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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민·김기수…인터넷 1인 방송으로 제2 전성기 연예인들

중앙일보 2017.07.17 00:05
김숙과 김생민 [사진 유튜브]

김숙과 김생민 [사진 유튜브]

26년 차 개그맨 김생민은 최근 한 달 새 팟캐스트에서 ‘떠오르는 샛별’이 됐다.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그는 청취자가 자기소개와 함께 한 달간 쓴 영수증을 보내주면 이를 신랄하게 컨설팅해준다. 영수증에서 불필요한 낭비 요소를 발견할 때마다 “스뜌삣(stupid)” 혹은 “수퍼울트라 스뜌삣”을 외친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네임택에 스뜌삣을 적어 신용카드에 붙여뒀다”거나 “뭔가를 사려고 하면 귓가에 ‘스뜌삣’이 환청처럼 들린다”는 반응이 즐비하다. “껌은 누가 사줄 때 먹는 것”, “사탕은 음식점에서 나갈 때 집어 먹는 것”, “저축은 할까 말까가 아니라 그저 공기 같은 것”과 같은 김생민 어록까지 나돌고 있고, 13일엔 26년 만에 처음으로 김생민의 팬카페가 개설됐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공식 방송을 한 지 한 달 만에 전체 팟캐스트 순위 6위(8일 기준), 코미디 부문 순위 1위(8, 9, 13일 기준)까지 올랐다.
뷰티크리에이터 김기수[사진 유튜브]

뷰티크리에이터 김기수[사진 유튜브]

 
지난 2010년 남성 작곡가를 성추행했다며 피소당한 뒤 오랫동안 슬럼프를 겪었던 개그맨 김기수도 인터넷 방송으로 뒤늦게 활짝 폈다. 무죄를 받았음에도 자신을 따라다니며 괴롭혔던 이미지를 오히려 역으로 이용해 화장법을 가르쳐주는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제2 전성기를 맞았다. 김기수의 무대는 유튜브다. 연말 파티메이크업에서부터 연예인 메이크업, 미세먼지 대처 메이크업 등 다양한 화장법을 실제 본인이 화장해가면서 설명한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그의 유튜브 채널을 보는 고정 구독자 수는 10만 명이 넘는다.
 
TV를 벗어나 인터넷 방송을 찾는 연예인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유튜브나 팟캐스트는 물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라이브 방송도 이들의 무대가 된 지 오래다. 김생민이나 김기수처럼 기성 방송계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같은 움직임은 개그 프로그램이 줄어들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개그맨들 사이에서 더욱 적극적이다. 홍현희, 장유환, 박지현 등 최근 SBS ‘웃찾사’ 폐지로 갈 곳을 잃은 개그맨들도 지난 8일 팟캐스트 방송 ‘팟개스타’를 시작했다. 이들은 '웃찾사' 때와 유사하게 팀을 나눠 오디오 상황극을 올린 뒤 청취자들의 반응을 통해 승자를 가린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타들의 경우 팬층의 확보가 중요한데 TV 방송이라는 기존 채널로는 기회도 적고 한계가 있다”며 “지지 기반이 약한 스타들의 경우 이를 절실히 느끼기 때문에 도전이 더욱 활발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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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TV를 벗어나 여러 디지털 기반 플랫폼에 발을 담그는 대표적 이유는 TV 방송이 독점하고 있던 시청 기득권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시청자들은 굳이 TV 방송을 통해 콘텐트를 소비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1인 방송 플랫폼인 유튜브의 경우 동영상 시청을 위해 접속하는 이가 월간 전 세계 15억 명이다.
 
연예인만큼이나 팬층을 확보한 일반인 1인방송 스타들도 적지 않다. 이렇다보니 연예인들이 오히려 일반인의 방송에 출연하기도 한다. 지난 4월 ‘형돈이와 대준이’로 가수 활동을 하고 있는 정형돈과 데프콘은 유튜버 ‘천재이승국(구독자 8.9만)’의 방송에 출연했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 김상중은 지난 6월 자신을 패러디해 인기를 끌고 있던 유튜버 ‘보물섬(구독자 7.4만)’ 방송에 직접 출연해 함께 꽁트를 하기도 했다.
 
유튜버 '보물섬'과 김상중 [사진 유튜브] 천재이승국 유튜버의 방송에 출연한 정형돈과 데프콘 [사진 유튜브]
인터넷방송에선 연예인일지라도 일반인들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름만 믿고 쉽게 도전했다간 실패하기 십상이다. 이미 팟캐스트에는 개그맨들의 방송들이 숱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진짜로 황당하게 넘어지는 영상을 찾아보며 웃는 시대에 평범한 슬랩스틱 코미디가 먹힐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튜브의 경우 지난해 11월 국내 기준으로 100만 구독자를 달성한 채널이 약 50개, 10만 구독자를 넘어선 채널이 약 600개에 달한다. 그만큼 1인 인터넷 방송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는 얘기다.
 
현재 ‘제니워니’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임응석 전 CJ E&M PD는 “TV 방송을 벗어나면 말 그대로 ‘계급장’ 떼고 콘텐트로만 경쟁하게 된다”며 “트렌드를 읽으면서도 재밌는 콘텐트를 꾸준히 올리지 않는 이상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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