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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관습·문화 안주하면 현대차 더 성장하기 어려워”

중앙선데이 2017.07.16 01:24
푸른 눈 이방인이 안에서 본 현대차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판매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빅3’로 불렸던 중국에선 올 상반기(1~6월) 판매량이 30만12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감소했다. 기아차까지 합칠 경우 중국 시장 판매량 감소 폭은 47%에 달한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점유율 역시 2010년 9%에서 올 상반기 들어 7.6%로 낮아졌다.  
 
현대차에 드리워진 난기류는 어디서 잉태된 것일까. 푸른 눈의 이방인 프랭크 에이렌스(53·사진) 전 상무는 현대차의 기업문화와 노조의 행태에서 원인을 찾는다. 워싱턴포스트(WP) 기자로 18년 근무한 뒤 2010년 10월부터 약 3년간 현대차그룹의 외신 홍보를 맡았던 에이렌스 전 상무는 자신의 근무 경험담을 묶은 책 『현대자동차 푸상무 이야기』를 지난달 출간했다. 자신의 이름 ‘프랭크’의 앞글자를 따서 스스로를 ‘푸 상무’라고 지칭했다. 현재 미국 홍보대행사 BGR그룹에서 근무 중인 ‘푸 상무’를 e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인터뷰했다. 그는 “도전·개척·돌파 같은 ‘현대 스피릿’은 변함없는 가치”라면서도 “경직된 조직 구조에 유연성을 불어넣고 한국적 시각을 세계적 관점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현대차가 장수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현대차 판매 감소가 가파르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물론 중국에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로 인해 현대차가 피해를 보고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본원적 경쟁력이다. 중국 로컬 메이커들이 경쟁력 있는 차를 점점 더 많이 내놓으면서 현대의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다. 이에 더해 현대는 중국에서 지금 G80·G90(한국명 EQ900) 같은 럭셔리 차를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는 점차 고급화되고 있다. 지금 바로 제네시스를 중국에 투입하거나 아예 중국에서 직접 생산해야 한다. 안 그러면 실지(失地)를 회복하기 어렵다.”
 
미국인으로서 북미 시장 점유율 하락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SUV, SUV, SUV! 한국인들은 이른바 ‘회장님 문화’여서 세단을 좋아한다. 주재원·현지 임원들이 전 세계적인 SUV 인기에 대해 수없이 이야기했지만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임원이 자신들이 선호하는 세단 문화에 익숙한 나머지 세계 시장의 변화를 읽는 데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코나는 잘 만들어진 차다. 미국에서 인기를 얻겠지만 1년 이상 붐이 지속되긴 어렵다고 본다. 코나가 속한 소형 SUV 시장에 이미 수많은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다. 싼타페보다 더 큰 SUV도 나오겠지만 이 역시 출시에는 1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올 3분기 출시하는 제네시스(상품명 G70) 역시 투싼급의 럭셔리 SUV로 출시하는 편이 더 낫다고 본다.”
 
‘푸 상무’는 수직적 계층구조 등 한국 대기업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매섭게 비판했다. 그는 유교적 기업문화가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지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직문화 측면에서 한국 기업이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어떤 것인가.
“자기에게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면 ‘집에 가는 시스템’이다. 회사원은 상사와의 친분 관계 대신 과업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할 일 없이 회사에 오래 있는 건 사회적으로도 손해다. 한국의 출산율이 낮은 데는 이런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상사가 아직 퇴근을 안 했다는 이유로, 또는 무언의 압박 때문에 할 일이 없는데도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 건 자원 낭비다. 한국이 연간 노동시간 전 세계 1위이면서 생산성은 그만큼 따라 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식·등산 같은 한국식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것인가.
“3년간 서울 생활을 통해 회식이 한국 기업에서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이해하게 됐다. 지금도 가끔 지글거리는 불판 앞에 어깨를 부대끼며 소고기를 먹었던 양재동 시절이 그립다. 그렇지만 회식은 갑자기 당일치기로, 상사 마음대로 잡아선 안 된다. 술을 마시길 원하지 않는 직원이 비난이나 압박을 받아서도 안 된다. 등산 같은 사내 모임도 주중에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중년층은 달리 생각하겠지만 야유회나 등산은 업무의 일부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4일 찬반 투표를 통해 66%의 찬성률로 파업안을 가결시켰다. 17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쟁의 조정 중지를 결정할 경우 노조는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2012년 이후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매년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체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현대차의 첫 고성능 신차  ‘i30N’의 국내 반입도 반대하고 있다.
 
현대차 재직 시 영·미 언론에 노조 이슈를 설명할 때 곤란했던 기억은 없나.
“내 주된 업무는 현대차의 신차를 전 세계 미디어에 선보이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노조원이 양재동 사옥 또는 울산 공장에서 벌이는 시위를 홍보담당자 입장에서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예전 기자 동료들을 공장에 데려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노조는 1980년대 후반 설립 초기보다 매우 전투적으로 변했다. 마치 40~60년대 미국 노동조합을 보는 듯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정몽구 회장의 업적 중 하나는 울산에 일원화돼 있던 현대차 생산라인을 미국·체코·터키 등지로 다변화했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은 달리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회사가 환율·노조 변수에서 그나마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현대차 리더십의 요체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 성공의 열쇠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N을 양산할 수 있었던 것도 정 부회장의 역할이 있기에 가능했다. BMW의 고성능 브랜드 M 개발을 주도한 알베르트 비어만 부사장을 영입한 덕분이다. 그는 피터 슈라이어, 루크 동커볼케 등 세계적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겸손하면서도 글로벌한 시각을 갖춘 정 부회장의 능력을 믿는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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