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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이 만난 사람] 검찰 이용 안 했다고?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뒤 사과했다

중앙일보 2017.06.24 01:07 종합 14면 지면보기
박주선 국회부의장 
박주선(68) 국회부의장실로 2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찾아왔다.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그에게 취임 인사를 온 것이다. 그는 ‘진통 뒤에 옥동자’라고 덕담했다. 그러나 정부 태도에 불만이 가득했다.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20일 “호남 민심은 도울 수 있는 것을 도우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잘못하는 것도 무조건 도우라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호남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20일 “호남 민심은 도울 수 있는 것을 도우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잘못하는 것도 무조건 도우라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호남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대통령 방미에 동행합니까.
“못 가요. 대통령이 협치(協治) 구도를 이렇게 파괴하고, 거기에 대해서 해명도, 사과도 안 하고… 그러면서 ‘국회 청문회는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오히려 야당을 비난하고 있어요.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능 여당’인데….”
 
4당 중 국민의당 입장이 가장 어정쩡한데.
“우리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인데, 호남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고, 지금 국정 수행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결국 호남 민심은 ‘문 대통령을 야당이 되었든 여당이 되었든 도와라’ 하는 것인데… 돕지 않으면 호남 민심을 불이행하는 것이고, 돕자니 이거 완전히 야당 역할을 포기해 버리고 여당이 되어 버리는 것이고… 이러기 때문에 어정쩡하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시는데… 호남 민심은 도울 수 있는 것을 도우라는 이야기지,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는 것도 눈감고, 무조건 도와라’, 이런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건 호남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죠.”
 
그는 대검 중수부 1, 2, 3과장, 서울지검 특수 1·2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등을 거친 특수통이다. 1997년 대검수사기획관 때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비자금 의혹 사건’ 수사 유보를 김태정 검찰총장에게 건의해 관철했다. 그 인연으로 김대중 정부 초기 법무비서관으로 사실상 민정수석 역할을 했다.
 
“인사검증도 제가 다 했죠. 추천하고, 스크린까지 제가 다 했어요.”
 
왜 자꾸 인사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까.
“대한민국 고위공직자 후보가 전부 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탈세, 병역기피, 논문 표절 했겠습니까. 문 대통령이 선거 때 도움을 준 사람, 자기를 지지해 줬던 사람, 자기하고 코드가 맞는 사람, 이런 사람만 옆에 두려고 하니 자꾸 그런 문제가 나오는 것이죠.”
 
국민의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게 불가피한 선택인가요.
“그 호남은 지역적 의미의 호남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에는 정치적으로 큰 산맥이 두 개 있습니다. 영남은 여당을 지지하는 산맥이고, 호남은 야당을 지지하는 산맥이란 말이에요. 야당의 핵심 기반이 국민의당을 선택했습니다. 대통령 선거는 후보 평가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국민의당을 호남에서 배제했다, 이렇게 보진 않습니다.”
 
지방선거가 어려워진 것 아닙니까.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다른 문제입니다. 또 일부 통합하라는 여론이 있는데, 정치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국민의당이 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호남 민심을 사기 위해 투자를 계속 하는 겁니다.”
 
박 부의장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고, 통합민주당에 남았다.
 
“노무현 정부 때도 열린우리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했잖아요. 그러니까 호남에서 90% 넘는 지지를 받은 노 대통령이 ‘호남에서 날 지지해서 뽑아줬느냐. 이회창씨 싫으니까 날 뽑아줬지’ 그렇게 이야기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인사부터 얼마나 푸대접했습니까.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게 되니까 호남은 무시해 버린 것이죠. 국민의당이 있어야 호남을 배려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되는 겁니다.”
 
그는 네 번 구속돼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1999년 옷 로비 사건, 2002년 나라종금 사건, 2005년 현대 비자금 사건, 2012년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기네스 한국기록원에서 2014년 10월 인증서를 받았어요. 최다 구속, 최다 무죄 신기록이라고. 네 번 구속된 것은 전부 무죄를 받았어요. 80만원 벌금은 구속된 사건하고 별건으로 병합됐던 것이에요.”
 
처음 구속되신 게 김대중 정부 때 아닌가요.
“정치의 희생양이 된 것이죠. 옷 로비 사건으로 국정이 만신창이가 되자 대통령 모르게 정치 실세들이 불을 끄려고 합의한 거죠. 김대중 대통령이 나한테 사과를 했어요. ‘나도 모르게 검찰을 통해 구속하라고 압박을 했나 본데, 검찰 개혁을 못 해서 박 수석(비서관)을 희생시켜 미안하다’ 하고 위로하고 격려해 주더라고요.”
 
검찰 개혁을 못해 그랬다고요. 검찰 개혁이 뭔가요.
“신상필벌(信賞必罰)을 분명히 하는 거죠. 수사권을 남용·오용하는 검사, 편파·축소·왜곡 수사, 이런 걸 단절해야 해요. 그리고 너무 집중된 검찰 권력을 합리적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어요.”
 
