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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 검사 → 최순실 특검 팀장 … “경험·능력엔 의문” 지적도

중앙일보 2017.05.20 01:15
‘국정원 댓글’ 수사로 좌천됐던 윤석열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오른쪽)가 19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윤 신임 지검장이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박영수 특별검사. [강정현 기자]

‘국정원 댓글’ 수사로 좌천됐던 윤석열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오른쪽)가 19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윤 신임 지검장이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박영수 특별검사. [강정현 기자]

19일 임명된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22일자 인사)은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으로 꼽힌다. 지금은 폐지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거쳤다.
 
하지만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있으면서 직속상관이던 조영곤(59·16기)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정면충돌해 ‘항명(抗命)의 상징’이 됐다. 그런 그가 4년 만에 조 지검장 자리에 앉게 됐다. 청와대는 2005년 고검장급으로 격상됐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일반 지검장급으로 끌어내리면서까지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일각에선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 부팀장이었던 박형철(49·25기)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과 함께 청와대-검찰의 새로운 ‘핫라인’이 구축된 거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윤 검사는 2013년 조 지검장의 재가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했다가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그는 며칠 뒤 국정감사장에서 “수사 초부터 법무·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고 체포영장 청구 등은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관(조 지검장)의 위법한 지시를 따를 수 없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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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한직(閑職)인 고검 검사를 떠돌던 그는 지난해 12월 박영수 특별검사에 의해 수사 일선에 복귀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사건’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임명됐다. 윤 검사는 대학 4학년 때 사법시험 1차에 쉽게 합격했지만 2차 시험 운은 따르지 않아 1991년 9수 만에 간신히 합격했다. 2002년 검사를 그만두고 잠시 변호사로 일했지만 이명재 전 검찰총장 등 선배들의 설득으로 검찰에 복귀했다.
 
수사 업무만 주로 해 온 그가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을 이끌기엔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바른정당은 19일 “윤 검사의 지금까지 경력을 보면 이 같은 직위를 수행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윤 검사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예스맨’이 되지만은 않을 거란 예상도 많다. 수사구조 개편에 적극적이지만 평소 소신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 중심으로 개편하고 국가수사처 등 형태로 사법경찰 기능을 다변화해야 한다”며 “경찰의 사법경찰 기능은 수사 영역에 따른 기관들로 흡수하고 치안·교통 기능 등으로 전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일단 윤 검사에게 최순실 게이트 사건의 마무리를 주문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정 농단사건 수사를 확실히 해낼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인선 이유를 설명했다. 윤 검사도 임명 발표 직후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 개혁을 하는 자리는 아니다. 수사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영수) 특검과 차를 마시며 TV를 보다가 임명 사실을 알았다. 미리 인사에 대한 언질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나도 어리둥절하다”고 덧붙였다.
 
◆9년 만에 호남 출신 검찰국장=박균택(51·21기)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22일자 인사·현 대검 형사부장)은 ‘기획통’으로 평가받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8년 문성우 당시 검찰국장이 법무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호남 출신 검찰국장은 처음이다. 2005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에 검찰 실무위원으로 참여했던 경력도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됐던 사법 개혁의 흐름을 잘 이해한다는 의미다. 그가 속했던 팀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의 틀을 만들었다.
 
당시 별명은 ‘박우국(憂國)’이었다. 검사로서의 국가관과 신념이 뚜렷하다고 해 주변 사람들이 붙인 별칭이다. 사개추위에 법원 측 실무위원으로 참여했던 유승룡(53·22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당시 사법제도 개혁이 워낙 첨예한 이슈여서 격렬한 논쟁이 자주 벌어졌지만 박 국장이 원칙적이면서도 상대 얘기를 잘 들어주는 스타일이어서 논쟁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 윤석열 검사의 주요 발언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 2013년 10월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항명 논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검사가 수사권으로 보복하면 깡패지, 검사입니까”
-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 농단사건 특별수사팀 합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갑자기 벅찬 직책을 맡게 돼 깊이 고민하겠다”
- 19일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발표 직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 윤석열 검사는
▶서울 출생 ▶충암고-서울대 법학과 ▶사법시험 33회(사법연수원 23기) ▶춘천지검 강릉지청·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대검찰청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국정원 정치·선거개입 특별수사팀장 ▶대구고검·대전고검 검사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이동현·유길용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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