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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고로 주고 또 주고 … 선거 끝나면 수백억 재산 느는 정당들

중앙일보 2017.04.11 02:30
대통령 선거는 ‘509억원’짜리 ‘쩐(錢)의 전쟁’이다. 대선에선 후보 1인당 509억9400만원까지 선거운동 비용을 쓸 수 있다. 각 후보 진영마다 수백억원의 선거자금을 조달하는 문제로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들은 보통 ▶소속 정당에 국고로 나눠주는 선거보조금 ▶정당의 특별당비 모금 ▶후보 개인의 금융대출이나 국민펀드 조성 등의 방식으로 선거자금을 마련한다. 선거가 끝난 뒤엔 국고로 선거비용을 일부 돌려받는다. 문제는 선거에 쓴 돈을 돌려받을 때 국고로 지원받았던 선거보조금까지 다시 보전받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 후보가 개인적으로 대출을 받거나 국민펀드 등을 만들어 빌린 돈을 국고로 갚아주는 건 선거공영제(選擧公營制)의 취지에 맞다. 하지만 선거 비용으로 쓰라고 이미 국가 예산으로 나눠준 선거보조금을 대선이 끝난 뒤 다시 국고에서 보전해주고 있는 것은 ‘이중혜택’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선거보조금 보전분은 대선 후 정당의 재산으로 귀속된다. 익명을 원한 국회 관계자는 “결국 대선을 치를 때마다 유력 정당들은 국민세금으로 ‘선거테크’를 해 배를 불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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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입수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과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의 중앙당 수입·지출 총괄표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당시 각각 177억137만원, 161억5056만원의 선거보조금을 국고에서 지원받은 뒤 대선 후 대부분 다시 돌려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보조금을 선거비용으로 쓴 뒤 거의 고스란히 보전받은 것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돈은 정당의 금고로 들어갔다.
 
중앙일보가 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정당별 재산 내역을 확인한 결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선관위에 신고한 2012년 말 기준 중앙당 재산은 각각 1억7700만원, -282억9900만원이었다. 하지만 선거비용 보전이 끝난 뒤인 2013년 말의 재산은 각각 371억5000만원, 86억5900만원이었다. 두 정당 모두 대선이 끝난 뒤 400억원 가까이 재산이 늘어난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15~16일 대선 후보자 등록이 끝나면 선관위가 18일 민주당(123억7100만원)·자유한국당(119억6200만원)·국민의당(87억500만원)·바른정당(63억4700만원)·정의당(27억5700만원) 등에 모두 421억4200만원의 선거보조금을 지급한다. 이들 중 5월 9일 대선에서 15% 이상 득표하는 후보를 낸 정당은 이 금액 대부분을 돌려받고, 10~15% 득표할 경우 50%를 받는다. 이 돈은 다시 정당의 재산이 된다.
 
선관위는 선거보조금의 이중보전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2013년 5월 선관위는 ‘정당에 선거비용 보전금액을 지급할 때 이미 지급한 선거보조금은 감액해서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는 선관위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명행 중앙선관위 대변인은 “국고에서 선거보조금을 이미 지급하고 다시 그 돈을 보전해주는 건 불합리하다”며 “대선 후 다시 개정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나태준 연세대(행정학) 교수는 “상대적으로 엄밀하게 통제되는 다른 국고보조사업과 달리 정당에 지급하는 선거보조금은 투명성이 떨어진다”며 “군소정당에 비해 거대정당에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선거를 치를수록 정당 간 빈익빈 부익부 문제도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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