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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불똥? 짐싸는 공자학원 중국인 강사들

중앙일보 2017.03.21 01:39
충남대에 개설된 공자(孔子)학원에서 1년6개월간 중국어를 배웠던 대학생 김모(22·여)씨는 최근 수강신청을 포기했다. 강사 수가 대폭 줄면서 자신에게 맞는 강좌가 마련되지 않아서다. 이런 파행적 운영은 충남대뿐 아니라 전국 23개 공자학원에서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다. 법무부가 올 초 공자학원과 한국 대학들이 신청한 중국인 강사의 1년짜리 E-2(회화지도) 비자 연장과 신규 발급을 중단한 여파다. 이 때문에 한국인 학생 6000여 명은 질 좋고 저렴한 중국어 원어민 수업을 들을 기회가 줄어들고, 200여 명의 중국인 강사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충남대 공자학원의 경우 중국인 신규 강사 5명이 비자를 받지 못한 데다 비자 연장이 거부된 기존 강사 1명이 지난 15일 중국으로 귀국하면서 강사가 5명으로 줄었다. 31일 비자가 만료되는 강사 1명이 추가로 귀국하면 4명만 남게 된다. 강사 부족으로 결국 강좌 6개(26%)가 폐지됐다. 충북대는 신규 강사 2명을 충원하지 못해 강좌 3개를 중단했다. 연세대는 외부 일반 학원에서 강사를 긴급 수혈했다. 충남대생 김씨는 “법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자 만료로 중국으로 돌아간 중국인 강사 양모(24·여)씨는 “한국에 1년 더 머무르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는데 난감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해외에 설립한 교육 기관이다. 중국 교육부 산하 국가한판(國家漢辦)이 관리한다. 국가한판의 위탁을 받은 중국 대학들이 강사를 실무적으로 파견한다. 한국의 공자학원에서 일하는 중국인 강사는 시중 외국어학원과 달리 중국 정부(대학)와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급여도 중국에서 받는다. 수강료는 11만9000원(충남대·6주 기준)으로 일반 학원의 절반 수준이어서 한국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법무부는 고용관계 및 보수지급 체계가 E-2 비자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신규 발급과 연장을 거부하고 있다. 공자학원 강사 대부분 ‘회화강사 사증발급 및 체류 기준(직접고용 원칙과 최저임금 지급)’을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0여 년간 관행적으로 비자발급이 이뤄졌지만 더는 봐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공자학원 강사 문제는 비자발급 업무일 뿐이며 다른 어떤 사항도 고려하지 않았다” 고 해명했다.
 
양국 대학들은 한국 법무부가 ‘일정 기간 유예’를 조건으로 E-2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강사진의 고용구조를 중국 대학 소속에서 한국 대학 소속으로 당장 바꾸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현철 연세대 공자학원 원장은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자학원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며 “양국 정부가 한 발씩 양보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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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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