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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수도·전기 등 사회기반 시설을 지역분산형으로

중앙일보 2017.03.20 03:00
최두환포스코 ICT 대표이사

최두환포스코 ICT 대표이사

크리스마스를 앞둔 미국 뉴욕이 갑자기 암흑천지로 변한다. 수도, 가스, 전기 등 사회기반 시설이 마비된다. 교통 시스템도 오류를 일으켜 열차가 충돌해 수백 명이 죽는다. 사이버 테러로 벌어진 일이다. 혹한에 에너지 공급이 끊기자 사람들은 집을 떠나 구호소로 몰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름 모를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소문으로 병원은 아수라장이 되고, 치안도 엉망이 된다.
 
최근 출간된 『사이버 스톰』이라는 소설의 내용이다. 사이버 테러로 사회기반 시설이 한순간에 마비된 도시를 배경으로, 60여일 동안 혹한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생존기를 담았다.
 
실제로 2003년 미국과 캐나다에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블랙아웃’이 발생했다. 미국 동북부 8개 주와 캐나다 동부 지역이 암흑천지로 변했다. 이 블랙아웃은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다행히 3일 만에 상당 부분 복구됐지만, 대중교통 중단, 항공운항 중단, 통신두절 등으로 7조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고, 시민들은 엄청난 불편과 불안을 겪었다.
 
사회는 초기에 자급자족 형이었다. 그러다 사회공동체가 형성되면서 사회기반 시스템은 소규모 지역분산형으로 생겨났다. 지역공동체의 우물이나 방앗간처럼. 그런데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사회기반 시스템에 대한 요구도 함께 늘어났다. 이런 요구를 소규모 지역분산형으로 대응하면 그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경제성을 위해 대규모 중앙집중형으로 대응하게 됐다. 지금도 전기, 상하수도, 가스 등의 사회기반 유틸리티 (Utility) 서비스는 중앙집중형으로 제공된다.
 
중앙집중형은 경제성은 높을지 몰라도, 부분 오류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 문제를 안고 있다. 소설 『사이버 스톰』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한 위험은 막기도 어렵지만, 그 사회적 여파에 비해 조치는 더욱 어렵다.
 
뿐만 아니라, 내부적 요인도 있다. 우리는 사회기반 시스템을 관장하는 정보기술(IT)시스템은 완벽할 것이라는 과신을 한다. 당연히 완벽하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완벽이란 없다.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술 발달로 이런 IT시스템들은 복잡하게 상호연결 되고 있다. 이는 효율성에서는 좋으나, 오류의 전파를 막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 즉, 중앙집중형은 외부적 내부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그 위험은 급속하게 전체로 전파되고, 사회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미국의 블랙아웃을 한번 더 겪는다면? 누군가 교통시스템을 교란시켜 교통망이 마비 된다면? 상수도원에 화생방을 시도한다면? 상상하기 싫은 얘기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해결책은 없을까? 지역분산형으로의 전환이다. 사회기반 시스템은 경제성 때문에 중앙집중형으로 만들어졌다. 대중에게 경제적으로 사회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특히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역분산형도 충분히 경제성을 가질 수 있다. 지역 신재생발전, 지역 수처리, 지역 오폐물처리 등이 그 예이다.
 
이런 지역분산형은 분리돼 운영되다가, 필요할 때 인접 시스템 또는 전체 계통에 연결되어 운영된다. 신재생발전을 예로 들면, 지역분산형 전력망인 ‘마이크로그리드(Micro Grid)’를 통해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한 전력을 수용가에 직접 제공한다. 전력이 남거나 부족하면 인접 시스템 또는 전체 계통에 연결된다. 혹시 어떤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만 고립시켜 전체 계통인 스마트그리드 (Smart Grid)로의 전파를 간단히 막을 수 있다.
 
전력 뿐만 아니라 상하수도, 가스 등 다른 사회기반 시스템도 지역분산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역분산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경제성도 확보되면서 앞으로 사회기반 시스템은 지역분산형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제 우리의 산업도 이런 지역분산형을 준비하고 그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서 앞으로의 펼쳐질 세계적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겠다. 안전과 산업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지역분산형 사회기반 시스템에 대해 정부와 기업은 정책적, 사업적, 기술적 관점에서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됐다.
 
최두환 포스코 ICT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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