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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공허한 삶에 사랑이 깃드는 순간 '오버 더 펜스'

중앙일보 2017.03.20 11:44
오버 더 펜스

오버 더 펜스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출연 오다기리 죠, 아오이 유우, 마츠타 쇼타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12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3월 16일
줄거리_일본 홋카이도의 하코다테, 직업학교에서 목공을 배우는 시라이와(오다기리 죠)는 우연히 가게 된 술집에서 사토시(아오이 유우)를 만난다. 서로에게 끌린 둘은 만남을 이어가지만, 점차 각자의 상처를 알게 된다.
 
★★★☆ 의미 없는 미소로 끝나는 피상적인 대화, 혼자 맥주를 마시는 저녁. 시라이와는 평범해 보이지만 텅 빈 시간을 견디고 있는 40대 남자다. 예전엔 도쿄에서 직장도 다녔고, 결혼해 아이도 있었지만 어떤 사연인지 지금은 실업 급여 연장을 위해 직업학교에 다니고 있다. 낮에는 놀이공원에서, 밤에는 호스티스 바에서 일하는 사토시. 그녀는 거리에서 온몸으로 새 흉내를 낼 만큼 독특하지만 속은 불안과 상처로 짓이겨져 있다. “나는 망가졌다”는 여자와 “나는 다른 이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이라는 남자. 이 불안한 사랑은 펜스(울타리)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일본 유명 소설가 사토 야스시가 자전적 단편 ‘황금의 옷’(1989)을 원작으로 했다. ‘린다 린다 린다’(2005) ‘마을에서 부는 산들바람’(2007) 등 독특하고 따뜻한 청춘영화를 그려온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이 영화에서 차분한 시선으로 무기력한 인물들이 생의 에너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힐링 무비 이상으로 마음을 울리는 건 자의로든 타의로든 ‘평범하게, 모나지 않게’ 살아온 이들을 예리하게 포착한 연출 덕분이다. 자기 마음대로 한 학생을 소프트볼 시합에 배제하는 선생, “집에도 꼬박꼬박 들어갔고 때리지도 않았는데!”라며 결혼 생활을 회상하는 시라이와 등등. 극중 인물들의 크고 작은 갈등은 노부히로 감독이 말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무언가를 넘어가는” 과정이다.
일본 영화계의 보석 같은 두 배우 오다기리 죠와 아오이 유우는 아름다운 외모 이상의 환한 에너지를 꽃피운다. 이렇게 잘생긴 루저가 있겠나 싶지만, "보편적인 인생을 연기하고 싶었다"던 오다기리는 한층 깊어진 연기력으로 그런 우려를 불식시킨다. 새춤마저 멋진 무용처럼 소화한 아오이는 사토시의 히스테릭한 여성과 사랑스런 여인을 자유롭게 연기한다. 결말이 다소 빤하다는 느낌은 있지만, 다양한 삶을 지켜보고 이들에 희망을 거는 다정한 메시지가 뭉클하게 와닿는다. 공허한 삶에 사랑이 깃드는 순간, 그 마법 같은 짜릿함이 알알이 새겨져 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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