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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북 잔혹행위 규탄 … 죽음 책임져야”

중앙일보 2017.06.21 01:47
#20일 오후 8시(한국시간)에 방송된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오토 웜비어 사망과 관련, “웜비어가 사망에 이르게 된 아주 중대한 책임이 북한 당국에 있다는 건 확실하다”며 “북한의 잔혹한 처사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CBS의 뉴스 프로그램 ‘디스 모닝(This Morning)’의 간판 앵커 노라 오도널이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터져 나온 ‘웜비어 변수’ 관련 문답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미국 CBS 방송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터뷰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미국 CBS 방송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터뷰했다. [사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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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널=“북한에 억류돼 있던 22세 오토 웜비어가 금일 사망했다. 대통령님의 생각을 여쭙고 싶다.”
 
▶문 대통령=“오토 웜비어의 가족과 미국 국민이 겪을 슬픔과 충격에 대해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웜비어가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많은 의혹이 있다. 많은 부당한, 그리고 가혹한 대우가 있었을 것이라는 걸 우리가 추측하고 있다. 그와 같은 북한의 잔혹한 처사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 아직도 북한에는 미국 국민과 한국 국민 여러 명이 억류 중이다. 그들의 조속한 석방도 촉구한다.”
 
▶오도널=“존 매케인 의원은 ‘웜비어 학생이 김정은 체제에 의해 살해됐다’는 표현까지 썼다. 대통령께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문 대통령=“그렇다. 기본적으로 북한에서 억류하고 있는 기간 동안 발생한 일이다. (북한이 웜비어를 죽였는지) 그 사실까지 저희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웜비어가 사망에 이르게 된 아주 중대한 책임이 북한 당국에 있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 상태로 풀려난 미국인 웜비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20일 새벽부터 청와대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오전 5시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안보실 직원들을 모았다. 웜비어 사망 이후 대응책과 정부의 공식 발표 수위 등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외교부 아닌 대통령 명의의 조전을 보내자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문 대통령이 오전 8시10분부터 주재한 일일 상황점검회의에서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이 보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 명의로 조전을 즉각 발송할 것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문 대통령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인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을 대단히 개탄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대응은 29~30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일 악재(惡材)만 부각되는 최근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4강국 중심 외교에서 탈피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주도하려던 계획이 잇따른 악재에 부딪히고 있어 대통령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말 그대로 악재의 연속이었다. 문 대통령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실시 지시는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의 “한국이 배치를 원하지 않으면 예산을 다른 데 쓸 수 있다”는 발언과 맞물리며 논란을 낳았다. 또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과 문 대통령의 면담 무산을 두고는 청와대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문정인 대통령 특보의 방미 발언인 “미군의 군사훈련 및 전략자산 축소”가 파장을 불렀다.
 
문 대통령이 인터뷰로 미국에 직접 메시지를 발신하는 등 상황 관리에 나선 배경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가 대화와 압박으로 북핵 문제를 푼다는 대전제에 동의하기 때문에 정상회담에 미칠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대화 병행 소신은 굽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재개하는 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미국과의 ‘신뢰 회복’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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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화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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