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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사드’ 시대, 중국통 없으면 또 당한다

중앙일보 2017.03.20 11:04
 요즘 어디 나가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역시 "사드 보복, 언제까지 계속되는겁니까?"라는 거다. 중국 비즈니스에 관련된 모든 분들이 그만큼 힘들어한다는 얘기다.
필자의 답은 이렇다.
"이런 상황이 언제나 지속될 수는 없을 겁니다. 한국에게도, 중국에게도 너무 큰 부담이니까요. 사드 문제의 근저에는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이 있습니다. 미-중 정상이 만나고, 우리나라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가닥이 잡힐 거라고 봅니다. 우리는 오히려 이번 사태가 헛되지 않도록, 새로운 성장을 위한 준비 기간으로 삼아야 할 겁니다."
원론적인 답이다. 궁색하기도 하다. 그러나 워낙 시계 제로의 상태라 달리 말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좀 더 강연 청중에게 덧붙인다.
중국에 문제 많다. 우리는 이번 사태 과정을 통해 중국의 진면목을 정확히 봤다. 그건 '사드 사태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문제는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책 당국자들의 '나쁜 의도와 어설픈 일 처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동토로 내몰았는지 분명히 봤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제대로 된 중국 전문가 층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정책라인 곳곳에 중국 전문가가 포진하고 있었더라면, 최소한 이 정도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중국을 보려 하고, 중국인 머리에 무엇이 들어있는 지도 모른 채 일을 밀어붙이니 어긋나고 얻어 맞기만 하는 거다.
사드 사태는 어쨌든 끝나게 되어 있다. 우리는 오히려 지금 포스트 사드(Post-THAAD)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전과 다른 형태의 나라 정책과 기업 경영, 중국 연구가 이뤄져야 할 터다. 그럴 때라야만 이번 사태가 의미를 갖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국가도, 기업도, 그리고 학교도 진정한 중국 전문가 양성에 나서야 한다.
필자는 지난 [시선집중 차이나] 칼럼에서 중국 전문가의 요소로 첫째는 인문, 둘째는 인맥을 들었다. 셋째는 독자의 판단에 열어놨었다. 여기 필자가 생각하는 세 번째 요소를 제시한다.
바로 변별력(辨別力)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적 특성을 구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어느 제법 큰 중견 회사에 중국과 관련된 일이 터졌다 치자. 회장은 임원 회의를 소집한다. 우선 회사 내 정통 중국 전문가로 통하는 중국팀장에게 시선을 돌린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파견돼 일한 그였기에 훌륭한 솔루션을 제기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그가 낸 답은 별로 신통치 않다. 뭔가 미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좀 더 멀리 앉아있던 총무 담당 상무가 툭하니 의견을 제시한다. 미국 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력이 있는 임원이다. 중국에는 가끔 출장만 다녀왔을 뿐이다. 그런데 그의 솔루션이 적절해 보인다. 회장은 그의 답에 오히려 고개를 끄덕인다. 중국 전문가라는 사람, 머쓱해질 수밖에 없다.  
당신 회사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왜 그럴까?
중국어를 전공하고, 중국 지사에도 오랫동안 파견되고, 중국 친구들도 많고...흔히 이런 사람을 중국 전문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게 독이 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중국에 파묻혀 큰 흐름을 보지 못할 수 있다. 중국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을 구분해내는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경우다.  중국만 아는 사람을 중국 전문가라고 할 수 없다. 중국의 특성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중국 이외의 보편적인 성향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순환 근무다. 중국 전문가라고 해서 중국 현지 지사나 중국 관련 부서에 박아둔다면, 그 사람은 변별력을 키우지 못한다. 중국 인력이라고 하더라도 본사와 지사 간 순환 근무가 필요하고, 중국과 관련 없는 부서에서 근무도 시켜봐야 한다. 그래야 종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 전문가를 미국에 파견시켜 일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KOTRA에는 중국 전문 인력이 많다. 그런데 한번 '중국 인력'으로 찍히면 중국 업무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래서야 창의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구하기 어렵다. 돌려야 한다. 멀리 봐야 한다.
필자가 한 때 강연을 담당했던 삼성전자 중국 전문가 코스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중국 지사 근무 경력을 갖고 있는 과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한 중국 학습 프로그램이다. 앞으로 파견될 직원이 아닌, 파견됐다 돌아온 직원들이다. 그들은 대부분은 중국 현지 법인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지금은 중국과 관련 없는 부서에서 일한다.
약 1달 동안 진행되는 중국 교육을 통해 '당신은 회사가 관리하는 중국 전문가'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중국도 알고, 회사 전반의 돌아가는 것도 알고, 게다가 중국 아닌 서방에 대한 지식도 습득할 수 있게 하고....변별력은 그렇게 키워진다.
중국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중국을 제대로 보려는 자, 탈(脫)중국하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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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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