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건강한 당신] 살 빼려고 굶다가 저혈당 … 심하면 뇌세포 상해요

중앙일보 2017.06.21 01:23
20대 여성 김모씨는 지난달 체중 감량을 위해 3일간 단식을 시도했다. 첫날 저녁을 거르고 둘째 날에는 세끼를 다 걸렀다. 탈수 증세를 막기 위해 물만 마셨다. 그런데 그날 저녁 갑자기 식은땀이 나며 어지럽고 몸살기가 돌았다. 바로 병원에 갔더니 저혈당 증세라는 진단이 나왔다. 혈당이 50mg/dL(정상은 70~150mg/dL)로 떨어져 있었다. 저혈당은 신체기관의 연료 격인 포도당이 급격히 감소하는 증세다. 지속되면 자칫 뇌세포가 손상되거나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김씨처럼 단식으로 체중을 감량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단식은 단기간에 살을 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위한 단식은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단식하는 사람들은 단식이 지방 사용량을 늘려 체중 감량을 돕고 해독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진철 스파단식원 원장은 “단식은 원래 해독이 목적이며 그 과정에서 살이 빠진다”며 “종전의 나쁜 식습관을 교정하고 식사를 조절하면 요요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 5일 이상 단식하면 몸이 어느 정도 적응해 폭식을 예방할 수 있다. 또 단식한 기간보다 길게 미음·죽 같은 부드러운 음식을 먹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김진목(전 대한통합암학회장) 힐마루요양병원장은 “단식의 목적은 해독이다. 몸의 독소를 빼내고 바른 먹거리로 식사 습관을 바꿔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단식에 매우 부정적이다. 대표적 부작용인 저혈당증, 피부 발진, 영양 불균형, 식이장애 등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대 여성 이모씨는 열흘 단식을 하면서 6.6㎏을 뺐다. 그런데 등·어깨·배꼽 부분에 발진(피부가 붉어지면서 염증이 생기고 붓는 것)이 생겼다. ‘밥을 먹으면 낫는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방치했다. 몇 주가 지나도 낫지 않아 피부과를 찾았다. 이씨는 “완치가 안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수영장에 가려고 단식을 했는데 그 계획을 미뤘다. 다시는 단식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마디로 “단식이 건강에 별 도움이 안 된다”며 세 가지 해악을 열거한다.
 
“첫째, 인체는 사용할 에너지가 없는데 몸을 움직이면 근육이 긴장하고 뭉쳐요. 그러면 근육을 둘러싼 주변 혈관에 피가 원활하게 흐르지 못해 근육통이 오고 피부에도 얼룩덜룩한 반점이 잘 생깁니다. 둘째, 공복이 6~12시간 이상 이어져 에너지를 내는 당이 모자라면 근육을 먼저 빼서 당으로 전환해 사용합니다. 그다음에 음식을 먹고 칼로리가 남으면 지방으로 저장합니다. 셋째, 당이 모자라면 에너지 소모가 큰 장기인 간 건강이 나빠지고 교감신경계가 자극받아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김양현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뇌가 타격을 받는다고 경고한다. 그는 “포도당 에너지의 60% 이상을 사용하는 뇌가 타격을 받는다. 학생·직장인이 아침을 굶으며 단식을 하면 뇌 활동이 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단식은 공복감 때문에 오래 지속하기 쉽지 않은 데다 자칫 폭식증·거식증 같은 식이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30대 회사원 박모씨는 단식을 자주 하는데도 체중을 조절하지 못한다. 그는 “이틀 단식한 뒤 빵 하나를 먹었는데 거기서 멈출 수 없어 여러 개를 먹었다가 다 토했다”며 “‘단식-폭식’을 계속 반복한다”고 말했다. 배고픔을 오래 참을수록 신체는 비상상태가 돼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신호를 더 강하게 보내기 때문이다.
 
또 단식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한다. 조동혁 전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칼로리 섭취량을 제한하면 필수 비타민·칼슘과 같은 미네랄을 충분히 먹기 어렵다. 단백질도 하루에 최소 50~70g을 먹어야 하는데 한 끼 식사만으로 그만큼의 단백질을 섭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 단식보다 과식하지 않는 식습관이 체중 조절에 효과적이다. 김양현 교수는 “무조건적인 단식보다는 칼로리를 계산해 자연스럽게 식사량을 조절해야 한다. 식사를 천천히 하면서 평소에 과식하던 습관을 교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같은 칼로리를 먹더라도 한 끼에 몰아 먹기보다는 서너 차례 나눠 먹는 것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 한꺼번에 먹으면 남는 칼로리가 지방으로 저장되고 금세 또 허기를 느낀다. 신체에 규칙적으로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지방을 쌓아 놓으려 해 살이 잘 찌는 체질이 될 수 있다.
 
밥을 먹을 땐 샐러드·나물 같은 섬유질을 먼저 먹고 20분 이상 천천히 씹어 먹는다. 렙틴 호르몬은 포만감을 느끼게 해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데 식사 후 20여 분이 지나야 나온다. 젓가락으로 골고루 집어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인다.
 
젓가락을 쓰게 되면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 않고 천천히 식사할 수 있어 과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식사 습관을 교정하면서 몸에 이상 반응이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야 한다. 김양현 교수는 “장기적으로 칼로리를 줄여 가며 살을 뺄 땐 신체가 서서히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뇨 같은 질병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혈당·혈압·전해질·소변을 점검해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민영·박정렬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와 카카오톡 친구가 되어주세요!

뉴스 공유하고 선물 득템!

Innovation Lab

트렌드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