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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경고 학생 구제 기회 주는 ‘인생수업’

중앙일보 2017.06.21 02:26
인하대는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학사경고를 받은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스콜라 특강을 개설했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특강에서 자기주도학습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사진 인하대]

인하대는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학사경고를 받은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스콜라 특강을 개설했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특강에서 자기주도학습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사진 인하대]

인하대 3학년생 A씨(24)는 2012년 입학 후 학교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 대학에만 진학하면 된다고 생각한 그에게 더 이상의 공부는 의미가 없었다고 한다. PC방을 전전하며 컴퓨터게임만 했다. 당연히 성적은 곤두박질 쳤고, 2012년 1학기와 2학기에 학사경고(학점 1.7 이하)를 맞았다. 마음을 잡으려 군대를 다녀왔지만 복학한 첫해인 2016년 2학기에도 학사경고를 맞았다. A씨는 한 차례 더 학사경고를 맞으면 제적처리될 위기다.
 
인하대가 A씨처럼 학사경고(학고)를 받아 제적당할 위기에 놓인 40여 명의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별도 특강을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1학점짜리 교양과목 ‘스콜라 특강’이다. 스콜라라는 이름은 학생들이 스콜라 철학자들처럼 훌륭한 인재가 되길 바라는 뜻에서 붙였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열린 마지막 강의에는 최순자 총장이 직접 나섰다. 최 총장은 ‘남으로 하여금 나를 기억하게 한다’라는 주제로 자신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총장에까지 오른 경험담을 전하며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줬다. 수업을 들은 A씨는 “교수님들이 실패담을 들려 주고 ‘학사경고 받은 학생들도 쓸모없지 않다’고 강조하셨는데 그 말이 많은 위로가 됐다”며 “지금이 아닌 미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이번 학기 성적은 최소 2.5를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콜라 특강은 단순히 학점을 채워주거나 점수를 후하게 주는 방식이 아니다. 특강을 들었더라도 해당 학기에 학점이 기준 미달이면 학칙대로 제적된다. 자기성찰과 자신감 회복, 시간관리·학습전략 등을 통해 스스로 학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현재 인하대 학칙은 ‘연속 3회’ 또는 ‘재학 중 모두 4회’의 학사경고를 맞으면 자동 제적처리 된다.
 
인하대가 스콜라 특강을 도입한 이유는 제대로 졸업하더라도 취업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제적까지 당하면 취업은 물론 사회 부적격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전체 1만6000여명의 학생 중 제적 대상 학생 수는 매학기 40~50명이나 된다.
 
스콜라 특강이 도입된 지난해 2학기는 성공적이었다. 특강에 참여한 10명의 평균 학점이 0.95점에서 2.44로 뛰었다. 특히 연속 2회 학사경고를 받고 지난해 2학기 스콜라 특강을 신청한 공학계열 재학생 B씨(27)는 자신의 평균 점수를 0.13점에서 3.06점으로 끌어올렸다.
 
B씨는 “군대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배우고, 이번 스콜라 특강의 인성교육을 통해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게 됐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서 멋지게 졸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순자 총장은 “최근 학생들이 대학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 등을 하다보니 수업에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학생들을 놔둘 경우 학교가 추구하는 인성교육에 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해 강제적으로나마 특강을 개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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