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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할아버지가 선생님 역할 “곤충체험·전래놀이 더 재미있어요”

중앙일보 2017.06.21 02:42
지난 14일 효령노인복지타운을 찾은 아이들이 체험활동 진행자인 어르신들과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라는 전래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효령노인복지타운]

지난 14일 효령노인복지타운을 찾은 아이들이 체험활동 진행자인 어르신들과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라는 전래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효령노인복지타운]

지난 14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효령노인복지타운. 주차장에 속속 도착한 미니버스 3대에서 5~7세 어린이 50명이 내렸다. 주황색 가방을 멘 아이들은 선생님을 따라 노인복지타운에 마련된 체험시설로 이동했다. 그늘에서 쉬고 있던 할아버지·할머니들을 향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을 기다리던 60~70대 노인 20여 명은 자신들의 손주를 보는 것처럼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노란 조끼를 맞춰 입은 노인들은 광주 효령노인복지타운에서 운영하는 화분체험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이다.
 
대표 진행자인 정동남(74)씨는 “여러분 앞에 놓인 빨간색 꽃은 베고니아예요. 꽃이 또 피어날 수 있도록 정성껏 키워보세요”라고 했다. 아이들은 주변 할머니·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화분에 흙과 비료를 채워넣었다. 구태윤(5)군은 “할아버지 선생님과 예쁜 꽃 화분을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화분체험에서 아이들이 진행자인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꽃을 심고 있다. [사진 효령노인복지타운]

화분체험에서 아이들이 진행자인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꽃을 심고 있다. [사진 효령노인복지타운]

 
은퇴한 어르신을 어린이 체험활동 진행자로 육성하는 ‘오손도손 체험마을’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어르신의 경륜과 지혜를 활용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어서다.
 
‘오손도손 체험마을’은 효령노인복지타운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어린이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체험활동을 돕고 임금을 받는 사업이다. 현재 이곳을 이용하는 어르신 800여 명 중 46명이 체험활동 진행자로 참여하고 있다.
 
사업은 지난해 3월 처음 시작됐다. 화분·도예·영농체험, 숲체험, 전래놀이 등 다섯 가지 프로그램에 올해 아이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곤충체험을 추가했다. 어르신들은 프로그램에 투입되기 전 소양교육과 체험활동별 직무교육을 받는다. 이들 중에는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어르신부터 교사 출신도 있다.
 
프로그램에는 지난해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생·장애인 등 5768명이 참여했다. 이에 따라 1인당 7000원~9000원인 체험활동 참가비로 3192만원의 수입이 발생했다. 은퇴한 어르신들이 복지 공간에서 재취업을 해 수익 창출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39명의 진행자가 매달 기본 임금 17만원에 월별 수익금으로 5만원 이상을 추가로 받았다.
 
어르신들은 “월급보다 ‘다시 일할 수 있게 된 즐거움’이 더 큰 만족감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은퇴 후 생산적인 활동을 중단하게 된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 많다. 김영일(74)씨는 “아이들과 함께 체험활동을 하다보면 제2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용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이를 둔 부모들은 “핵가족화로 조부모와 만날 기회가 적은 자녀가 어르신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하는 것 자체가 좋은 교육”이라며 반기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들도 “평소 인력이 부족해 꿈도 꿀 수 없었던 체험활동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이 사업에 관심을 내비쳤다. 지난달 30일 효령노인복지타운을 찾은 김 여사는 아이들에게 전래놀이를 가르쳐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양안숙 효령노인복지타운 본부장은 “어린이들과 어르신들의 참여 열기가 높은 만큼 체험활동의 종류와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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