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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정은의 장인을 찾아서(1) 전통문화 향기 맡고, 재취업 기회도 찾고

중앙일보 2017.07.17 04:00
필자는 인간문화재들과 함께 최고급 전통공예품을 제조해 유통하는 일을 한다. 은퇴 후 전통공예를 배울 문하생을 찾고 있다. 시간과 노력은 많이 들지만, 은퇴 이후가 인간문화재로부터 전통예술을 배울 좋은 기회다. 전국 곳곳에 있는 인간문화재를 소개하면서 전통공예 문하생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제시, 재취업으로 연결하려 한다. <편집자> 
 
[사진 이정은]

[사진 이정은]

 
명품 하면 이탈리아 같은 유럽에 있는 나라부터 떠오른다. 명품을 만드는 장인 역시 유럽인이 연상된다. 그러나 명품과 장인에 출생 지역이나 국가가 정해진 건 아니다. 유럽인들이 옛것을 찾는 전통을 이어오면서 명품과 장인이라는 말을 오래도록 써 선점했을 따름이다. 
 
한국에서 명품과 장인을 찾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명품과 장인이란 존재가 없기 때문에 만들어 보자는 건 아니다. 엄연히 있다. 어떻게 찾아내고, 보존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사진 이정은]

[사진 이정은]

 
2008년 이전 나에게 장인은 '손'이었다. 40년 이상 묵묵하게 한 가지 일을 반복해 시커멓게 지워지지 않는 때가 낀 손. 그 손은 잡기 안쓰러울 만큼 주름졌지만 잡아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었다. 그런 장인과 장인이 만드는 작품을 10년째 찾고 있고, 그들과 명품화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명품화할 만한 대상을 발굴해 사업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나의 미션으로 삼고 있다.  
 
그간 만났던 대다수 장인은 생계를 이어가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지쳐 보였다. 한편으론 많은 이들이 손기술의 맥을 미래로 이어 가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다. 국가에서 만든 문화재 계승 제도도 문제였다. 비슷한 분야의 문화재들 끼리 경쟁을 하다 보니 모두가 경제적 여유와는 멀어져 갔다. 욕심 때문에 서로 반목하기도 했다. 
 
[사진 이정은]

[사진 이정은]

 
새로운 장인을 발굴하려해도 피해의식 때문인지 '나를 이용해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장인의 작품을 브랜드화해 세상에 알려주겠다는 데도 경계심이 가득찬 표정을 지었다. 결국 뛰어난 실력을 가졌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 더 나은 작품이 나오도록 하는 동인을 제공받지 못하게 됐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나도 힘들었다. 그렇다고 이 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장인들에게 긍정 마인드를 심어줘 의식의 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었다. 함께 하고 있는 문화재들에게나 혹은 언제가는 함께 할 장인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나의 명품화 작업은 장인들의 소명의식을 북돋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사진 이정은]

[사진 이정은]

 
나는 내 일에 자부심과 행복을 느끼고 있고, 사명감도 있다. 100세 시대에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흔히 부나 명예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나는 자부심이라고 답하고 싶다. 많은 멘토가 인생 후반부에는 남의 시선이나 평판보다는 본연의 내가 더 중요해진다고 일러줬다. 행복하고 가치있게 나이 들기 위해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은퇴후 혹은 실업난 속 직업을 고를 때 전통문화와 관련된 일자리를 고려해 보라. 
 
21세기 이전에는 전통문화재를 산업화하는 데 관심을 보이는 나라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 모든 국가가 국가 브랜드로 키울만 한 게 무엇인지 경쟁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브랜드의 전문성과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다양한 일자리 창출의 관건이 된다. 
 
[사진 이정은]

[사진 이정은]

 
전통문화재의 명품화 사업은 기초부터 튼튼하게 지긋이 역사를 쌓아가야 무너지지 않고 오래 간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수공예품처럼 시간을 충분히 두고 만들어야 제품이 경쟁력을 가진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 브랜드로 도약이 가능하다. 
 
브랜드의 완성도는 디자인과 철학, 그리고 장인의 정교한 기술적 숙련도에 달려 있다. 명품화 사업도 내수 및 수출 산업으로 활발하게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장인과 그들의 작품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 내가 만들어 나가고 싶다.
 
이정은 채율 대표 je@cheyul.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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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주 박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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