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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김영춘·김수현의 위험한 운전

중앙일보 2017.07.17 02:03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국회에서도 사라진 날치기가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의장 조성희)에서 벌어질 줄은 몰랐다. 날치기는 과정이 부적절할 뿐 아니라 결과가 비극적이다. 극단적인 사례가 1996년 말 노동개혁 법안의 날치기다. 김영삼 정권은 전국적인 저항에 직면해 결국 날치기 법안을 취소했다. 정권은 그때를 기점으로 급속히 붕괴의 길을 걸었다.
 
지난주 금요일 13명의 이사들이 한수원 본사도 아닌 호텔의 지하방에 몰래 모였다. 얼마나 급하게 회의를 열고 빠져나갔는지 탁자 위에 깨진 물컵이 증거처럼 남아 있었다. 날치기 회의의 형식적·법률적 책임은 조성희 의장이나 이관섭 한수원 사장이 져야 한다. 그러나 날치기 상황을 압박한 건 지배주주로서 두 사람의 목줄을 쥐고 있는 정권 담당자들이다.
 
이사회에서 결정된 울산시 울진군 소재 신고리 5, 6호기 원전 공사의 ‘일단 중단’은 청와대에서 출발해 국무회의를 통해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석 달 뒤 시민배심원단의 최종 결론이 ‘공사 재개’라면 일시 중단에 따른 예산 손실은 1000억원이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돈이 아니라 안전이다. 익명을 요청한 원전 건축 전문가는 “콘크리트 작업 중지로 철근 부식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데 나중에 원전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영구 중단’으로 결론나면-이 정부의 인적 구성과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스타일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나의 불길한 예상이 틀리길 바란다-공정이 29%나 진행됐기에 매몰 비용으로 2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하루 3000명, 5년간 연인원 620만 명이라는 고용창출 기회도 사라진다. 집권 세력의 깊은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양쪽 방향등을 깜박거리며 어느 쪽으로 틀지 모를 자동차에 올라탄 사람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세계 원전사에 유례가 드문 ‘재개 가능성 열어 놓은 공사 중단’이란 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전문가나 관련 행정 유경험자가 참여한 흔적은 거의 없다. 청와대의 경우 일단 중단 방침은 김수현 사회수석이 주도했다고 한다. 그는 도시공학 박사다. 종합부동산세 신설에 관여했고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문 대통령의 연설문 중 일본 정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항의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 사망”(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대목은 김수현 수석실에도 책임이 있다.
 
국무회의(6월 27일)에서 일단 중단을 주장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가 에너지 공급원이란 관점에서 원전의 가치를 얼마나 생각해 봤을지 의문이다. 그는 부산 지역 현역의원으로 울산·경남 의원 등으로 구성된 탈핵 모임의 대표다. 그런 김 장관이 같은 부산 의원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원전 주변의 지자체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일시 중단이 가장 타당하지 않을까”라고 말했을 때 여기에 반대할 간 큰 국무위원은 없었을 것이다.
 
정권 실세인 김영춘 장관이나 김수현 수석이 집권을 위해선 시선을 모아야 하지만 집권 후엔 시야를 넓혀야 하는 이치를 깨닫기 바란다. 원자력은 석탄·천연가스·신재생과 함께 한국을 움직이는 네 바퀴 에너지원이다. 탈원자력·탈석탄이 급하게 추진되면 달리는 자동차에서 앞 바퀴 두 개가 빠지는 것과 같다. 이런 위험한 일을 하려면 아무리 운전대를 잡았다 해도 승객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별도로 밟아야 한다. 헌법상 승객 대표인 국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뒤탈이 없을 것이다. 더 바람직하기는 김영삼 정권 때처럼 한수원 날치기를 원상회복시키는 것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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