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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리포트] 어머, 가짜 뉴스였어요? 10명 중 7명이 속았다

중앙일보 2017.03.21 01:34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들어서면서 가짜 뉴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짜 뉴스가 1%만 돼도 한국 사회에 미치는 경제·사회적 비용이 연간 30조원을 넘는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도 있었다. <중앙일보 3월 20일자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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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원상준(녹천중3)·김종담(고1)·이도현(천안여고2)·강희영(태원고3) TONG 청소년 기자. [사진 오종택 기자]

왼쪽부터 원상준(녹천중3)·김종담(고1)·이도현(천안여고2)·강희영(태원고3) TONG 청소년 기자. [사진 오종택 기자]

대선과 한 발짝 떨어지긴 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구분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가 만드는 청소년 매체 TONG은 온·오프라인에서 가짜 뉴스 판별 실험을 해 봤다. 실험 대상은 평균적인 또래보다는 뉴스에 관심이 높으리라고 추정되는 TONG 청소년 기자와 독자였다.
 
10명 중 6명 “가짜 뉴스 구분” 장담했지만
 
 
19일 하루 동안 진행한 ‘10대의 뉴스 이용 행태 조사’ 온라인 설문에는 중학생 이상 청소년 116명이 참여했다. 본격적인 설문 전에 ‘가짜 뉴스를 구분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10명 중 6명(58.6%)이 ‘예’라고 답했다. 이어진 뉴스 판단 문제는 모두 여섯 문항. 첫 번째 문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여자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의 여자 대통령을 보라”며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했다는 J 지역 인터넷 뉴스의 기사 화면 캡처였다. 이미 가짜 뉴스로 밝혀졌지만 J사는 해당 기사를 내리지 않은 상태였다. 3명을 제외한 응답자 대부분이 ‘가짜 뉴스’라고 제대로 판단했다. 응답자들은 뉴스 화면이 조잡하고 기자가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객관적이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가짜라고 말했다.
 
두 번째 문제는 문명고 교장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철회했다는 기사다. ‘조국일보’라는 이름을 붙이되 중앙일보 온라인 뉴스 포맷에 사진과 텍스트를 얹어 실험용으로 제작한 가짜 뉴스였다. 이 문항에선 무려 69.8%가 진짜 뉴스라고 답했다. 가짜 뉴스라고 판단한 35명 중 ‘조국일보’라는 매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거나 입력은 ‘중앙일보’인데 매체명은 ‘조국일보’라 이상하다는 등의 형식을 문제 삼은 게 20명. ‘학부모가 연구학교 효력정지 신청을 한 것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을 뿐 학교가 자발적으로 철회하지 않았다’거나 ‘아직 그런 사실은 보도된 바 없다’는 식으로 앞뒤 상황을 알고 판단한 이는 8명에 그쳤다. 심지어 ‘진짜 뉴스’라고 판단한 이들 중 7명은 이 소식을 ‘뉴스에서 봤다’고 믿고 있었다.
 
이어진 테스트에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언론사가 뉴스를 공유한 화면만 보여 주고 진짜와 가짜를 판단하게 했다. A 시사주간지, B 온라인 경제매체와 KBS의 페이스북 계정에 실험용으로 합성한 가짜 계정을 하나 끼워 넣었다. 공유한 뉴스 내용은 각각 달랐다. 테스트 결과 KBS 계정은 10명 중 2명, B 경제매체는 10명 중 4명, A 시사주간지는 10명 중 6명, 가짜 계정은 10명 중 9명이 ‘가짜 뉴스’라고 판단했다.
 
이와 같이 가짜 뉴스 판별 테스트가 끝난 뒤 다시 ‘가짜 뉴스를 구분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아니요’가 64.7%, ‘예’가 35.3%로 테스트 직전과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가짜 뉴스 판별 퀴즈 6문항을 전부 맞힌 만점자는 8명(6.9%)이었다.
 
“가짜 뉴스 구분하기 어려워”
 
19일 중앙일보 본사에서 진행된 오프라인 실험에는 TONG 청소년 기자 강희영(태원고3)·이도현(천안여고2)양과 김종담(고1)·원상준(녹천중3)군이 참여했다. 
 
