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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후보님들, 그래서 20평 전세 가능한 건가요?

중앙일보 2017.04.21 03:30
이 현 사회 2부 기자

이 현 사회 2부 기자

19일 열린 대선후보 2차 TV토론은 ‘배꼽 도둑’이었다. 1차 토론회에서는 ‘세탁기’만 남더니 이번엔 ‘뼈그맨(타고난 개그맨) 홍준표’ ‘나이키 안’ ‘나일론 맨’ 등의 편집 영상이 유튜브를 떠다닌다. 삶이 팍팍해 웃을 일이 없는 청년들의 박장대소를 노린 것이었다면 성공이지만 표를 노렸다면 대실패다.
 
후보들은 ‘대북송금’을 두고 한참 설전을 벌였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올해 투표권을 얻은 1998년생이 두 돌이 되기 전 이야기다. “도대체 몇 년 지난 얘기입니까? 선거 때마다 대북송금을 아직도 우려먹습니까?” 심상정 후보의 일갈에 나머지 후보들도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정책에 대한 이야기는 드물었다. 심 후보조차도 그랬다. 청년들이 기다렸던 정책 이야기는 유승민 후보가 안철수 후보의 교육부 폐지 공약에 대해 “세월호 사건이 터지자 해경을 해체한 것과 비슷하다”며 논쟁을 유발한 것 정도였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날 토론을 두고 서른 안팎 또래 친구들의 단체 대화창엔 “과거 발언이 맞니 틀리니, 책임지라는 둥…. 대선 토론에 나와서 정치 싸움하는 느낌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생각해보니 그래서 공약이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우리는 언제쯤 저 사람들이 뭘 주장하는지 알게 되는 걸까”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중앙일보 여론조사(15~16일 실시)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94.9%가 투표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했다. 탄핵은 정치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던 20대의 마음에 불씨를 던졌다. 최근 심층 인터뷰를 위해 만난 20대 50명 가운데 27명이 대선 공약 중 일자리 정책을 주의 깊게 본다고 했지만 "보여주기식뿐이더라” “참신함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고 실망감도 표출했다. 20대의 과반(58%)이 “상황에 따라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한국갤럽 조사, 11~13일)고 하는 이유다. 요즘 청년들은 한강이 보이는 호화 아파트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대출 없는 20평대 전세 아파트’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자녀 양육이 가능한 삶’ 등 소박하지만 현실적인 꿈을 꾼다.
 
‘정규직 공채 시 우대’ 그 한마디에 몇 년째 인턴만 전전하는 ‘인턴 부장’이 한둘이 아니다. 신혼부부들은 집 주인 심기를 거스르면 전셋값을 올릴까봐 웨딩사진도 벽에 못 걸고 산다. 이런 사람들이 주적이 누구인지, 대북송금 사건이 뭔지 궁금해서 TV 앞에 앉았을까? 후보들에게 듀엣 ‘형돈이와 대준이’의 노래 ‘장미대선’ 감상을 권한다. 노랫말은 이렇다. “그 어떤 달콤한 말에도 흔들리지 않아, 늘 상처 받고 우는 건 언제나 나였잖아, 좀 더 꼼꼼하게 좀 더 생각해 ….”
 
이 현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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