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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전속고발권이 뭔가요

중앙일보 2017.03.20 11:48
Q. 신문을 보니 대선 주자들의 공약 중에 ‘전속고발권’ 폐지가 있더군요. 반면 폐지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속고발권은 무엇인가요. 왜 이 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나요. 
 
불공정 고발 지나치면 기업 위축 … 공정위에 ‘고발 선별’ 맡긴 거죠"
 
A. ‘전속고발권’이란 말이 조금 어렵죠? 유명 연예인이 어떤 회사와 ‘전속 계약’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셨을 거예요. ‘전속’은 권리나 의무가 오직 특정한 사람이나 기관에 있다는 뜻이에요. 고발권은 수사 기관에 범죄 사실을 신고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이 두말을 합친 전속고발권은 신고할 권리가 특정 사람 혹은 기관에 있다는 말이겠죠. 전속고발권에서 특정 기관은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에요.
 
공정위는 독점 및 불공정거래에 관한 사안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설치한 국무총리 소속의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입니다. 대기업 등이 힘을 이용해서 시장 질서를 해치는지 감시하는 부처예요. 공정거래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게 바로 전속고발권입니다. 1981년 공정위가 출범하면서 함께 도입됐어요.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표시광고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에 대한 위반 행위가 전속고발권에 해당합니다.
 
공정위에 왜 이런 권리를 줬을까요? 공정거래 관련해 고발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어요. 기업이 마음껏 활동하지 못하면 나라 경제 전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겠죠. 이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 공정거래 전문기관인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을 줘서 신중하게 고발권을 행사하는 취지입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71조에 전속고발권 규정이 담겨있어요.
 
그런데 이 제도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어요. 왜 그럴까요?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에 ‘갑질’을 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죠. 그런데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활용에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겁니다. 오히려 전속고발권이 대기업에 대한 ‘면죄부’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에요.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누구든지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회사를 고발할 수 있고, 그래야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근절될 수 있다는 게 폐지론자의 얘기입니다.
 
이런 목소리가 일부 반영돼서 전속고발권에 대한 보완이 이뤄졌습니다. 의무고발요청제가 도입됩니다. 의무고발요청제는 검찰총장을 비롯해 감사원장·조달청장·중소기업청장이 공정위에 요청하면 공정위는 무조건 검찰에 고발을 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1996년에 검찰의 의무고발요청제가 도입됐습니다. 2014년에는 나머지 3개 기관으로 확대됐죠. 공정위라는 통로를 거치지만 사실상 검찰이나 감사원 등의 기관이 공정거래 관련 사안에 대해 고발을 할 수 있도록 권리를 준 것이죠.
 
이런 조치가 이뤄졌지만 전속고발권 폐지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어요. 차기 대선 주자들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하고 있죠. 국회엔 전속고발권 폐지 내용을 담은 법안이 제출돼 있어요. 전속고발권을 보완한다고 의무고발요청제를 도입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의무고발요청제 도입 이후 공정위가 이 를 통해 검찰에 고발한 건수가 많지 않아요. 2014년에 5건이었고 2015년에는 7건, 지난해엔 4건이었습니다. 공정위는 물론 의무고발요청권을 가진 단체가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런데 공정위나 경제 단체 등은 전속고발권 폐지에 반대하고 있어요. 이들의 주장은 “중소기업이 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도 근거가 있어요. 언뜻 생각하면 공정거래 관련 위반 사항으로 신고당한 기업의 대부분은 대기업일 것 같죠?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2013~2015년 공정위에 신고당한 기업 중 대기업 집단 소속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6% 수준이에요. 나머지 84%는 중견·중소기업이라는 얘기죠.
 
시장 구조상 이럴 수밖에 없어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보다 중소기업끼리의 거래가 더 많기 때문이죠. 지난해 말 기준으로 5인 이상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12만6178개) 중 납품 거래를 하는 기업은 5만8298개 입니다. 이 중 대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은 14.7%(8469개)에요. 중소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은 57.9%(3만3754개), 대기업·중소기업과 모두 거래하는 기업은 1만5973개(27.4%) 입니다. 자연히 중소기업 간의 분쟁이 많을 수밖에 없죠.
 
또 중소기업은 신고를 당했을때 상대적으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요. 돈이 많은 대기업은 사내에 법무팀도 있고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대형 로펌에게 맡겨서 대응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이렇게 준비하기가 어렵죠. 특히 한 회사가 경쟁사에게 손해를 끼치려고 ‘묻지마 고발’을 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되면 공정거래법을 제대로 지켰음에도 악의적인 고발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업들이 생길 수 있어요. 공정위 관계자는 “전속고발제를 전면 폐지하면 고소·고발 증가로 수많은 중소기업이 피신고인이 될 수 있다”며 “결국 법률적 대응 능력이 약한 중소사업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어요.
 
중소기업계에서도 이런 이유로 반대 의견이 많아요. 중소기업중앙회는 전속고발제 폐지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어요. “공정위의 공정거래 위반 행위에 대한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변호사 선임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이유입니다, 이 단체가 지난해 8월에 회원사 32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전면 폐지 해야한다는 의견은 24.7%에 그쳤다는군요.
 
폐지 반대론자는 전문성 문제도 거론합니다. 검찰이 날로 지능화되는 불공정행위를 얼마나 잡을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검찰 내부의 공정거래법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게 공정위 등의 판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이나 정보기술(IT)·유통 분야등의 교묘한 답합 행위를 수사기관이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겁니다.
 
공정위는 대신 의무고발요청권을 확대한다는 생각이에요. 중소기업중앙회나 대한상공회의소 같은 기관에도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죠. 현재 요청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이나 감사원, 조달청 등은 모두 국가 기관입니다. 이 범위를 민간 경제단체로 넓히겠다는 게 공정위의 생각입니다. 고발 요청 건수는 늘어나면서 고발권 남용은 어느정도 방지할 수 있을거란 취지에요.
 
틴틴 친구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결론내리기가 쉽지 않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입니다. 국회가 지난달에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어요. 전문가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서였죠. 여기서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은 “전속고발권 때문에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어요.
 
반면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활동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으니 보완하는 선에서 유지해야 한다”라고 반론을 폈어요. 절충안도 있어요.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담합처럼 중대한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선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되, 나머지는 과징금 등 금전적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어요. 전속고발권의 ‘부분 폐지’를 주장한 것이죠.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관한 쟁점’라는 보고서에서 “고도의 경제 분석과 경쟁 정책적 관점에서 고려가 필요한 분야에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되, 시장 분석만으로 위법성이 인정되는 카르텔에 대해서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라고 제안했어요. 역시 절충안을 마련하자는 뜻입니다.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어느 쪽을 주장하든 기업에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보장하되 ‘반칙’을 하지 못하게 막고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를 확립하자는 의도는 같을 거에요. 그러니 정부와 정치권이 제도 변경시 부작용을 잘 검토하고 여러 의견을 수렴해서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기를 바랍니다.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촉진을 통한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목표로 한다. 1981년 4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에 전속고발권 규정이 담겨있다. 따라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려면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o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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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 하남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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