박 부의장 말대로 김대중 정부도 ‘죄가 없어도 무조건 구속하라’ 하고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아닙니까.
“검찰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되거든요. 절대 안 됩니다. 용기와 소신을 가지고 정치 압력에 단호히 거부하는 그런 사람이 있어야 한다니까.”
 
결국 정권의 문제 아닙니까.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같이 정권 관련 수사를 하다 쫓겨나기도 하고.
“정권 문제예요. 정권의 문제인데, 앞으로 그런 사람이 몇 사람만 더 나오면 검찰은 바로 서게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를 구속한 것을 사과했다고 그는 밝혔다.
 
“2008년 7월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럽디다. ‘우리 박주선 의원님하고, 민주당은 구별해서 취급했어야 했는데 대단히 미안합니다.’ 열린우리당 합류를 거부하고 민주당에 남아 있던 국회의원들을 고사(枯死)시키려 했거든요.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이 구속됐죠, 박태영 전남지사는 수사하니까 한강물 투신했죠, 한광옥 전 대표 구속되고, 한화갑 전 대표 구속영장 발부돼 집행만 안 됐죠, 권노갑·이훈평 전 의원 구속됐지… 다 구속해 버렸어. 노 전 대통령이 나한테 ‘우리 집에서 소주나 한잔하면서 회포를 푸십시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그러더라고.”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 검찰을 장악하려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 주려 애쓰다 오히려 당했다고 썼는데.
“제가 두 번째 구속될 때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어요.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다’고 저에게 공식 통보했어요. 그런데 사흘을 구속영장 청구를 해. ‘누가 했느냐.’ 검찰에 물었어요. ‘청와대에서 지시했다.’ 그때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이었어요. 뭘 검찰을 이용 안 해.”
 
그는 “역대 대통령이 전부 다 검찰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내가 해도) 국민의 평가 받는 검찰총장이 가능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가 어릴 때 “장사한다고 나가 20년 동안 행방불명이 돼 버렸다”고 한다. 박 부의장이 1974년 사법시험(16회)에 합격한 뒤 돌아와 95년 돌아가셨다. 이 바람에 그의 어머니가 두 아들을 키우느라 안 해 본 장사가 없다고 한다. 시골을 다니며 계란·콩·팥·쌀을 사서 광주에서 열차 행상을 했다. 그가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자 어머니도 같이 상경해 청소원과 ‘식모살이’를 했다. 그의 중학교 입학금은 어머니가 피를 팔아 마련했다. 동생은 고교 진학을 포기했다.
 
그는 어릴 적 이야기를 묻자 “진짜 어머니처럼 고생한 사람 없습니다”라며 충혈된 눈에서 눈물을 훔쳤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사법시험도 수석합격했다. 그게 어머니의 위안이었다.
 
그가 구속됐을 때 어머니에게는 “미국에 출장 갔다”고 속였다. 그러나 결국 세 번째 구속돼 1년이 넘게 나오지 않자 어머니도 알게 됐다. 현재 89세인 어머니는 그 무렵부터 치매다.
 
[S BOX] “강원랜드 사장 지명자 문제 있다” 법무비서관 때 DJ에게 직언
“민정 라인이 잘했으면 박근혜 대통령도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겠죠.”
 
박주선 부의장은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 때 경험을 들려줬다. 민정수석이 없던 때라 법무비서관인 그가 그 역할을 했다. 어느 날 박태영 산자부 장관이 그를 찾아왔다. 김 대통령이 H씨를 강원랜드 사장에 임명하라고 지시했는데 “이런 문제가 있다”며 난감해했다. 그가 확인해 보니 정말 그랬다.
 
H씨는 미국에서 식품백화점을 하면서 김 대통령이 미국에 있을 때 잘 모셨다. 경호실장에게 물어보니 관저에 수시로 드나드는 ‘보안 손님’이라고 했다.
 
그는 김 대통령에게 올라가 “이런 문제가 있어서 안 된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김 대통령은 “외국인도 많이 오는 곳인데, 외국 인맥도 많은 사람이니 그냥 시키라”고 했다. ‘시켜라’ ‘안 됩니다’를 몇 번 반복하자 김 대통령은 “시켜요, 시켜. 왜 안 된다는 거요” 하고 역정을 냈다.
 
김 대통령은 특이한 버릇이 있다. 보고를 받다 두 손으로 귀를 잡아당기고 이마를 쓰다듬으면 ‘그 보고는 안 받겠다. 다시 보고하라’는 뜻이다. 그는 보고를 많이 했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 제스처를 그날 봤다. 그는 한 번만 더 검토해 달라고 하고 돌아섰다.
 
다음 날 김 대통령이 청남대에서 전화했다. 다시 설명하라고 했다. 그는 H씨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스스로 사양하도록 만들었다. 김 대통령은 돌아와 “그 사람이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 웃으며 “소신을 갖고 직언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김진국 칼럼니스트 kim.jink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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