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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과학정책에도 필요한 촛불 민주주의 정신

중앙일보 2017.07.12 16:26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 과학에도 적폐가 있는가. 지난 장미 대선에서 과학계의 핫 이슈는 학술연구의 ‘자율성’이었다. 타율적인 과학?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지만, 한국 과학계가 스스로 드러낸 민낯이다. 과학계는 자율성을 침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정부의 과잉 개입을 꼽았다. 다른 한편 ‘못 믿을 과학계’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연구 부정행위, 대학원생에 대한 갑질, 사회적 이슈에서의 지적 침묵 등 과학계의 또 다른 민낯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싸늘하다.
 
한국 과학의 누적된 문제는 과학계의 자율성을 높이며 동시에 과학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쌓아갈 때 풀린다. 정답은 빤해 보이지만 지난 10년 넘게 같은 이슈가 반복될 뿐 해결에 진척이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의사결정 주체도 해결의 의지와 책임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 해결의 단서는 자율성과 신뢰를 떨어뜨리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현장 과학자가 모르는 연구개발 전략, 국민이 모르는 온갖 문제 해결 사업, 시장이 모르는 신기술개발 성과와 같은 디테일 말이다. 여기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과학과 관련된 정책과 의사결정 정보가 막혀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선 과학 정책의 ‘닫힌’ 구조를 열어야 한다.
 
‘열린’ 과학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방법은 첫째, 양방향 소통과 참여의 강화다. 일방적인 설명 자료, 형식상 진행하는 공청회, 대외홍보용 행사는 소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위계 문화가 강한 조건에서 소통은 제도로 만드는 게 낫다. 예를 들어, 정부와 정부기관에 과학자가 참여할 민간 개방직을 늘리면 양방향 소통은 자연스레 강화된다.
 
기존의 합의제 기구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심의기구·협의회·이사회에 이해당사자 참여를 늘려야 한다. 의회와 정당에 과학 정책 자문을 제도화할 필요도 있다. 사회문제와 관련된 의사결정에서는 시민 참여와 감시를 고려해야 한다.
 
둘째, 정보 공개 강화다. 전문적인 의사결정일수록 투명성을 높이면 책임성이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누구에 의해 무엇이 논의되었는가를 알지 못하는 결정들은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끝난다.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위해 정보 공개의 범위를 넓히고 공개 요건을 낮추어야 한다. 국가 과학기술의 향방을 결정하는 심의 의결 자료와 회의록, 각종 기본계획의 수립 과정과 결정 내용의 공개는 필수다. 국가 사업으로 추진되는 과제 기획서와 보고서는 하나의 통합분석 시스템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촛불 민주주의 정신은 과학 정책에도 필요하다. 과학계의 자율성 요구와 과학에 대한 사회적 신뢰의 추락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소통과 참여, 투명성의 강화는 해묵은 문제를 풀어갈 방법이다. ‘열린 과학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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