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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앙의 서울이야기] (27) 나날이 발전하기

중앙일보 2017.04.22 01:00
욕망·충동·콤플렉스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함 갖춰야 
시리아를 뒤흔드는 내전, 우리의 행성 이곳저곳에 만연한 폭력, 부부 사이와 가족 안에서조차 툭하면 불거져 나오는 공격성. 치료책과 처방 마련이 시급하다.
 
프로이트의 『문명 속의 불안』이라는 작은 책자를 읽다 보면 우리 삶의 여러 문제를 돌아보게 된다. 가령 결혼이나 종교·도덕·문화와 같은 사회의 가치체계들이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가? 타인과 원만하게 지내고, 이웃과 더불어 평화를 구가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프로이트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인간의 고통을 낳는다고 보았다. 첫째는 육체의 쇠락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다. 육체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질병과 통증을 치러야만 하는 운명이다. 둘째는 인간 조건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한계적 상황들이다. 이를테면 천재지변이라든가 부조리,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자각이 그렇다. 끝으로 타인과의 관계다. 질투·탐욕·도구화·사디즘 같은 것이 여기에 속하는데 프로이트는 이것을 인간적 고통의 가장 중요한 근원으로 보았다.
 
결국 정신분석학의 창시자가 이해한 삶은 고단한 무엇이었다. 그런 점에서 붓다의 시각과 유사하다. 현실에서 도망치고자 하는 유혹이 그로부터 생겨나고, 고통을 외면하거나 잊고자 하는 수단들이 고안된다. 이와 관련해 프로이트는 세 가지 방어기제를 언급한다. 그중 하나는 술에 취하거나 유흥에 빠지는 것이다. 부조리한 삶의 고단함을 견딘다는 핑계로 자신을 허무는 셈이다. 다른 하나는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기, 내게 상처 주는 모든 것에 거리 두기다. 도구화된 하나의 타협책으로서 종교 제도에 기대는 태도가 이에 해당한다.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편으로서의 종교가 그런 거다. 마지막 남은 하나가 이른바 승화작용이라 불리는 정신적 자세다. 본능과 충동들을 들어 올려 도덕적·영적·철학적 차원을 지향한다.
 
지금까지 목록에 하나 추가하자면, 아마도 고삐 풀린 소비욕구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이 있을 수 있겠다. 오늘날 시끌벅적한 쇼핑센터를 유람하는 것보다 일상의 고통을 잊는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고역이다. 프로이트가 지적한 대로 우리 각자의 자아는 세 가지 힘과 끊임없는 갈등을 겪어내면서 또한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충동과 욕망의 저장고라 할 이드(Id). 아침부터 저녁까지 불만을 토로하며 법석을 떠는 공격성이 그 속성이다. 이와 더불어 인간의 깊은 내면에 공존하는 것이 초자아다. 언제나 우리의 잘못을 다그치고 양심의 가책을 묻는, 질서를 환기시켜 주는 내면의 경찰이다. 그런가 하면 현실 세계 또한 자아의 적응이 소홀해선 안 될 영역이다. 일상에 범람하는 온갖 우연과 우여곡절, 예기치 못한 사건들과 덧없는 인연들. 그렇다, 삶은 언제든 악몽으로 돌변할 수 있다. 그러니 어떻게 살아야 할까. 너무나도 강력해 믿을 수 없는 욕망들, 변덕스러운 충동들, 온갖 콤플렉스와 트라우마가 더는 나의 마음을 흔들지 못하도록 우선 나라는 존재 자체를 붙들어줄 든든한 건강함을 갖춰야 하리라.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적의를 버리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넉넉한 사랑으로 세상을 끌어안는 일이 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스위스 철학자/번역 성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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