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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표준 키는 높이고 비만 기준은 강화 … 아이들 성장표 현실에 맞게 바꾼다

중앙일보 2017.06.21 03:00
비만으로 배가 나온 아동의 모습.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새로운 성장도표 초안에 따르면 2~18세 아동의 비만 기준이 크게 강화된다. [중앙포토]

비만으로 배가 나온 아동의 모습.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새로운 성장도표 초안에 따르면 2~18세 아동의 비만 기준이 크게 강화된다. [중앙포토]

만 2세 미만 영아의 키·몸무게 표준이 현재보다 대폭 낮아진다. 기준이 너무 높게 잡혀 있어 '성장 과잉'을 초래하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우리 아이가 왜 이렇게 안 클까'라는 부모 걱정도 줄어들게 된다. 2~18세는 표준 키가 높아지고 비만 기준도 강화된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20일 소아·청소년 성장도표 마련 공청회를 열고 '2017 초안'을 공개했다. 질본 오경원 건강영양조사과장은 "지난 10년 동안 사용해온 성장표가 국제기준이나 현실에 맞지 않아 국내외 표준에 가장 가깝게 바꿨다"고 말했다. 
 
성장도표는 성,연령별 키·체중·머리둘레 등의 표준을 말한다. 이번 개정은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성장도표는 1967년 처음 만든 후 10년 주기로 바뀌고 있다. 성장도표는 아이의 발육과 성장을 가늠하는 잣대다. 출산할 때 산부인과에서 지급하는 육아수첩에 붙어 있다. 새 성장도표는 의견 수렴을 거쳐 10월 말 확정되며 향후 10년간 표준으로 쓰인다.
초안 작성 책임자인 서울대병원 문진수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키의 표준치는 올라가고 비만의 기준은 강화되며 비만에 속하는 아동이 증가하게 된다.부모들이 좀 더 일찍부터 아이 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세 미만은 모유 수유 모드로 전환
2007년 만들어서 현재 사용하는 성장도표에는 '모유 수유 유아'와 '분유 섭취 유아'가 섞여 있다. 분유를 먹으면 성장이 빠르다. 그래서 이번에는 모유 수유 영아의 발육을 근거로 한 세계보건기구(WHO) 성장도표로 대체하기로 확정했다. 현행 한국 기준은 WHO보다 높게 설정돼 있다. 특히 1~12개월이 그렇다. 정부 시안에 따르면 키와 몸무게 기준이 대폭 내려간다. 
 
예를 들어 생후 2개월 남자 기준으로 키 표준은 현재 60.9㎝에서 58.4㎝로, 몸무게는 6.45㎏에서 5.6㎏으로 낮아진다. 생후 11개월 여자 아이는 키 74.76㎝에서 72.77㎝로, 몸무게는 9.35㎏에서 8.72㎏으로 낮아진다.
영유아는 분유를 먹으면 상대적으로 성장이 빠른 편이다. 모유 수유를 기준으로 새로 만든 정부 시안은 '성장 과잉'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앙포토]

영유아는 분유를 먹으면 상대적으로 성장이 빠른 편이다. 모유 수유를 기준으로 새로 만든 정부 시안은 '성장 과잉'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앙포토]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황모(31)씨의 생후 8개월이 넘은 딸은 키 75㎝, 9.6㎏이다. 지금 기준(키 70.1㎝,몸무게 8.52㎏)을 이미 넘었다. 새 기준(키 68.75㎝, 몸무게 7.95㎏)을 적용하면 웃자란 게 확연히 드러난다. 황씨는 "7개월째부터 모유 수유를 끊고 분유로 바꿨더니 부쩍 컸다. 병원에서 몸무게가 상위 10%에 든다고 해서 막연히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진수 교수는 "황씨의 아이는 아직 과체중(상위 5%)은 아니어서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달라진 성장도표를 참조해 분유량을 줄이고 건강한 이유식을 늘려 균형 있게 영양을 공급해야 과체중으로 나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5년 신체발육측정조사를 받은 14만명을 새 기준으로 재분류하면 저신장(하위 3% 미만)에 속하는 영아(남자)가 2.4%에서 2%로, 저체중 영아는 3.9%에서 1.6%로 감소한다. 과체중(신장 별 체중 상위 5%이상)은 5.4%에서 12.8%로 크게 증가한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영유아는 건강검진을 통해 발육 지연이나 과체중 등 성장과 발달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 [중앙포토]

영유아는 건강검진을 통해 발육 지연이나 과체중 등 성장과 발달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 [중앙포토]

오경원 과장은 "모유 수유를 하는 아이가 분유를 먹는 아이에 비해 덜 성장하는데, 새 기준에 맞추면 '모유 수유 때문에 애가 안 크는 걸까'라는 걱정을 덜 해도 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기준 변화에 따라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초안의 핵심은 모유를 수유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이에게 모유 먹이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육아 휴직과 수유 휴직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2~18세는 비만 기준 강화
건강검진을 위해 체중계에서 몸무게를 재고 있는 아동. [중앙포토]

건강검진을 위해 체중계에서 몸무게를 재고 있는 아동. [중앙포토]

2~18세는 키는 올리고 비만 기준은 강화한 게 특징이다. 지금의 키 기준이 1997년과 2005년 것을 근거로 만들어서 실제보다 작게 돼 있다. 가령 8세 남아는 지금은 126.63㎝인데 새 기준은 127.76㎝로 높였다. 16세 여자는 159.74㎝에서 160.04㎝가 됐다.
  
비만 기준은 낮췄다. 체질량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로 줄을 세웠을 때 95~100번째에 들면 비만이다. 이 기준은 변함이 없다. 다만 이번에 상위 3.3%의 비만은 뺐다. 문 교수는 "현재 표준은 2005년 비만 집단을 근거로 만들었다. 당시 비정상적인 비만그룹이 너무 많이 들어가 현실을 왜곡했는데 이번에 바로잡았다. 이 때문에 비만 기준이 낮아지면서 비만인 소아·청소년이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 체육 수업 중에 농구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 기준 변화에 따라 비만으로 악화되지 않으려면 평소 운동 등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중앙포토]

학교 체육 수업 중에 농구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 기준 변화에 따라 비만으로 악화되지 않으려면 평소 운동 등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중앙포토]

새 기준을 적용하면 6~18세 남자의 저신장 기준이 올라가면서 해당 학생의 비율이 2.3배로 증가한다. 저체중은 1.8배로, 비만은 1.1배로 증가한다. 여자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영·유아기에 비만이면 성인이 돼도 비만이 될 위험이 1.3배, 청소년기 비만은 17배 증가한다. 오경원 과장은 "새 기준에 따라 비만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자녀가 비만으로 악화되지 않게 부모가 좀 더 일찍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성장도표=아동·청소년이 또래와 비교했을 때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지 보여주는 표준 수치. 정부는 약 10년 주기로 신체계측조사결과에 따라 키·몸무게 등을 담은 성장도표를 새로 발표하고 있다. 해당 수치에 따라 비만·저성장 기준이 정해지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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