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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테러지원국 카드’로 북한 죄는 미국 … ‘거래 말라’ 중국도 압박

중앙일보 2017.04.21 02: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다시 올릴 수 있다며 대북 압박을 더욱 강화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국무부 브리핑에서 “평양 정권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다른 방안과 함께 테러지원국 측면에서 북한의 모든 지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모든 옵션을 평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알렸다.
 
틸러슨 장관은 “과거 회담에서 했던 것과는 다른 입장”이라고 밝혀 북한이 핵 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경우 곧바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후속 응징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KAL기 폭파 사건 다음 해인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가 2008년 해제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정부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 시설 검증을 수용하자 이같이 결정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테러지원국에 대한 수출관리법, 수출관리규정 등을 적용해 무역 거래를 엄격 차단하고,국제기구가 차관을 제공하려 할 때도 반대표를 행사한다. 테러 활동과 연관이 있는 미국 내 북한 자산도 몰수된다. 북한은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받고 있는 만큼 테러지원국 재지정 자체로 제재가 추가되는 효과는 크지 않다. 하지만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트럼프 정부가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은 ‘테러 국가’라고 낙인 찍는 선언이다.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각자 알아서 북한과 거래하거나 왕래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을 상대하면 어떤 식으로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 조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될 경우 북한이 느낄 압박감은 엄청날 것”이라며 “북한이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전 오바마 정부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2014년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이 발생했을 때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검토했지만 보류했다. 관련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았다는게 이유였다. 일각에선 오바마 정부가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은 열려 있으니 태도를 바꾸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폐기 대상으로 규정했다.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화학 무기인 신경작용제 VX를 사용해 국제 여론도 크게 악화됐다. 미 하원도 지난 3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라는 법안을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방일 중이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지금 시점에서 북한과 어떠한 직접 대화도 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은 한국·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과 중국의 지지를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1978년부터 테러 확산 방지를 취지로 테러지원국을 지정하고 명단을 공개해왔다. 미 현행법에 따르면 국제적 테러행위를 지원한 나라에 대해 국무장관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후 관보에 게재하면 테러지원국이 된다. 별도로 국무부는 매년 4~6월 ‘국가별 테러리즘 보고서’를 발표하고 특정 국가를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는 이란·시리아·수단 등 3개국이 올라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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