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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서 조사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루

중앙일보 2017.03.21 18:20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21일 오전 9시35분부터 시작됐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위해 200개가 넘는 ‘그물망’ 질문지를 준비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10층 1001호실에서 한웅재 형사8부장 검사가 박 전 대통령을 맞았다.


 검찰은 본격 조사에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조사실 옆 1002호 휴게실로 안내했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박 전 대통령에게 조사 일정과 진행 방식을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유영하·정장현 변호사가 함께했다. 노 차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이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 규명이 잘 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서처럼 “성실히 잘 조사받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과정을 영상 녹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피의자 조사는 영상 녹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진술 거부 가능성 등을 고려해 동의 여부를 물어 그의 의사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조사실 1001호는 6.6㎡(2평) 남짓한 공간에 책상 세 개가 놓였다. 창문엔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블라인드가 내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부장검사와 배석검사를 마주했다. 유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신문에 입회했다. 박 전 대통령의 오른쪽엔 유 변호사가, 뒤편엔 다른 변호사가 앉았다. 변호사들은 교대로 입회하며 박 전 대통령의 답변을 조율했다. 오전 신문은 2시간30여 분 만인 낮 12시5분쯤 끝났다. 검찰 관계자는 오후 브리핑에서 “진술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1시간가량의 점심시간에 박 전 대통령은 미리 도시락으로 준비한 김밥, 유부초밥, 샌드위치를 먹었다. 오후 1시10분 다시 조사가 시작됐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 뇌물 관련 혐의에 대한 한 부장검사의 신문이 끝나고 이원석 특수1부장 검사가 투입됐다. 조사는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의 이날 하루는 오전 4시30분쯤 시작됐다. 서울 삼성동 자택에 불이 켜진 시간이다. 자택 주변엔 밤을 지새운 지지자 수십 명이 “오늘 검찰 수사는 무효다”라고 소리쳤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2개 중대, 1000여 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출두 채비를 서둘렀다. 미용사 정송주씨 자매가 오전 7시11분 자택 안으로 들어갔다. 오전 9시15분 박 전 대통령이 검은색 차고 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올림머리에 짙은 남색 투 버튼 코트, 같은색 계열의 바지 차림이었다. 
 
1월 23일 설 명절을 앞두고 국립현충원을 찾아 성묘했을 때, 헌재의 파면 선고 후 자택에 들어올 때와 같은 복장이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짙은 색깔 옷은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전투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차에 오르기 직전 주변의 지지자들을 둘러보며 “어휴, 많이도 오셨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친박계 의원 중에선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이 자택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모습을 보였다. 그는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나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에 탄 뒤 유리창을 손바닥으로 짚으며 지지자들을 향해 답례했다. 차는 출발한 지 8분 만에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지 8개월 만이었다.
 
 김민관ㆍ박성훈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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