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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_this week] '젠더리스' 시대, 장문복의 경쟁력

중앙일보 2017.07.17 00:01
아이돌 선발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 출연했던 장문복은 찰랑거리는 머릿결 덕에 로레알파리의 모델로 발탁됐다. [사진 로레알파리]

아이돌 선발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 출연했던 장문복은 찰랑거리는 머릿결 덕에 로레알파리의 모델로 발탁됐다. [사진 로레알파리]

2017년 패션 트렌드를 이야기할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있다. 바로 젠더리스(genderless)다. 남녀가 옷을 공용으로 입는 '유니섹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여성이 남성 옷을, 남성이 여성 옷을 넘나드는 걸 의미한다. 2013년 남성복 패션위크에서 J.W. 앤더슨의 디자이너 조너선 앤더슨이 허벅지를 다 드러낸 미니드레스, 오프숄더 톱, 프릴이 달린 부츠 등을 선보인 이래 구찌를 위시한 주요 브랜드마다 핑크 컬러와 레이스, 꽃무늬 리본 장식을 단 '남성복'을 선보였다. 루이비통은 2016년 아예 치마를 입은 남자 모델을 광고에 등장시켰다.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여성복 패션쇼 역시 대세를 이어갔다. 남성적 매력이 두드러진 슈트가 부활하고 오버사이즈 셔츠나 로퍼가 인기를 끌었다. 
J.W. 앤더슨의 2013년 가을겨울 컬렉션. 여성스러운 프릴 드레스와 부츠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중앙포토]

J.W. 앤더슨의 2013년 가을겨울 컬렉션. 여성스러운 프릴 드레스와 부츠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중앙포토]

에트로의 2016 봄여름 컬렉션. 여성의 컬러라는 올 핑크를 남성복에 적용시켰다. [중앙포토]

에트로의 2016 봄여름 컬렉션. 여성의 컬러라는 올 핑크를 남성복에 적용시켰다. [중앙포토]

구찌는 리본 장식이 돋보이는 블라우스를 2016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였다. [중앙포토]

구찌는 리본 장식이 돋보이는 블라우스를 2016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였다. [중앙포토]

루이비통의 2016 봄여름 광고 캠페인.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의 아들이자 배우인 제이든 스미스(오른쪽)가 주름 치마를 걸치고 여자 모델들과 포즈를 취했다. [중앙포토]

루이비통의 2016 봄여름 광고 캠페인.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의 아들이자 배우인 제이든 스미스(오른쪽)가 주름 치마를 걸치고 여자 모델들과 포즈를 취했다. [중앙포토]

그런데 젠더리스가 단순히 '다른 성(性)을 경험하는 옷입기 방식'만이 아니라는 걸 최근 뉴스가 보여줬다. 주인공은 장문복이다. 그는 연예기획사 연습생으로 아이돌 선발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했지만 최종 11인에는 들지 못했다. 하지만 7월 12일 프랑스 뷰티 브랜드 로레알파리의 새 뮤즈로 발탁됐다. 브랜드의 대표 헤어팩 모델이 된 것. 로레알파리는 지금까지 국내 모델을 따로 써온 적이 없어, 이 브랜드의 첫 국내 헤어 모델이라는 타이틀까지 갖게 된 셈이다. 제품 특성상 "여자보다 고운 머릿결"이 중요한 이유가 됐다. 
긴 앞머리를 묶은 장문복의 '프로듀스 101' 출연 당시 모습. [사진 방송캡처]

긴 앞머리를 묶은 장문복의 '프로듀스 101' 출연 당시 모습. [사진 방송캡처]

국내 화장품 브랜드 '라비오뜨'의 모델이 된 김종현(오른쪽)과 최민기. [사진 라비오뜨]

국내 화장품 브랜드 '라비오뜨'의 모델이 된 김종현(오른쪽)과 최민기. [사진 라비오뜨]

이틑날인 13일에는 이 프로그램의 또다른 탈락자였던 김종현·최민기(뉴이스트)가 여성용 화장품 모델이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뷰티 브랜드 라비오뜨는 이들 모습이 담긴 제품 화보를 공개하면서 "깨끗하고 풋풋한 이미지가 브랜드와 잘 어울린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민기의 경우 2016년 중국의 한 온라인 쇼핑몰 광고에서 긴 머리를 한 채 치마와 원피스를 입은 모습이 공개되며 '여자보다 예쁜 남자'를 일찌감치 공인받은 바 있다. 
최민기가 2016년 찍은 한 온라인 쇼핑몰 화보. 

