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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세종시 ‘무두절’을 탄핵하라

중앙일보 2017.03.20 03:12
김동호논설위원

김동호논설위원

지난 겨울 한국에는 드라마 작가와 소설가들이 다 얼어 죽고 영화 ‘내부자’는 너무 시시해져 ‘급’이 땅에 떨어져 버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비호 아래 최순실 주연의 국정 농단 막장극이 세상에 공개되면서다. 이러고도 나라가 굴러가는 게 오히려 신통할 만큼 국가 컨트롤타워는 공백 상태로 빠져들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지난 4년 내내 그런 상태가 지속된 거나 다름없다. 대통령이 장관들과 자주 만나지 않았고, 세종시는 장차관 없는 ‘무두절(無頭節)’의 나날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런 불통을 대통령이 자초했다는 사실이다. 구중궁궐처럼 관저에 들어앉아 있는 날이 많아 비서실장도 자주 대면하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 이는 국가경제 운용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온전하게 작용하려면 우선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수시로 만나야 한다. 중요한 사안은 대통령이 방향을 정해주고 직접 교통정리를 해줘야 해서다. 또 대통령은 구체적인 집행과 이를 위한 인사권 등은 경제부총리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전쟁하듯 경제를 직접 챙겼다. 1960년대 비료공장, 원자력발전소, 수출제품 생산시설에 수시로 다녔고, 77년 부가가치세 같은 고도의 정책을 도입할 때는 과장급 담당 공무원까지 참여시켜 수없이 보고받고 토론을 벌였다. 전두환은 경제부총리에게 “경제는 (내가 모르니) 당신이 대통령이야”라며 일임했다. 공무원의 인사권은 당연히 장관에게 있었다. 그러니 조직에는 기강이 확립되고 활력이 넘쳤다. 오직 일 중심으로 돌아가고 일로 평가를 받았다. 누가 국장이 되고 차관이 될지 평소 노력과 성과대로 다 결정돼 있었다. 인사 농단과 정권 줄대기가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박근혜는 어찌 된 일인지 경제부총리와 자주 소통하는 것도 아니었고, 권한을 일임하지도 않았다. 의문이 풀린 것은 불행하게도 최순실 게이트라는 판도라 상자의 뚜껑이 열리면서다. 박근혜는 ‘나홀로 집무’에 익숙해 있었고 비상상황이 벌어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아무리 중요한 일도 따로 보고할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지난 4년 내내 경제 컨트롤타워가 작동불능 상태였던 것이다.
 
더구나 용인술마저 최악이었다. 전혀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장차관이 되고 수석이 됐다. 그래도 뭔가 보여줄 게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함량 부족이 들통난 임명직 공직자가 한둘이 아니다. 굳이 이름을 거명하진 않겠다. 어느 경우에는 한 자리에 4년 가깝게 기관장을 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너무 빈번한 교체는 문제지만 다양한 인재에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것도 탕평책이란 점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제대로 된 사람은 안 쓰고, 앉힌 사람은 무능하거나 무색무취한 사람이 많았다. 폴리페서들이 득실득실거렸다. 이들 대다수는 결국 낙하산을 비롯해 정부와 공기업에서 한자리씩 꿰차 국가적 동맥경화와 비효율을 가중시켰다. 여기까지도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문제는 역시 불통이다.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소통이 부족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럴 필요 있느냐”며 코웃음 치던 장면은 박근혜 정부의 상징적 장면이 됐다. 첫 컨트롤타워였던 현오석과 마지막 컨트롤타워인 유일호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봤었다. “(정책 논의를 위해) 대통령과 독대하고 계신가.” 현 부총리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고, 유 부총리도 빈번한 대면은 없다고 했다. 반드시 독대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미국 대통령이나 일본 총리처럼 원탁 테이블 같은 곳에 둘러앉아 관계장관과의 티타임 형식도 좋다. 대선 D-50일을 앞둔 대권 후보들은 박근혜의 실패를 값비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선 즉시 섀도캐비닛에서 경제부총리를 임명해 경제사령탑을 복구하고 세종시 정부청사 무두절부터 ‘탄핵’하라. 그래야 안팎에서 몰아치는 경제의 퍼펙트스톰에 대처할 수 있다. 박근혜는 정부 출범 거의 한 달 만에 경제부총리를 부임시켰다. 그러니 장차관의 서울 근무가 굳어지고 세종시 무두절이 일상화하면서 관료조직의 불통도 심각하다. 차기 대통령은 같은 실수를 부디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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