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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유아용품 업계, 해외서 답을 찾다

중앙일보 2017.03.20 01:00
저출산 위기 국내 시장, 수출로 활로 열어 
국내 영유아용품 업계가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저출산 영향으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해외 시장 개척에 전력을 쏟고 있다. 수출 품목도 다양해졌다. 분유·기저귀·위생용품뿐만 아니라 유축기와 젖병소독기·카시트·체온기 등의 수출도 늘고 있다. 특히 산후조리원을 비롯한 서비스 분야의 해외 진출도 눈에 띈다.
 
그동안 영유아용품 수출은 대기업이 주도해왔다. 유한킴벌리(기저귀), 매일유업·남양유업(분유), 보령메디앙스(세정제) 등이 만든 유아용품이 ‘효자 노릇’을 해왔다. 지난해 관세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유아용품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015년 한국산 유아용품 수출액은 3억4000만 달러로 2011년보다 2.3배 증가했다. 수입액은 6억1000만 달러로 2011년 대비 1.4배 늘었다. 5년간 1위 수출 품목은 기저귀였다.
 
최근 들어선 중소기업의 활약이 돋보인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면서 글로벌 브랜드 못지않은 기술력을 확보한 덕분이다. 유아용 카시트 국내 점유율 1위인 다이치는 기술력을 앞세워 7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아이소픽스 카시트는 안전벨트로 고정하는 일반 카시트와 달리 차량에 직접 고정하는 국제 규격 제품이다. 차량과 카시트의 밀착도를 높여 흔들림을 줄였다. 다이치의 카시트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 
자료: 통계청·경제협력개발기구(OECD)·KOTRA 베이징무역관

자료: 통계청·경제협력개발기구(OECD)·KOTRA 베이징무역관

중국·태국·대만·싱가포르 등지로 젖병소독기를 수출하는 해님베이비는 지난해 3세대 제품을 선보이며 일본 시장까지 뚫었다. 이 회사 제품은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해 휴대전화로 내부 온도, 남은 시간, 살균램프 교체 시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유진메디케어의 유축기 스펙트라는 전동식 제품이다. 12단계 압력 조절 기능과 마사지 기능을 탑재해 인기를 끌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받은 역류 방지기를 채택해 모유의 역류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수출한다. SJ헬스케어는 4월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 한국형 산후조리원 ‘클리닉한’을 개원한다. 중국의 산후조리원 시장은 태동 단계로 현지에서 900개 정도가 영업 중이다. 홍민철 SJ헬스케어 대표는 “지난해 중국의 신생아 수는 1780만 명으로, 국내 시장 기준으로 따지면 (산후조리원이) 2만 개 이상 필요하다”며 “시립병원과 제휴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호텔에 입점해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중산층은 산후조리원에 한 달가량 머물면서 대략 1000만원을 지출한다. 
자료: 통계청·경제협력개발기구(OECD)·KOTRA 베이징무역관

자료: 통계청·경제협력개발기구(OECD)·KOTRA 베이징무역관

이렇게 영유아용품 업계가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국내 출산율 감소에 따른 시장 축소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6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40만6300명으로 전년보다 3만2100명 줄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도 1.17명으로 전년의 1.24명보다 적었다. 민병욱 유진메디케어 대표는 “영유아용품 매장을 길거리에서 보기 힘들어진 지 오래”라며 “국내 출산율이 떨어지니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진메디케어는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베페 베이비페어’에선 국내 육아전시회에서 처음으로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가 열렸다. [사진 베페]

지난 2월 열린 ‘베페 베이비페어’에선 국내 육아전시회에서 처음으로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가 열렸다. [사진 베페]

관련 업계가 해외 진출을 늘리면서 출산·영유아용품 전시회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베페 베이비페어’에서는 중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터키 등 8개국 43개 업체 60여 명의 바이어를 초청해 수출상담회도 열었다. 국내 육아전시회에서 수출상담회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시회를 기획한 베페는 상담회에서 7800만 달러(약 900억원)가 넘는 수출 상담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국산 영유아용품이 주로 수출되는 지역은 미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 국가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성장과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확대, 한국에 대한 높은 호감도 등이 한국 제품 선호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의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관심을 끌면서 한국 제품의 인기도 동반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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