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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예우 갖추면서 정교하게 질문해야”

중앙일보 2017.03.20 02:12
김상희 전 차관

김상희 전 차관

“예우를 갖추고 신뢰를 주면서도 사전에 정교하게 준비된 질문으로 기선을 잡는 게 중요합니다.”
 
22년 전인 1995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을 조사한 김상희(66·사진) 전 법무부 차관은 19일 “전직 대통령 조사를 앞두고 있는 검찰에 어떤 점을 얘기해주고 싶은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당시 서울지검 형사3부장이었던 김 전 차관은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로 제정된 ‘5·18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12·12 및 5·18 특별수사본부’에 파견돼 전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조사하는 주임 검사가 됐다.
 
김 전 차관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조사 전부터 기싸움이 치열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검찰로부터 12월 2일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자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소환에 불응한다는 내용의 ‘골목 성명’을 발표한 뒤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 김기수 당시 검찰총장은 최환 서울지검장에게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를 지시했고 그는 이튿날인 12월 3일 새벽에 경찰과 검찰 수사관들에게 연행돼 곧바로 안양교도소에 수감됐다.
 
검찰 조사는 그곳에서 이뤄졌다. 교도소 과장 방 하나가 조사실로 꾸며졌다.
 
김 전 차관은 “우리는 실제 신문 상황처럼 리허설을 했다. 8명의 검사가 전씨 측과 수사팀으로 나눠 4명씩 편을 짰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팀에는 채동욱(전 검찰총장)·이재순(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검사 등이 있었다. 전 전 대통령 역할은 이 검사가, 수사 검사는 채 검사가 맡았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처음에 준비한 신문 문항 500여 개는 200여 개로 압축됐다. 김 전 차관은 “한 주제가 끝나면 다 같이 평가하고 보충하면서 질문 기법도 바꿨다. 실제 조사 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 방식과 호칭에 대한 방침도 사전에 정했다. 수사팀 내부의 합의였는데 절대로 ‘각하’ 또는 ‘대통령’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고 ‘전 전 대통령’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조사는 쉽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을 마주한 전 전 대통령은 “12·12와 5·18에 대해선 진술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김 전 차관은 “말하기 좋아하는 전 전 대통령이 아웅산 테러 사건 등 ‘세 번의 죽을 고비 얘기’를 먼저 꺼냈다. 그 이야기를 경청하며 혐의와 관련한 주요 사실관계에 대한 진술을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검사로서의 책무를 다 하되 피의자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고 인간적인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직 대통령 조사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고 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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