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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문무일, 1994년의 초심을 기억하라

중앙일보 2017.07.17 02:13
조강수 논설위원

조강수 논설위원

지존파(至尊派) 수사 논란이 뜨겁다. 오는 24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문무일 후보자가 ‘지존파 사건 전모를 밝힌 검사’라고 보도한 일부 기사가 불을 지폈다. 7명의 범인들을 검거했던 서울 서초서 경찰관들이 발끈했다. “당시 참 열심히 일했던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의 지존파 사건 지휘검사에게도 누(累)가 될 수 있는 일”이라는 거였다. 누가 맞을까. 퍼즐을 맞춰보자. 당시 지휘검사는 형사3부의 김홍일(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검사. 지난주 그를 만났더니 구체적 범행 일시와 등장인물들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문 후보자가 관계된 부분은 뭔가.
“지존파 일당 검거 이후 현장검증 하러 내려간 게 1994년 추석 때였다. 살해당한 5명 중 세 번째 피해자가 경기도 성남의 유흥주점에서 밴드마스터(악사)로 일하던 이모씨였다. 지존파는 양평으로 드라이브 나온 이씨와 술집 여종업원을 납치해 전남 영광군 불갑면의 비밀 아지트로 데려갔다. 이씨를 공기총으로 살해하고는 시신을 운전석에 앉힌 뒤 장수군의 산자락에서 밀어뜨려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위장했는데 바로 그 사건이다.”  
 
그의 역할은.
“내가 이씨의 변사사건 기록을 가져다 보니 장수경찰서 경찰관이 ‘교통사고로 내사종결하겠음’이라고 보고한 게 있더라. ‘성남에서 차로 장수까지 왜 왔는지, 오른쪽 신발이 없는 이유가 뭔지 등을 조사한 후 재지휘받을 것’이라는 문서도 있었다. 문 후보자 명의였다. 전북 전주지검 남원지청 소속의 3년차 촌 검사가 수사 지휘를 제대로 한 것이라서 매우 놀랐다. 대검 강력부에 보고했다.”
 
문 후보자에게도 직접 물었다. 그의 답은 이랬다. “당시 지존파의 감시 소홀을 틈타 도주한 여종업원이 성남의 유흥주점 사장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했다. 그 사장이 서울 서초서에 신고를 했고 서초서 경찰관들이 영광의 아지트를 급습해 일망타진했다.”
 
장수서에 수사 지휘를 한 건 언제인가.
"사장이 서초서에 신고하기 직전이었다. 변사 보고서 한 장에 ‘시신을 유족에게 인도하겠다’고 돼 있는데 얼른 봐도 의심스러웠다. 낭떠러지에서 추락했는데 브레이크 자국이 없고 차량 손상도 적었다. 타살 혐의가 짙었다.”  
 
지금도 아쉬운 게 있나.
“장수서 경찰관들이 그 지휘를 따라 성남에 갔더라면 사장을 만나 이씨가 살해됐음을 알았을 수 있다. 장수서가 머뭇거리는 사이 서초서가 범인을 잡았다.”
 
요약하면 문 후보자가 타살 혐의점을 발견해 재수사 지휘를 내린 것이 ‘팩트’다. 사고 현장에 직접 가고 부검에도 관여했다고 한다. 수사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보인 검사 자질이 평가를 받은 셈이다. 이듬해 문 후보자는 12·12 및 5·18 사건 특별수사본부의 일원으로 발탁됐다. 광주 출신의 문 후보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는 것이다. 그의 손윗동서는 5·18 사건 국가유공자다. 문 후보자는 군 복무를 마쳤고 딸 셋이 학생이라 위장전입, 취직 특혜 문제가 없다며 청문회 통과를 자신한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 문 후보자는 ‘논의 적극 참여’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선 ‘검경 협업의 문제’라는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경찰 수사지휘권, 유치장 감찰권, 영장청구권 등이 검찰의 권한이 아니라 인권 보호를 위한 책무라는 쪽으로 내부 인식을 바꿔 나가기로 했다.
 
진짜 고비는 청문회 이후다. 검찰 개혁에 반대하면 “촛불 정신을 잊고 저항한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고, 찬성하면 “바람도 불기 전에 먼저 눕는다”는 질타를 받을 게 뻔하다. 어떤 경우든 국민 생활·인권과 직결돼 있는 검찰 개혁이 정치적으로 변질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지존파 6명의 사형 집행을 지켜봤던 김홍일 변호사는 “법조인은 사형을 구형할 때나 선고할 때 야수와 같은 심정으로 한다”고 토로한다. 문 후보자는 23년 전의 초심으로 돌아가 결단의 리더십을 보여라. 또 다른 ‘문의 전쟁’, 개봉박두다.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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