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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째 썬 자리돔회, 입안에서 ‘오도독’

중앙일보 2017.06.21 02:43
‘자리돔’(사진)은 6~7월 제주를 대표하는 맛이다. 뼈째 썬 자리돔회는 입안에서 ‘오도독’ 소리를 내며 독특한 식감을 준다. 길이 10~18㎝ 정도의 작은 생선인데도 ‘참돔’ ‘옥돔’처럼 ‘돔’이라 불리는 건 탁월한 맛 덕분이다.
 
자리돔은 잡는 법도 특이하다. 제주에서 다른 생선은 ‘잡으러 간다’고 하지만 자리돔은 ‘뜨러 간다’고 한다. 바닷물 표면 쪽에 사는 자리돔을 잡기 위해선 코가 촘촘한 그물을 던져 떠내듯 건져내기 때문이다. 어선 2척을 이용해 바닷 속에 그물을 던진 뒤 자리돔을 들어 올려 잡는 어법을 제주에서는 ‘들망’이라고 한다.
 
올해는 낮은 수온 탓에 자리돔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어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예년보다 멸치 떼의 출몰이 잦아지면서 멸치 떼를 쫓는 방어 떼 등이 자리돔의 어장 형성을 방해하는 것도 조업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자리돔은 어선 2척을 이용해 바닷속에 쳐놓은 그물을 들어 올려 잡는 ‘들망’ 어법으로 떠내듯이 잡는다. 6~7월이 제철이다. 사진은 서귀포시 보목동 바다에서 어민들이 자리돔을 잡고 있는 모습. [최충일 기자]

자리돔은 어선 2척을 이용해 바닷속에 쳐놓은 그물을 들어 올려 잡는 ‘들망’ 어법으로 떠내듯이 잡는다.6~7월이 제철이다. 사진은 서귀포시 보목동 바다에서 어민들이 자리돔을 잡고 있는 모습. [최충일 기자]

어민 한근호(66)씨는 “평소 어선 1척당 500㎏ 내외를 잡는데 올해는 어획량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가격도 지난해 1㎏에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올라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자리돔은 회·구이·조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이중 ‘자리물회’는 2013년 제주도가 선정한 ‘제주 대표 7대 향토음식’에서 1위에 오른 메뉴다. 당시 제주도는 전문가 설문조사와 도민·관광객 인터넷 투표, 제주도향토음식육성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주의 맛을 선정했다.
 
자리물회는 원래 제주 뱃사람들의 ‘패스트 푸드’였다. 쉴틈이 없고 일손이 부족한 뱃사람들이 회에 밥과 된장·채소를 넣고 물을 부어 비벼 먹은 게 시초다. 손쉽게 3분 정도면 만들 수 있으면서도 지방과 단백질·칼슘 등 영양이 풍부해 힘을 많이 쓰는 뱃사람들에게 제격인 음식이다.
제주 생선 전문 음식점에서 물회를 만들기 위해 자리돔을 뼈째 썰고 있다.

제주 생선 전문 음식점에서 물회를만들기 위해 자리돔을 뼈째 썰고 있다.

 
물회는 뼈째 썬 자리돔에 된장육수를 풀고 식초와 설탕을 넣어 만든다. 여기에 초피(재피)를 뿌리면 특유의 향이 살아나 전통적인 뱃사람의 자리물회가 된다.
 
자리돔은 제주도 안에서도 산지별로 쓰임새가 다르다. 자리물회는 물살이 약한 서귀포시 보목동 앞바다에서 잡힌 자리돔을 최고로 친다. 물살이 약한 곳에서 잡히는 자리돔이 특히 작고 뼈가 연해 뼈째 먹기 좋기 때문이다.
 
구이용은 서귀포시 모슬포와 마라도 인근의 물살이 센 곳에서 잡은 것이 최상품이다. 타 지역에서 잡히는 자리돔보다 크기가 크고 몸집이 굵어 구워먹기에 적합하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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