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현충일 추념사-보훈의 의미

중앙일보 2017.06.20 01:00
중앙일보 <2017년 6월 7일 30면>
보훈,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제62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며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애국과 보훈은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앞으로 보훈 활동을 국민 화해와 통합의 장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선언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말로 독립운동가와 후손, 공적을 끝까지 찾아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공감을 자아낸다. 독립운동가를 포함한 애국자들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순수한 신념과 열정에서 온몸을 바쳤지만 이를 잊지 않고 끝까지 찾아내 기억하고 보훈을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문 대통령이 “보훈이야말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강한 국가로 가는 길”이라며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해 국가유공자 등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것은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환영할 일이다. 국회는 국가보훈처의 격을 높이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물론 실질적인 보훈 활동을 강화하고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입법 활동과 예산 배정으로 뒷받침해 줄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립서울현충원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물론 중앙보훈병원을 찾아 국가유공자를 손수 위로한 것도 울림을 준다. 특히 추념식에서 유공자가 소감 발표를 마친 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내려오자 예정에 없이 자리에서 뛰어나가 부축한 것은 우리 역사를 만든 애국자에 대한 보훈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명백히 북한의 침략으로 발생한 민족사의 비극인 6·25전쟁에 대해 가해자를 명시하지 않고 “38선이 휴전선으로 바뀌는 동안”이란 애매한 표현으로 넘어간 대목은 유감이다. 명백히 밝혀진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야말로 전몰장병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보훈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끊임없는 과거사 반성은 전쟁과 비인륜적 행위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책임을 인정하고 이를 후손들에게 정확하게 교육하는 데서 출발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한겨레 <2017년 6월 7일 27면>
보훈의 의미 새롭게 새긴 현충일 추념사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 곁에 지뢰 사고를 당한 부상 군인들이 자리했다. 평소에는 4부 요인이 함께했지만 이번에는 국가유공자들이 자리한 것이다. 보훈의 위상을 강화하고 국가유공자들을 제대로 예우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상징적 조처였다. 이날 추념식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보훈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김으로써 국민을 한데 아우르는 계기로 삼기에 충분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분 한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 그 자체로 온전한 대한민국이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 참전 용사, 파독 광부·간호사, 봉제공장 여성노동자, 5·18과 6월항쟁의 민주주의 현장을 지킨 이들, 서해 바다를 지킨 용사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모두가 애국자”라고 했다. 그는 특히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추념사 말미에는 순국선열, 호국영령과 함께 민주열사를 나란히 열거하기도 했다. 결국 진보와 보수, 좌와 우를 넘어 애국하는 모든 이들을 받드는 보훈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이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해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눈에 띈다. 시대 변화에 걸맞은 적극적인 보훈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보수 정권들이 보훈을 좁은 의미로 해석해 특정 이념의 전유물인 양 다룬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하다”며 “독립운동가 한 분이라도 더 찾아내 기억하고 기리겠다”고 말했다. 친일의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직시하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북한’이란 단어를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전과는 다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충일이면 북한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거나 북한을 고리로 국내의 정치적 상황을 연관시키는 발언을 하곤 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북핵 위기를 둘러싼 유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신중히 접근하는 한편, 전쟁의 경험을 국내 정치에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논리 vs 논리
전쟁 가해자 명시 안 해 유감 vs 이념 떠나 유공자 예우에 초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식을 마친 뒤 서울 중앙보훈병원을 찾아 국가유공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식을 마친 뒤 서울 중앙보훈병원을 찾아 국가유공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은 62회 현충일을 맞아 뜻깊은 추념사를 남겼다. 핵심 개념은 애국과 보훈, 통합이었다. 행사의 의미를 생각하면 당연한 듯 보이지만 용어의 추상적 개념을 인물로 구체화해 누가 주인공인지를 밝힌 점에서 신선했고 이해하기도 매우 쉬웠다.
 
한겨레는 추념식에서 보여준 문 대통령의 일관성에 주목했다. 첫 번째는 내용과 형식의 일관성이다. 추념사는 보훈의 위상을 강화하고 국가유공자들을 제대로 예우하겠다는 의지 표명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주무부처인 국가보훈처의 조직 위상을 장관급 기구로 격상시키고 순국선열, 호국영령, 민주열사 등 모두를 아울러 받들겠다고 한 다짐은 지난 시대와 확연히 다른 내용이었다.
 
