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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외국의 숨은 골목 같은, 투박해서 정겨운 곳

중앙일보 2017.06.20 01:37
푸드 트립 │ 해방촌 
‘푸드트립’은 이런 도심 핫플레이스를 즐길 수 있는 가이드다. 로데오거리·성수동에 이어 이번엔 HBC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해방촌을 샅샅이 훑었다.
  
경리단길 식상해? 그럼 HBC로!
 
남산과 해방촌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는 루프톱. ‘백푸드트럭’ 3층에서 바라본 노을 지는 해방촌.

남산과 해방촌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는 루프톱. ‘백푸드트럭’ 3층에서 바라본 노을 지는 해방촌.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안쪽 신흥로에서 해방촌 오거리까지 이어지는 해방촌. 평지나 반듯한 길이 없고 모두 굽고 가파르다. 온통 레스토랑과 상점인데 이젠 필수가 된 발레주차는커녕 주차장을 갖춘 곳도 드물다. 건물들은 또 얼마나 낡았는지. 그런데 이 낡고 불편한 동네에 요즘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유의 이국적 분위기가 한몫한다.
 
원래 해방촌은 피란 온 실향민들이 모여 살던 판잣집 동네다. 인근 미군기지 군인과 어학원의 원어민 강사 등 외국인들이 싼값에 방을 얻기 위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이국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2012년 즈음 해방촌 건너편 경리단길이 뜨기 시작하면서 해방촌도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박균우 두레비즈니스컨설팅 대표는 “해방촌은 경리단길의 세컨드 상권이면서도 경리단과 달리 뛰어난 경관을 볼 수 있는 지리적 위치와 이국적인 분위기 등으로 2년 전부터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늦게 시작하는 하루
 
신흥시장 안의 카페 ‘오랑오랑’ 3층 루프톱에서 본 해방촌의 낡은 주택과 남산타워.

신흥시장 안의 카페 ‘오랑오랑’ 3층 루프톱에서 본 해방촌의 낡은 주택과 남산타워.

해방촌 푸드트립 전 먼저 알아야 할 게 있다. 해방촌의 하루는 느지막이 시작된다. 파스타 등 이탈리안 요리에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이탈리안 선술집 ‘쿠촐로’를 비롯해 두툼하게 썬 제주돼지고기 구이를 파는 ‘캠핑컴퍼니’, 성게알 덮밥과 시래기찜 등 한식을 파는 ‘미수식당’ 등 이름난 가게들은 오후 6시가 넘어야 문을 연다.
 
해방촌 푸드트립은 녹사평대로 안쪽의 신흥로에서 시작한다. 500m 거리의 비좁은 2차선 도로엔 작은 식당들이 마주하고 있는데 쿠촐로·캠핑컴퍼니·자코비버거·아워스 등 해방촌을 외지인에게 알린 맛집들이 모두 이 거리에 모여 있다.
 
대부분 오후 6시가 넘어야 문을 열기 때문에 오전의 해방촌은 조용하다. 해방촌의 하루는 다른 곳보다 늦지만 이곳에도 브런치 레스토랑이 있다. 먼저 해방촌 초입에서 남산 방향으로 200m 정도 걸어가면 오른쪽에 넓은 테라스가 있는 식당이 눈에 띈다. 다양한 재료를 탑처럼 쌓아 내장파괴버거로 불리는 수제버거집 ‘자코비버거’다.
 
자코비버거에서 녹사평역 쪽으로 100여 m 아래쪽에 있는 ‘팻캣’도 브런치 먹기 좋다. 두 곳 모두 오전 11시에 문을 연다. 해방촌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여는 곳은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토스트프랑세’다. 구단열 토스트프랑세 대표는 “해방촌엔 외국인 거주자가 많아 서양 음식점이 대부분”이라 고 말했다.
 
신흥시장에서 집 구경 책 구경
 
카페 겸 바 ‘오리올’.

카페 겸 바 ‘오리올’.

브런치를 즐겼다면 신흥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하지만 해방촌오거리로 오르는 언덕길이 문제다. 400m 남짓으로 거리가 짧지만 유독 가파르다. 걷다 보면 시원한 음료 한 잔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즈음 가게 안팎을 모두 하얗게 칠한 카페 ‘런드리 프로젝트’가 나타난다. 한쪽에 진짜 코인 세탁기가 있다.
 
해방촌오거리에서 ‘김밥천국’이 있는 내리막길로 조금만 내려가면 왼쪽에 마치 동굴을 연상시키는 어두컴컴한 상가 입구가 나온다. 이곳이 신흥시장이다. 어두컴컴한 데다 지나가는 사람도 드물어 ‘제대로 찾은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시장 한복판의 커피전문점 ‘오랑오랑’이 생기를 불어넣는다. 곧 쓰러질 듯 낡은 회색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4년 넘게 비어 있던 곳을 꾸며 2016년 초 문을 열었다. 쓰러질 듯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나오는 3층 루프톱이 특히 매력적이다. 2016년 노홍철이 연 ‘철든책방’도 신흥시장 안에 있다. 매일 문을 여는 대신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픈 일정을 알려준다.
 
점심 식사를 못했다면 시장 초입 ‘코스모스식당’을 추천한다. 주문 즉시 만들어 내놓는 카레와 고로케를 먹을 수 있다. 시장 입구 건너편엔 이탈리안 레스토랑 ‘노아’도 있다.
 
루프톱에서 즐기는 노을
 
해가 지기 시작하면 서둘러야 한다. 해 지는 해방촌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루프톱에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방촌오거리에서 편의점 미니스톱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익숙한 주택가가 나온다. 세탁소와 수퍼마켓 등 사이사이에 작은 카페들이 있다. 200m쯤 더 걸어가면 왼쪽에 3층 높이의 벽돌 건물들이 나온다. 하얀색 건물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있는 ‘오리올’과 ‘더백푸드트럭’이다. 오리올은 가수 정엽이 운영하는 카페 겸 바다.
 
바로 옆 더백푸드트럭은 오리올보다 먼저 루프톱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명당은 2층 테라스와 3층의 루프톱이다. 뒤로는 남산이, 앞에는 해방촌이 한눈에 펼쳐진다.
 
글·사진=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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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송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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