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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 톡톡 튀는 감각으로 뭉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중앙일보 2017.06.20 00:01
전북 전주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핫플레이스'가 있다. 전주 남부시장에 있는 '청년몰'이다. 이름 그대로 청년들이 장사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일반 쇼핑몰과는 다르다.
 
꿈은 있지만 주머니는 가벼운 청년들이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는 모토로 가게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 슬로건은 청년몰이 있는 상가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벽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 있는 상점 지도.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 있는상점 지도.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6일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을 찾은 관광객.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6일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을 찾은 관광객.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5일 청년몰에서 만난 청년 상인들의 이력과 창업 동기, 꿈은 다양했다. 하지만 청년몰 슬로건에 대해서는 "게으르게 살겠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삶이 행복하고 그 행복을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잘살자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소한 무역상'을 운영하는 박종현(36)씨는 2015년 1월 이곳에 가게를 열기 전까지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캐논 전북지사 서비스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다 결혼 후 회사를 그만뒀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출입구.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 남부시장청년몰 출입구. 프리랜서 장정필

박씨는 "야근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원만한 결혼 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 자영업을 택했다"고 말했다. 박씨 가게에서는 인도 면직물을 수입하고 '씨앗엽서'를 수출한다. 엽서는 사무실에서 버려지는 폐종이로 만든다. 씨앗을 심은 엽서에 물을 적시면 새싹이 자라는 상품이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 적힌 슬로건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적힌슬로건 '적당히 벌고 아주잘살자'.프리랜서 장정필

 
박씨는 씨앗엽서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온리'의 이사이기도 하다. 이 기업의 대표도 얼마 전까지 박씨 옆 가게 주인이었다. 청년몰에서 장사가 잘돼 공간을 확장해 나간 것이다. 박씨는 "한 달 수입을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직장 다닐 때보다 최소 2배 이상은 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을 찾은 관광객들이 가게를 구경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6일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을 찾은 관광객들이 가게를 구경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책방 '토닥토닥'에 들어서자 책 표지마다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무용지용 병맛심리상담소』라는 책에는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들에게 아주 다양하고 재미 있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이겨낼 방법들을 제시한다"고 적혀 있다. 책방 주인 김선경(34·여)씨가 책을 읽고 적은 감상평이다.  
지난 16일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을 찾은 관광객들이 책방 '토닥토닥'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6일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을 찾은 관광객들이 책방 '토닥토닥' 앞에서사진을 찍고 있다.프리랜서 장정필

김씨는 지난 4월 말 청년몰에 입점한 '새내기 사장'이다. 전북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책은 주로 'ㅇㅇ책 협동조합'에 소속된 1인 출판사들이 만든 책을 엄선해 가져온다"고 했다.   
 
경기도 부천에 살았던 그는 지난해 결혼하면서 전주에 눌러앉았다. 부천에서는 병원에서 미술치료를 하거나 책읽기 교사 등을 했다고 한다. 
 
'소소한 무역상'에서 파는 씨앗엽서들. 씨앗이 든 엽서에 물을 적시면 새싹이 자란다. 프리랜서 장정필

'소소한 무역상'에서 파는 씨앗엽서들.씨앗이든 엽서에 물을 적시면 새싹이 자란다. 프리랜서 장정필

책 표지마다 책방 '토닥토닥' 주인 김선경씨가 감상평 등을 적은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책 표지마다 책방 '토닥토닥' 주인 김선경씨가 감상평 등을 적은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그는 "청년몰에 올 때마다 작은 공간에서 자신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예뻐 보였는데 모집 공고가 떠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월세가 워낙 싸기 때문에 적자는 아니다"며 "이곳에서 커리어를 쌓고 돈도 모아서 제대로 된 나만의 가게를 여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을 찾은 관광객들이 한 가게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6일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을 찾은 관광객들이 한 가게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프리랜서 장정필

청년몰은 전주 남부시장 상인회에서 관리한다. 점포는 1년 단위로 계약하고 가게 크기(10~20㎡)에 따라 보증금 25만원에 월세 4만원,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8만원을 받는다. 주변 시세의 절반 값이다 보니 빈 점포가 나면 입점 경쟁률이 20대 1을 넘기기 일쑤다.   
 
지난 16일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을 찾은 관광객들이 한 가게 안에서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6일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을 찾은 관광객들이 한 가게 안에서 물건을 살펴보고있다.프리랜서 장정필

반려동물을 위한 상점 '개in주인'의 노한빈(32·여)씨는 서울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다 내려왔다. 노씨가 직접 만든 개·고양이 인식표와 목걸이, 목도리 등을 판다.
 
가게 이름은 '개 주인이 안에 있다'는 뜻과 '개와 개 주인들은 안으로 들어오라'는 환영의 인사를 담아 지었다. 노씨는 "경쟁이 심한 서울과 달리 아이템도 거의 안 겹치고 가게끼리 상생하는 장점 때문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며 "사업이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삶의 여유가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서 반려견 수제용품을 파는 '개in주인'.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서 반려견 수제용품을 파는'개in주인'. 프리랜서 장정필

 
청년몰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문전성시)'으로 시작됐다. 이듬해 5월 상점 12개가 문을 열었고 지금은 각종 공방과 소품점·책방·카페·음식점 등 30여 개가 영업 중이다.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하고 주말에는 오후 늦게까지 한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 있는 보드게임방 '같이 놀다 가게' 내부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 있는 보드게임방 '같이 놀다 가게' 내부 모습.프리랜서 장정필

청년몰 주인 대부분이 19~39세로 젊다 보니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아이템으로 승부를 건다. '잘 키운 청년몰 하나 열 백화점 부럽지 않다' '만지면 사야합니다' '변비에만 좋은 거 아니다. 오장육부 온몸이 환장한다(수제 요거트)' 등 가게마다 내건 문구도 톡톡 튄다.
 
청년몰이 들어선 건물은 1999년 화재가 난 이후 창고로 쓰던 곳이다. 지금은 청년몰이 침체된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평가를 받지만 처음엔 고비도 많았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는 가게마다 톡톡 튀는 문구로 손님들의 이목을 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는 가게마다 톡톡 튀는 문구로 손님들의 이목을 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는 가게마다 톡톡 튀는 문구로 손님들의 이목을 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는 가게마다 톡톡 튀는 문구로 손님들의 이목을 끈다. 프리랜서 장정필

"시장 물만 흐린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손님을 빼앗긴다"며 일부 상인들이 반대해서다. 내부적으로는 경험 부족과 적응 실패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40~70대인 남부시장 상인들도 자식뻘인 청년몰 사장들을 반긴다. 청년몰이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에 있는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들이 몰리자 기존 상점들의 매출도 10~20%씩 올랐기 때문이다. 안 팔리던 가게들이 매매가 되고 임대료가 오른 것도 '청년몰 효과'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 있는 안내판.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 있는 안내판.프리랜서 장정필

하현수(57) 전주 남부시장 상인회장은 "처음에는 세대가 달라 잘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 물건을 사고팔고 상인대학과 워크숍 등을 통해 많이 친해졌다"고 말했다. 상인회는 남부시장에서 자기 가게를 가진 300여 명이 정회원이지만 청년몰 상인 50여 명도 준회원 대접을 받고 있다.  
  
관광객들은 청년몰 곳곳을 구경하며 맘에 드는 가게를 배경 삼아 셀카 찍기에 바빴다. 서울에서 온 최아름(26·여)씨는 "페이스북을 보고 찾아 왔는데 쇼핑몰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한 물건이 많다"며 "전통시장 안에 있다 보니 마치 딴 세상에 놀러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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