최민기가 2016년 찍은 한 온라인 쇼핑몰 화보. 

물론 이전에도 여성 상품에 남자 모델이 종종 나타났다. 심지어 여성 속옷 모델 자리를 톱스타 남자 연예인이 자리를 꿰찼다. 이른바 '크로스 모델'. 진짜 소비자인 여성을 공략하려 이성을 내세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의 세 남자는 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여자가 원하는 남성상이라는 게 아니라 머릿결·피부·맵시라는 경쟁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2014년 샤넬 컬렉션에 참석한 지드래곤과 브랜드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 [중앙포토]

2014년 샤넬 컬렉션에 참석한 지드래곤과 브랜드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 [중앙포토]

지금껏 패션과 뷰티는 여성이 주도하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남자가 두각을 나타내는 사례가 하나둘씩 늘고 있다. 남성복 없는 샤넬의 뮤즈가 된 가수 지드래곤도 그중 하나다. 그는 샤넬 트위드 재킷에 진주 네크리스를 멋스럽게 소화하며 패션쇼에 나타나는 건 기본. 지난 6월에는 새로 나온 '가브리엘 백'을 홍보하는 광고 캠페인 모델이 되기도 했다. 7월 19일까지 서울 한남동 D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 '마드모아젤 프리베'에는 샤넬의 역대 뮤즈들 사진이 걸려있는데, 지드래곤은 그 중 유일한 남자다. 
샤넬의 뮤즈인 지드래곤이 '마드모아젤 프리베' 전시장에서 브랜드의 가브리엘 백을 걸치고 포즈를 취했다. [중앙포토]

샤넬의 뮤즈인 지드래곤이 '마드모아젤 프리베' 전시장에서 브랜드의 가브리엘 백을 걸치고 포즈를 취했다. [중앙포토]

비단 패션 업계만도 아니다. 개그맨 김기수는 화장법 동영상을 제작하는 뷰티 유튜버로 활약 중이다. 4개월 만에 조회수 2000만, 구독자 수 6만 명을 기록하며 공중파 방송에까지 진출했다. 동영상 댓글에는 "여자보다 잘 한다"는 호평이 붙는다. 
개그맨 출신 김기수는 현재 유튜브에서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사진 김기수 유튜브]

개그맨 출신 김기수는 현재 유튜브에서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사진 김기수 유튜브]

젠더리스를 이야기할 때마다 많은 이들이 단순한 성별 파괴가 아님을 설파해 왔다.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가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스타일을 유지하는 게 보다 근본이라는 이야기다. 프라다 디자이너인 미우치우 프라다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점점 더 남성과 여성, 두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아이디어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느껴져요.” 이런 젠더리스의 의미는 마케터나 콘텐트 제작자 입장이라면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그 사람의 경쟁력만 보겠다'는 걸로 해석된다 하겠다. 
물론 패션의 속상상 지금같은 성별의 벽을 깨는 옷입기는 어디까지나 한때 유행이고 조만간 또 변할 것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건 젠더리스라는 트렌드 이후 남겨질 패션계의 지각 변동이다. 이 바람을 타고 모델이든 뮤즈든 인플루언서든 '여자니까, 남자니까'라는 게 큰 의미가 없어질 거란 얘기다. 가진 능력과 조건만 충족되면 누구든 이 세계의 주인공을 거머쥘 수 있다. 젠더리스라는 진정한 무한경쟁의 시대에 돌입한 셈이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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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은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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