 간의 신뢰는 아직 대화 테이블을 마련할 수준까지 다다르지 못한 국면이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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