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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투자하고 인내하는 것도 자본이다

중앙일보 2017.07.17 01:00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4차 산업혁명은 중요한 화두이다. 경제성장동력으로 제시되는가 하면 실업의 공포를 자아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늘 있는 기술진보에 대해 너무 호들갑을 떤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바이오 기술 등이 산업생태계와 인간의 생활방식까지 탈바꿈하리라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향후 4차 산업혁명의 구체적인 진행 경로는 불확실하다. 핵심기술들이 다양한 데다 이들 간의 융복합으로 경우의 수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하나도 잘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렇게 많으니 따라가기 참 어렵다. 반면 기술 개발자는 한 우물을 파는 게 좋다고 한다. 수많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데 여기저기 쑤셔보는 것이 오히려 안 좋기 때문이다. 예전에 스티브 잡스는 청년들에게 “Stay hungry. Stay foolish”라고 충고했는데 “바보스럽게 우직해야 한다”고 한 것은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우직스럽게 한 우물을 파야 하는 기술자나 창업가를 지원하는 금융업자는 인내심이 커야 한다. 독촉한다고 바로 개발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격려하고 지원하는 게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최근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에서는 투자의 불확실성이 높고 회수 기간이 길어도 참을 수 있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인내자본은 시장이나 정부 모두를 통해 공급될 수 있다. 하지만 혁신기술 개발이 어려운 데다 융복합 등의 불확실성과 장기 회수 기간까지 고려하면 민간 투자자가 선뜻 나서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정책금융이나 공공기금이 상업금융보다 인내심이 크다. 이 점에서 스티글리츠, 마추카토 등의 학자들은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장한다. 더욱이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장, 특히 금융시장의 자원배분이 크게 잘못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강조가 더 커지는 대목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과거 한국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정부 부문을 통한 인내자본 공급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농업과 경공업이 전부인 나라에서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의 기술은 혁신적이고 불확실성이 높은 투자 대상이다. 인내자본의 공급은 상업금융만으로는 불충분했으며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에 크게 의존하였다.
 
그렇다고 이번에도 똑같은 성공 스토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한국 정부는 인내자본 공급뿐 아니라 자본의 배분에도 깊이 관여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높고 경우의 수가 많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부의 배분능력이 시장이나 민간부문보다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의 역할은 인내자본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하는 한편 각 부문의 지식과 지혜가 잘 조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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