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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VS 송민순,팽팽하게 맞서있는 세가지 논점은

중앙일보 2017.04.21 14:46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본지 인터뷰를 통해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하기 전 북 측의 의견을 물었다는 증거로 ‘쪽지’를 공개하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1일 “북풍공작”이라며 “당시 국정원 자료 공개를 논의중”이라고 반박했다. 송 전 장관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해 “공개해야죠. 사실은 하나이며, 대안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양 측의 엇갈리는 입장과 쟁점을 정리했다.
 
①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시점은 언제?=송 전 장관은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2007년 11월15일, 11월16일, 11월18일 세 차례에 걸친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기권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자신이 찬성을 고집해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가 북 측 의견을 알아보자고 했고, 11월2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른 자리에서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이 북 측의 반응을 담은 쪽지를 건네줬다고 기록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 방침이 결정됐다. 북한에 통보해주는 차원이지 북한에 그 방침에 대해 물어본 바가 없다. 그 점에 대해서는 국정원에 확실한 증거자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 쓴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참석자들은 (16일에)이미 (기권으로)결정된 사안으로 넘기길 원했을 수 있지만, 주무장관인 내가 찬성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었다. 대통령도 내가 16일 보낸 호소 서한을 읽고 18일 다시 논의해보라고 지시했는데, 이는 이 때까지 최종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라는 것이다.(2016년10월24일 서면입장 발표에서)
 
송 전 장관은 21일 자신이 총장을 맡고 있는 북한대학원대학교로 출근하는 길에도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게 사전에 의견을 구한 것인지, 기권 결정을 이미 내린 뒤 통보를 한 것인지에 대해)그것은 문 후보에게 물어보라. 그 정리된 (쪽지)메시지를 보고도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가 있는지”라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이 공개한 쪽지에는 북한이 “남 측이 반공화국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북남간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고 한 것으로 돼 있다.
 
그는 “기권 결정을 했다는데 북한이 그렇게 반응하느냐. 그게 기권에 대한 답인지 아닌지 보면 알지 않느냐. 우리 5000만 국민이 (이해할)명확한 한글말을…”이라며 답답해했다.  
 
유엔 홈페이지상 기록 등에 따르면 당시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표결은 2007년 11월21일 새벽(뉴욕 현지시간 20일 오후) 이뤄졌다. 결의안 초안 마련 등을 주도, 한국 정부와 몇 주에 걸쳐 접촉하며 문안교섭을 했던 일본 측의 다카스 유키오(高須幸雄) 유엔 주재 일본 대사는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에 한국의 입장을 들었다. 찬성을 기대했으나 기권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차를 감안하면 다카스 대사가 이야기한 ‘오늘 아침’은 한국 시간으로 전날인 11월 20일 밤이다.  
 
표결 이틀 전인 11월 19일 조희용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유엔 표결 직전에 입장이 확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문 후보 주장대로 정부가 16일 내부적으로 기권 결정을 내렸다면, 이를 공식화하고 우방국에 통보하기까지 나흘이 더 걸린 셈이다. 송 전 장관의 기록이 맞다면 직전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통보 절차 시간이 부족했을 수 있다.  
 
②쪽지, 왜 지금 공개?=문 후보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는 이 문제를 제외하고도 )저에 대한 왜곡이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북방한계선(NLL) 북풍공작처럼, 선거를 좌우하려는 비열한 새로운 색깔론, 북풍공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곡’이라는 두 부분을 더 지적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2007년 샘물교회 교인 피랍사건 당시 문 후보 등이 테러단체인 탈레반 요구대로 정부 신임장을 제시하자고 했고, 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물인 10·4 선언에 ‘3자 또는 4자가 만나 종전 선언 협력’이란 표현에 대해 문 후보가 “김정일이 북한 협상팀에 지시한 사항이라 변경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문 후보는 “이렇게 저를 유독 언급한 부분은 전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3자 혹은 4자’ 부분에 대해 송 전 장관은 “당시 문 실장이 청와대에서 직통 전화로 평양과 연락하고 있었다. 책에도 문 실장이 이 문제의 비중을 잘 이해했다고 긍정적으로 썼는데 그걸 지금 제가 나쁘게 썼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 책이 자꾸 틀렸다고 이야기하는데, 책을 한번 좀 자세히 보고 비판하셔야 한다”면서다.  
 
또 “문 후보가 여러 계기에 공개적인 방송 등에서 제 책이 근본적인 오류이며, 혼자만의 기록이고, 다른 사람의 기억과 다르다고 말해 제가 사실에 입각하지 않고 책을 쓴 것처럼 묘사를 했다. 저자로서 그렇지 않고 사실관계에 기초해 썼다는 것을 밝힐 필요가 있어서 그랬다(쪽지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또 “저는 공격을 할 생각이 없고 이 문제로 정치화되는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30년을 현장에서 일했던 것을 기록을 하고, 3년에 걸쳐서 (책을)썼는데 그 책의 온전성이 제 최대 가치”라고 말했다. 또 “지금 제가 사실이 아닌 것을 갖고 글을 썼다고 (문 후보가)주장을 했기 때문에 제가 가만히 있으면 뭐가 되겠느냐. 침묵은 동의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이야기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저로서도 책의 온전성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자는 취지에서 쓴 것이지 정치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격하는 쪽도 이를 색깔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력의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다.  
 
 
③쪽지 공개는 공무상 기밀 누설인가?=문 후보는 송 전 장관이 쪽지를 공개한 것을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잘못된 내용에 대해서는 송 장관에게 책임을 묻겠다.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송 전 장관은 “기밀이라는 것은 우리 국가가 수립한 정부 계획이 노출됐을 때 정책 수립에 차질을 가져오거나, 상대방과 서로 비밀로 하기로 약속해 분류돼 있다든지 해서 국가 이익에 영향을 줄 때 기밀로 인정된다”며 “뭐가 찍혀 있다고 기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몇급 비밀이라는 식으로 분류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자기가 원하는 것은 공개해도 되고 원치 않는 것은 공개하면 안 된다는 것이 비밀의 기준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외교문서의 경우 1, 2, 3급 비밀 및 대외비 문건 등으로 분류를 하고 지정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반 문서로 전환된다. 이후 또다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심의를 통해 일반에 공개되기도 한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19조에 따르면 ‘법령에 따른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 등은 공개하지 않는 보호 기간을 따로 정할 수 있다. 이런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접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비밀을 누설하는 경우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했다. 송 전 장관이 공개한 쪽지가 청와대가 ‘정한 보호 가치가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형법 113조는 외교상의 기밀을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떤 정보를 외교상 기밀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1995년 대법원 판례가 있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검찰이 외교상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한 사건에서 당시 대법원은 “외국과의 관계에서 국가가 온전하게 지켜야 할 기밀로서, 외교정책상 외국에 대해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않아야 대한민국의 이익이 되는 모든 정보자료”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이 때 ‘외국에 알려지지 않아야 국익이 된다’는 입증, 즉 알려지면 국익 훼손이 된다는 입증은 검찰 측이 해야 한다. 대법원은 검찰이 이런 입증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송 전 장관이 공개한 쪽지도 기밀을 어디까지로 규정할 지, 이를 어떻게 입증할 지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기밀 누설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복수의 법조계 인사들은 전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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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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