행사장에서 문 대통령 부부 곁에 고위급 인사 대신 부상 군인과 국가유공자들을 배석하게 함으로써 형식을 통해 그 뜻이 더 강력하게 전달될 수 있었다. 둘째는 원칙과 실천의 일관성이다. 한겨레는 문 대통령이 ‘북한’이라는 단어를 거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전쟁을 통치에 끌어들이거나 이념의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데서 그 이유를 찾았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를 편 가르지 않는 보훈으로 국가 통합을 이루겠다는 메시지도 강조했다. 대북 정책은 현충일이 아닌 다른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충일의 주인공은 애국열사와 유공자들이므로 국가의 감사와 예우에 초점을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앙의 사설은 문 대통령의 추념사에 대해 항목별로 의미를 평가하거나 의지를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우선 애국과 보훈을 특정 정파의 전유물로 이용하지 않음으로써 국민 화해의 계기로 삼겠다는 점을 높이 샀다. 독립운동가를 끝까지 찾아내 기억하겠다는 구절에서도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며 지지했다. 행사 후 중앙보훈병원을 찾아가 국가유공자를 위로한 행보를 보며 대통령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반겼다. 나아가 국가보훈처의 격을 높이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강력한 보훈이 성공할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 협력과 뒷받침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침략에 대해 역사적 책임을 묻고 6·25 전쟁의 가해자를 명시하지 않으면 전몰장병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보훈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훈은 역사적 기억에 대한 현재의 입장이라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국민 통합과 강한 국가로 가는 길에 보훈이 있다는 점을 뚜렷하게 선언했다. 이에 따라 보훈의 기준과 방식, 대상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군사 원호에서 예우와 보상의 강화, 유형적 지원과 더불어 자존감 상승으로 전환, 국가유공자 범위의 확대가 그것이다. 원호는 사회보장 차원의 도움을 말하는 것이고, 보훈은 국민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행위에 대해 국가가 보답하는 보은행위다. 원호적 접근은 거칠게 표현하자면 국가유공자를 불우이웃돕기 차원으로 대하는 것인 반면, 보훈은 그들의 희생에 대해 유형적 보상과 더불어 공훈에 대한 정신적 존경도 함께 바치는 것이다. 그러나 보훈연금 대상자 중 13만여 명은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고, 44%는 4인 가족 기준 소득 수준보다 적은 돈으로 가족이 함께 살고 있으며, 85%는 60세 이상으로 빈곤이 가속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2016년). 그동안 국가보훈처의 위상도 약했고 예산도 넉넉지 않았으나 이제라도 정당한 예우와 보상을 통해 명예를 존중하는 실질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따라서 한겨레와 중앙이 문 대통령의 정책의지를 높게 평가한 데에는 그간의 보훈 정책에 대한 국가의 반성에 동의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보훈정책은 기억의 정치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현재의 정치적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 보훈의 대상은 크게 보아 1945년 이전의 독립유공자,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국가를 위해 전쟁을 치른 호국용사, 그리고 민주주의 확립을 위해 희생한 민주화유공자다. 성격이 다른 세 집단을 국가가 공훈 대상자로 공식 인정함에 따라 때로 모순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령, 독립운동을 했으나 좌익활동을 한 사람도 있고, 호국용사였으나 민주주의를 탄압한 사람도 있다. 기려야 할 공훈이 무엇인가는 사회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정권의 통치에 이용당하기도 하고 사회세력 간의 이념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정작 국가유공자들은 물질적 빈곤뿐 아니라 사회적 존경은커녕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 6·25 참전 유공자가 보훈대상자의 40%에 이르고, 군경 관련 유공자를 합하면 95%에 달하기 때문에 이념과 대북 문제는 늘 현안이 된다. 한겨레와 중앙의 입장 차이도 이 때문이다. 국가를 위해 삶을 바치고 돌아가신 선열들은 과련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으셨을까. 보훈의 달 한가운데서 문득 궁금해진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중앙일보와 카카오톡 친구가 되어주세요!

뉴스 공유하고 선물 득템!

Innovation Lab

트렌드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