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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들려도 물살 가를 땐 편해요, 15세 채예지 ‘펠프스 꿈’

중앙일보 2017.07.17 01:00
채예지(15·용인 초당중3·사진)는 청각장애인 수영 선수다. 귀는 잘 들리지 않지만 그는 물속에선 그 누구보다 힘차게 물살을 가른다. 물속에선 적어도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채예지는 18일 터키의 작은 도시 삼순에서 개막하는 제24회 하계 ‘데플림픽’에 대한민국 대표선수로 출전한다. ‘소리 없는 올림픽’으로 불리는 데플림픽은 청각장애를 뜻하는 ‘데프(deaf)’와 올림픽(olympic)의 합성어다. 4년마다 열리는 데플림픽에는 두 귀의 청력손실이 각각 55데시벨(㏈) 이상인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55㏈은 일반적인 대화 소리 크기다.
 
채예지를 최근 만나 데플림픽에 출전하는 소감을 물었더니 몇 번이나 “네?” 하고 되물었다. 그는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아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고 소리를 읽어낸다. 채예지는 어린 시절 의료 사고로 청력을 잃었다고 했다.
 
“저는 기억을 잘 못하지만… . 3세 때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갔는데 약을 잘못 처방받았어요. 한참 열이 나더니 그 이후 갑자기 귀가 잘 안 들렸어요.”
 
그가 수영을 시작한 건 천식 치료를 위해서였다. ‘마린 보이’ 박태환 역시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 수영을 시작한 경우다. 채예지는 “어렸을 때부터 물을 좋아했다. 그런데 심폐 지구력이 좋아진다고 해서 수영을 시작했다. 지금은 천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채예지는 수영을 정식으로 배운 지 1년 만인 초등학교 4학년 때 소년체전에 나가 은메달(평영 50m)을 획득했다. 청력이 나쁘긴 하지만 스타트 신호는 들을 수 있을 정도라 일반 선수들과 겨루는 데도 큰 문제가 없었다. 6학년 때는 소년체전 3관왕에 올랐다.
 
13세 때인 2015년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농아인 대회 평영 50m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에선 4개 종목(평영 50m·100m·200m, 접영 50m)에 출전하는데 주종목인 평영 50m와 100m에서 메달을 노리고 있다.
 
중학교 3학년인 채예지는 체격이 훤칠한 편이다. 키가 1m80㎝인데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채예지는 “초등학교 때 ‘수영선수가 되고 싶다’고 하자 어머니는 내 걱정을 하시면서 반대하셨다. 그런데 할머니가 적극적으로 밀어주신 덕분에 수영을 계속 할 수 있었다”며 “장차 내 꿈은 데플림픽뿐만 아니라 올림픽에 출전해 일반 선수들과 함께 겨루는 것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23개나 딴 마이클 펠프스처럼 훌륭한 수영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채예지는 또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일상 생활에선 불편한 경우가 많지만 물속에 들어가면 편안함을 느낀다”며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열심히 물살을 가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는 18개 종목에 걸쳐 109개국에서 5000여 명의 선수단이 출전한다. 한국은 육상·배드민턴·볼링·유도·축구·사격·수영·탁구·태권도 등 9개 종목에 선수 79명과 임원 34명 등 총 141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2009년 타이베이 대회와 2013년 소피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종합순위 3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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