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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첫날 보인 탕평 의지, 임기 말까지 지켜라

중앙일보 2017.05.10 20:55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10일 전남 영광 출신으로 4선 의원을 지낸 이낙연 전남지사를 총리에 지명했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총리였던 김황식(전남 장성) 전 총리 이래 4년2개월여 만에 호남 출신 총리 지명자가 나온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탕평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한 임종석 전 의원도 전남 장흥 출신의 586 정치인이다. 비문 계열의 젊은 호남 출신 인사를 중용한 점 역시 긍정적이다. 모처럼의 탕평인사인 만큼 야당도 총리 지명자에 대해 개인적 흠집 찾기로 발목을 잡기보다는, 정책과 소신을 파헤치는 방향으로 인준 청문회를 끌어가기 바란다.
 
문 대통령의 인사 원칙은 되도록 친문을 배제하고, 실무형 전문가를 중용하며 내각·청와대 수석의 평균 연령을 50대로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권 논란을 종식하고 정부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평가하며 이 원칙을 5년 내내 지켜가기 바란다.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40%대 초반에 그쳤고 집권당 의석은 쟁점 법안 통과선(180석)에 못 미치는 120석에 불과하다. 만만찮은 핸디캡을 안고 출범하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을 제대로 끌고 가려면 실용주의에 입각한 탕평인사를 일관되게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정당들이 문재인 정부의 협치 의지를 인정하고 연대에 나설 동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주문하자면 민주당 안팎 출신만 중용하지 말고 구여권 인사 가운데서도 능력 있고 합리적인 인물을 요직에 앉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경제나 안보 같은 주요 부문 장관직에 구여권 출신 인재를 중용해 당파를 초월한 탕평정치의 모범을 보여달라는 얘기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인해 갈가리 찢긴 사회를 통합하고, 문 대통령을 찍지 않은 보수층을 포용할 동력을 얻는 데 이만한 카드도 없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고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선 유세에서 내건 ‘적폐 청산’은 취임사에선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또 주요 사안을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고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한편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도 약속했다. 전임 대통령의 불통정치로 답답함과 목마름을 느껴온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얘기들이다.
 
다만 역대 대통령들도 취임 직후엔 소통을 약속했지만, 이내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야당·언론과의 대화를 기피하기 일쑤였다. 문 대통령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간 날 때마다 청와대를 벗어나 사회 다방면과 전방위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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