가짜 뉴스에 대한 실험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지 않은 채 ‘10대들의 뉴스 소비 행태’ 설문조사를 먼저 진행했다. 여러 매체에 대한 신뢰도 조사, 기사와 광고 구별 테스트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가짜 뉴스 판별 문제를 꺼냈다. SNS와 인터넷에서 접하는 뉴스 화면을 컬러 프린트로 출력해 제시했다. 총 7개의 뉴스 가운데 4개는 진짜. 나머지 3개는 매체명과 기사 내용, 링크 주소, 기사를 공유한 SNS 계정까지 모두 가상으로 꾸민 가짜 뉴스였다. 학생들에게 먼저 각 뉴스의 신뢰도를 점수로 표시하게 한 뒤 비로소 가짜가 섞여 있음을 알리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보도록 했다.
 
첫 번째 가짜 뉴스는 페이스북에 ‘조국일보’이라는 가상의 매체가 ‘문명고가 국정교과서 사용을 자진 철회했다’는 허위 기사를 피드한 경우를 가정했다.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는 기사의 본문도 함께 제시했다. 낯선 매체명과 허술한 로고 때문에 처음에는 의심스러워하는 듯했으나 기사를 살펴본 뒤 4명 중 3명이 ‘진짜’라고 판정했다. 김군은 “기사에 바이라인(조국신문 온라인뉴스부)이 있고 전형적인 기사 형식인 데다 가짜 뉴스의 특징인 강한 주장이 담기지 않아 진짜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국제뉴스와치(gukjewatch.org)’라는 가짜 계정으로 트윗된 가짜 뉴스의 경우 4명 전부 ‘가짜’임을 알아챘다. 강양은 “사진도 없이 기사 제목에 ‘단독’이라는 말을 붙여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원군도 “글이 정리가 안 돼 있고 말하려는 바가 명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가짜라고 판단했다.
 
유명 방송사 뉴스 트윗에 대해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타났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진짜 뉴스 트윗을 제시했을 때 4명 모두 ‘공영방송사’라는 점을 가장 큰 근거로 꼽으며 진짜라고 판단했다. 반면 최근 공신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평가받는 다른 방송사가 트윗한 진짜 뉴스를 보여 주자 학생들은 일제히 “뉴스 내용이 허황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 매체와 시사주간지의 진짜 뉴스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매체 이름이 익숙하지 않고 기사 제목이 ‘관심끌기용’이란 의심을 산 경우 학생들은 가짜 뉴스라고 생각했다. 본인이 알고 있는 매체이고 사진과 제목이 매치되는 경우에는 진짜 뉴스라고 믿는 경향을 보였다. 강양은 경제 전문 매체의 기사에 대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북핵’과 ‘사드’라는 키워드를 넣어 관심을 끌기 위한 것 같다”고 했지만 시사주간지의 기사에 대해선 “SNS에서 많이 본 매체인 데다 기사 내용도 진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기준으로 판단하는 10대 흥미로워”
 
결국 학생들이 만장일치로 정답을 맞힌 뉴스는 7개 중 3개였다. 2명이 정답을 맞힌 뉴스가 1개, 1명만 정답을 말한 뉴스가 2개였고 만장일치로 오답을 말한 뉴스도 1개 있었다. 실험 후 학생들은 “가짜 뉴스 구분이 너무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김군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옹호 일색인 뉴스는 가짜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판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양은 “지금까지는 매체 브랜드 등을 구분하지 않고 봤기 때문에 모르고 넘어간 게 많을 것 같다”며 “앞으로는 기사 하나만 가지고 판단하기보다 관련 기사를 많이 찾아봐야겠다”고 했다. 학생들은 매체의 인지도와 기사 내용의 객관성, 맞춤법, 뉴스가 유통되는 방식에서의 형식적 정교함 등을 고려해 판단을 내리는 편이었다. 실험 참여자 모두 학교에서 뉴스 분별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다.
 
미디어 교육학 박사인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자단이라 평균적인 10대보다는 뛰어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제목·사진·바이라인·맞춤법 등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다양한 기준을 찾아내 뉴스를 판단하는 게 흥미로웠다. 오히려 신문만 봐 온 성인 세대보다 허술한 가짜 뉴스는 더 잘 잡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희·최은혜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청소년의 가짜 뉴스 판별 실험에 대한 더 자세한 기사는 TONG(tong.joins.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청춘리포트] 10대와 가짜 뉴스① 10명 중 6명 “진짜 가짜 구분할 수 있다”
http://tong.joins.com/archives/42056

[청춘리포트] 10대와 가짜 뉴스② TONG청소년기자 4명의 뉴스 분별법
http://tong.joins.com/archives/42067

[청춘리포트] 10대와 가짜 뉴스③ 기사와 광고 구분할 수 있나요?
http://tong.joins.com/archives/42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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