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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암 환자 ‘골격계 합병증’, 약으로 예방해 삶의 질 높인다

중앙일보 2017.07.17 00:02
 암 환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전이’다. 한곳에 있던 암이 다른 곳으로 퍼지면 치료가 훨씬 어렵다. 치료 효과도
 
떨어진다. 비교적 착한 암으로 알려진 유방암·전립샘암도 전이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뼈에 쉽게 전이되는데, 뼈가 약해져 골절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면
 
고약한 암으로 돌변한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으로 뼈 전이에 대비하면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김선혜(52·여·가명)씨는 얼마 전 허리뼈가 부러졌다. 암이 척추에 전이됐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살짝 찧은 엉덩방아가 골절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산책은커녕 몸을 돌려 눕는 것조차 어렵게 됐다. 김씨에게 몸이 불편한 것보다 힘든 것은 통증이다. 먹고 말하고 팔을 들어 올리는 간단한 행동에도 극심한 통증이 뒤따른다. 암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허리 수술까지 받아야 해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유방암·전립샘암 환자 20% 뼈 전이 경험
 
여러 암 가운데 유방암·전립샘암은 특히 뼈에 쉽게 전이된다. 유방암 환자의 18.8%, 전립샘암 환자의 17.5%가 뼈 전이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예전에는 뼈 전이까지 진행됐다면 살아 있을 확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최근엔 암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뼈로 전이된 후에도 오래 생존한다. 김씨처럼 암과 골절, 두 가지 적과 싸우는 환자가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뼈 전이는 합병증 때문에 더 위험하다. 의학적으로는 ‘골격계 합병증(SRE)’이라고 표현한다. 전이된 상태가 악화하면 여러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골절이다. 뼈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진다. 극심한 통증도 동반한다. 우울·불안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척추에 퍼진 암이 척수신경을 압박해 호흡곤란, 팔다리 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전이된 부분은 수술로 제거한다. 금속을 고정해 뼈 역할을 대신하고, 방사선치료로 추가 전이를 예방한다. 반복되는 수술 과정에서 몸 상태는 급격히 나빠진다. 당연히 암 치료 결과에도 영향을 끼친다. 암 생존 기간이 매우 짧아진다. 유방암·전립샘암은 원래 장기 생존율이 높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두 암의 평균 생존 기간은 각각 39개월, 30개월이다. 골격계 합병증이 찾아오면 생존 기간이 곤두박질친다. 보통 뼈 전이 이후 4~6개월 안에 골격계 합병증이 발생하는데, 이후 생존 기간은 유방암 13~15개월, 전립샘암 10~12개월에 그친다.
 
 
 뼈 전이된 암 환자 45%가 골격계 합병증
 
암이 뼈로 전이된 환자의 절반(45%)이 이런 골격계 합병증을 경험한다. 대부분 어딘가에 부딪치거나 넘어져 골절되는 경우다. 그렇다고 합병증이 불가피한 존재는 아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골격계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뼈를 조금이나마 튼튼하게 하기 위해선 커피·술·탄산음료·소금은 멀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 칼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운동도 중요하다. 단 지나치게 높은 강도의 운동은 독이 될 수 있다. 제자리에서 하는 스트레칭 정도가 적당하다.
 
 가장 적극적이면서 효과적인 예방법은 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골격계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치료제의 효과는 매우 좋은 편이다. 현재까지 출시된 치료제 중 가장 효과가 좋은 ‘데노수맙’을 예로 들면, 골격계 합병증 발병 시기를 4~6개월에서 2년 이상으로 늦춘다. 발병 빈도도 기존 치료제에 비해 18% 줄어들었다. 치료제의 효과는 단순히 발병 시점을 뒤로 미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발병 시기가 늦어진 만큼 시간을 벌 수 있다. 보다 건강한 상태에서 치료받을 수 있어 항암 치료 효과가 크다.
 
문제는 골격계 합병증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뼈 전이가 확인된 환자 중 예방약을 먹으며 적극적으로 골격계 합병증에 대비한 환자는 11%에 그쳤다. 뼈 전이 위험이 큰 유방암·전립샘암 환자로 한정해도 20%에 불과하다. 골격계 합병증은 단순히 골절만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극심한 통증과 마비·호흡곤란을 유발한다. 암 생존율은 물론 여생 동안 삶의 질도 크게 떨어뜨린다.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암 생존 기간이 늘면서 이 기간 동안 삶의 질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암 치료 범위에 들어왔다”며 “이런 이유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이 제시한 국제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유방암·전립샘암 환자에게 데노수맙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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